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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TF이슈] 오뚜기 앞 '괴상한 시위' 주체 드러나…해결은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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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 오뚜기센터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의 전말이 밝혀졌다. 시위 주최자와 오뚜기 영업사원이 맺었다는 '구두계약'이 문제였다. 이를 두고 시위 주최자는 오뚜기 수장인 함영준(왼쪽 위) 회장과 면담을 요구하고 있고, 오뚜기 측은 "그럴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치동=신지훈 기자,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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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주최자 '영업사원과 할인 계약 맺었다' 주장…오뚜기 '가처분신청' 제출

[더팩트 | 신지훈 기자] '갓뚜기'라 불리는 오뚜기 본사 앞에서 지난 4월말부터 벌어지고 있는 '괴상한 시위'의 전말이 밝혀졌다.

돈과 관련된 '구두계약'이 문제였다. 시위 주최자는 '맺었다'고, 오뚜기는 '그런 적 없다'고 맞서고 있다. 본사 앞에서 '오뚜기 회장님'을 거론하는 시위에 대해 오뚜기는 조용히 마무리 짓기를 바라고 있다. 한마디로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입장이다. '잘못없다'는 오뚜기이지만 무엇 때문인지 해결을 위해 '협상 중'이라는 말만 반복함으로써 스스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

◆'갓뚜기' 앞 '괴상한 시위'의 전말

<더팩트> 취재 결과 오뚜기센터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의 주최자는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진OO성물산' 대표 최 모씨다. 이곳은 지난해 478억 원 매출을 올린 중견 유통전문기업이다. 도봉구에 있는 OO마트 외 중랑구, 강서구, 동대문구 등 서울 곳곳에서 대형 식자재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최 씨 측 주장에 따르면 최 씨는 2년 전 오뚜기와 거래할 당시 오뚜기 영업사원과 물품금액의 약 14%를 할인 받아 납품 받기로 구두계약을 맺었다. 할인금액은 이후 장려금 형태로 돌려받기로 했다. 최 씨는 이를 추후 발생하는 물품대금에서 공제받기로 한다.

그러나 최 씨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오뚜기로부터 할인해주기로 한 금액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장 현수막에 적어넣은 '12억 원'이란 금액이 바로 최 씨가 받지 못했다고 말하는 금액이다. 오뚜기 측에서는 이런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보니 최 씨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직접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최 씨의 일관된 주장은 분명히 영업사원과 구두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오뚜기 측이 '그런 적 없다'고 하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니 '회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이 부분을 직접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함영준 회장이나 오뚜기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최 씨와 구두계약을 맺었다는 영업사원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기에는 그 액수가 너무 크다. 최 씨가 '한달 급여 몇백만원 받는 오뚜기 영업사원이 책임져야 되나요? 존경하는 오뚜기 회장님'이라고 현수막에 써넣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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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주최자로 밝혀진 최 씨는 서울 곳곳에서 대형 식자재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진OO성물산'의 대표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최 씨가 다른 식품기업과의 계약에 영향을 받을까 두려워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진OO성물산 건물의 모습. 이 건물 1층에는 이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OO마트가 들어서있다. /도봉구=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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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주최자 최 씨는 왜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가

지난 11일과 12일 최 씨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그가 대표로 있는 진OO성물산을 찾았다. 건물 1층에는 이 회사가 운영 중인 'OO마트'가 있다. 이 마트는 도봉구 주민들 사이에서 꽤 인지도 있는 마트였다.

