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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홍콩경찰, 병원전산망에 ‘백도어’ 심었나…귀신같이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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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시위대를 진압하는 홍콩 경찰(왼쪽), 홍콩 병원 환자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에 ‘백도어(backdoor)’가 존재한다는 주장한 피에르 찬 의원. 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www.legco.gov.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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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홍콩 민주화 시위가 격화되면서 경찰과의 충돌로 다쳐 시립 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시위대가 무더기로 체포됐다. 최소 시위대 4명이 치료받던 중 시립병원에서 끌려갔다.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는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깜짝 놀랐다. 경찰은 환자들 가운데 시위대만 콕 집어 붙잡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홍콩 병원 환자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에 ‘백도어(backdoor)’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누군가 로그인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병원 시스템에 몰래 접근해 다친 시위대의 세부사항을 파악해 경찰에 넘겨줬다는 것이다.

홍콩 의회 의원이자 의사인 피에르 찬(Pierre Chan)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당국이 환자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여러 병원 직원들로부터 여러 건의 제보를 받았다”라고 폭로했다.

상하이스트 보도에 따르면, 찬 의원은 76명 응급실 환자에 대한 이름, 신분증 번호, 나이,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가 기록된 시트를 공개했다. 한 그룹의 환자는 ‘홍콩 입법회(LegCo) 외부 집단 수집’이라는 제목 하에 분류되었고, 페이지에는 ‘경찰을 위해’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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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응급실 임상 정보 시스템에 로그인하지 않고도 액세스 할 수 있었다. 출처=피에르 찬 의원/ HK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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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자유 언론(HKEP)에 따르면, 그는 여러 공립 병원의 의료전문가들이 병원 시스템에서 ‘백도어’를 발견했으며, 누구나 로그인하지 않고 환자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백도어’로 병원 시스템에 접속하는 등 직접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그는 “다친 시민들의 안전과 프라이버시가 우려된다”라며 “일부 부상자들은 더 이상 응급실을 믿지 않는다고 내게 말했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병원 당국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병원 당국은 “경찰에 시위대 정보를 넘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응급실 컴퓨터들은 항상 로그인되어 있었지만, 그것은 공인된 의료진이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찬 의원의 주장은 의사와 환자 사이를 이간질한 “잘못된 발언”이라며, 누군가 시스템에 접속해 환자 정보를 유출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경찰청장은 병원에서 시위대를 체포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체포가 공공 병원에 배치된 경찰관들의 정기적인 경찰 업무의 일부라고 말하면서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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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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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홍콩에선 지난 9일부터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진행 중이다. 홍콩 인구 740만명 중 200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이 시위에서 시민들은 범죄인의 중국 송환 반대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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