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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으로, 떠돌이로…사라지는 난민촌, 갈 곳 잃은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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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이기주의로 폐쇄 강행…경제악화로 반난민정서 확산

193개국 중 10개국이 전체 난민의 절반 수용

“각국이 수용 책임 나눠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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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과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은 난민은 전 세계 약 2540만명.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난민은 매년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품어줄 ‘난민촌’이 사라지고 있다. 유엔 193개국 중 10개국이 전체 난민의 절반 이상을 수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촌은 미얀마군의 ‘인종 청소’를 피해 도망친 로힝야 난민들로 빼곡하다. 그런데 수만명이 외딴섬으로 이주해야 할 처지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난민 10만명까지 수용하는 시설을 마련하겠다며 지난해부터 무인도인 바샨차르섬에 거주 시설과 홍수방지벽 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국제인권단체들은 사람이 사는 섬까지 배로 1시간이 걸리고 홍수가 자주 일어난다며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방글라데시 정부는 유엔에 “미얀마에서 넘어오는 난민에게 더는 공간을 제공하기 어렵다”며 국제사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케냐의 다다브 난민촌에 있는 난민 21만명은 떠돌이 신세가 된다. 케냐 정부가 지난 2월 “오는 8월 난민촌을 폐쇄하겠다”고 유엔난민기구(UNHCR)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인도주의적 재앙’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폐쇄 결정을 내린 이유는 난민촌이 소말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조직원 양성소’로 변질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곳의 난민 96%는 1991년 발발한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은 소말리아인이다. 알샤바브는 케냐가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한 데 대한 보복으로 수도 나이로비 등에서 테러를 벌여왔다. 케냐 고등법원이 “국제사회의 의무를 무시하고 난민을 박해하는 행동”이라며 난민촌 폐쇄를 위헌으로 판결했지만, 케냐 정부는 폐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발붙일 곳이 있어도 삶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요르단에서 지내는 시리아 난민들은 2016년 농업·건설업·수공업·요식업 등 4가지 분야에서 취업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요르단 실업률이 20%에 달할 정도로 경제가 악화된 탓에 국민들 사이에 ‘난민이 일자리를 뺏는다’는 정서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

요르단 자타리 난민촌에 사는 8만 난민의 40%는 11세 이하 아동이다. 상대적으로 난민촌 환경이 나은 편이지만 돈을 버느라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인디펜던트는 “난민촌 아이들 역시 시리아의 ‘잃어버린 세대’가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국들도 2015년 대규모 난민 유입 사태를 겪은 이후부터 난민을 ‘포용’하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극우·포퓰리즘 정부는 지난 1월 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 출신 이주민 약 500명을 수용해 온 로마 인근 대형 난민촌을 기습 폐쇄했다. 지난해 6월부터는 난민선이 자국 항구에 정박하지 못하도록 단속을 강화했다. UNHCR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개월간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한 이주민은 총 2만781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3299명)보다 36% 감소했다. 올 들어 지중해를 건너다 569명이 사망했다.

이해관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대립도 난민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리비아에서는 지난 4월 내전 발발 이후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지만, 겉으로는 침묵을 지키면서 유전 개발 등 정치·경제적 이유로 물밑에서 개입하는 서방세계와 각기 다른 이슬람 무장세력을 지원하는 아랍국들의 엇갈린 정치 셈법으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책임의 불평등’이 난민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세계 193개국 중 10개국이 전 세계 난민의 절반 이상을 수용하고 있다. 앰네스티는 “난민 수용 능력을 반영한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고, 이에 따라 각국이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필요한 건 협력과 정치적 의지뿐”이라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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