이날 마트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도봉구에 하나로마트, 이마트 등 대형 마트들이 있지만 OO마트를 찾는 이유는 단 하나다. 판매하는 식자재들이 굉장히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 근방에 사는 주민들 중 OO마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강북구에서 직접 차를 몰고 왔다. 다른 마트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싼 물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뚜기와 거래가 끊겼다는 소문과는 다르게 OO마트에서는 다양한 오뚜기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에 오뚜기 측에 확인해본 결과 오뚜기에서는 2017년 5월 부로 진OO성물산과 계약이 끝났다고 알렸다. 오뚜기 관계자는 <더팩트>에 "최 씨가 오뚜기 제품을 취급하는 다른 대리점을 통해 우리 물품을 구매해 판매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더팩트>가 확인한 바와 같이 최 씨는 중견 유통기업의 대표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그것이 최 씨가 자신의 신분을 숨기는 이유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형 식자재마트를 여러개 운영하고 있는 대표이다보니 자칫 이번 시위가 타 식품기업에 잘못된 이미지로 비쳐 거래가 끊길 것을 우려해 신분 노출을 꺼린다는 추측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더팩트>에 "최 씨가 오뚜기 시위로 인해 자칫 다른 식품기업에 '전문 시위꾼'이란 이미지가 생겨날까 두려워 신분을 숨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도 "타 식품기업과 계약을 진행함에 있어 자신의 신분이 알려지면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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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마트에서는 곳곳에서 오뚜기와 거래가 끊겼다는 소문과 달리 오뚜기 제품을 쌓아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오뚜기 측은 진OO성물산과는 2017년 5월 부로 계약이 끝났다고 밝혔다. /도봉구=신지훈 기자


◆오뚜기 "그런 계약 맺은 적 없다" 강력 부인…가처분신청 제출

시위와 관련한 오뚜기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잘 마무리하려고 노력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말을 되풀이 중이다. <더팩트>의 계속된 취재에 오뚜기 측은 몇가지 질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오뚜기 측은 '잘못한 것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최 씨 측 주장대로 할인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본사에서는 이와 같은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 구두계약 했다는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 시위 주최자의 허위"라며 최 씨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당시 우리 대리점주였던 최 씨가 타 대리점에서 진행하는 할인행사에서 오뚜기 제품을 저렴하게 대량 구매했던 것 같다. 이후 우리 영업사원에게 자신이 구입한 금액에 맞춰 제품을 납품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영업사원이 '맞춰보겠다'고 한 것 같다. 최 씨가 이를 마치 계약한 것 마냥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 씨가 주장하는 금액을 오뚜기에서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잘못이 없다면 왜 최 씨와 합의를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는 "영업사원이 우리 회사 직원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영업사원의 잘못을 전적으로 영업사원에게 책임지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다만 최 씨 측에 제시한 구체적 합의안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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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측은 최씨가 주장하는 구두계약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허위 주장'이라는 것이 오뚜기 측의 입장이다. 오뚜기는 시위와 관련해 18일 서울중앙지법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대치동=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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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측은 '함영준 회장이 이 일에 직접 나설 일도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회장님도 시위 사실은 알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그 어떤 지시도 내린 것은 없다. 시위와 관련해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으신다. 시위는 임원들이 마무리 짓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시위 주최자는 지속적으로 함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함 회장의 생각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회장님께서 시위와 관련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계신지는 알 수 없다"며 "확인해 줄 수도 없다"고 함 회장과 관련한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오뚜기 관계자는 18일 <더팩트>에 "시위 관련해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불법시위 등으로 인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들 "알려지기 꺼리는 이유 알 것 같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왜 오뚜기 측이 시위가 알려지는 것을 꺼리며, 왜 최 씨와 합의를 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전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영업사원이 최 씨에게 한 말과 회사 측에 한 말이 다른 게 아닐까 한다"며 "거래처 확장을 위해 최 씨에게 최대한 맞춰보겠다고 한 것 같은데 그 말이 실수였던 것 같다. 회사 측에 보고하지 않고 혼자 이번 문제를 안고가다 터진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오뚜기도 명확하게 된다, 안 된다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직원 관리 책임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최 씨와 합의를 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두계약'과 '맞춰보겠다'는 엄연히 다르지만 후자 역시 최 씨에게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오뚜기는 관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시위로 결국 최 씨가 오뚜기와 합의를 맺었다는 소식이 다른 대리점에 알려지는 것은 오뚜기 측에서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다른 대리점에서 '우리도 그런 적이 있으니 합의해 달라'고 오뚜기 측에 요구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뚜기가 시위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고 말했다.

gamj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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