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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배 됐는데…고교·영화관도 없는 ‘외딴 혁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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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균형발전이다 2부 4회

④도시 외곽에 들어선 대구·경북

대구 동쪽 끝, 김천 벌판에 자리잡아

주민들 도심이나 서울로 돌아가기도

그래도 인구·입주 기업 등 외형 성장

지역 거점 되게 중앙정부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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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신서동 엔에이치(NH)농협은행 대구혁신도시지점 앞 버스정류장에 708번 시내버스가 왔다. 버스정류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내버스에 타고 있는 승객은 3명밖에 되지 않았다. 시내버스는 정류장에 서지도 않고 지나쳤다. 708번은 이 버스정류장에서 대구 도심으로 가는 유일한 시내버스다. 배차 간격은 평일 기준 22분, 휴일은 26분이다. 동대구역에 가려면 이 버스를 타고 25개 버스정류장을 지나 40분을 가야 한다. 지난 16일 일요일 오후, 대구 혁신도시의 적막함을 깨뜨리는 것은 간혹 지나가는 이 시내버스의 엔진 소리뿐이었다.

■ 아직 휑한 대구·경북 혁신도시

‘특별임대 기본 인테리어 완료’, ‘상가임대 특별우대’, ‘매매임대 인테리어비용 지원’, ‘임대료 절충가’. 대구 혁신도시 상가 건물에는 이런 펼침막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어림잡아 상가 절반은 비어 있었다. 문 연 상가보다 문 닫은 상가가 더 많았다. ‘전복삼계탕 9900원’, ‘숯불닭갈비 1인분 6900원’. 대구 혁신도시를 관통하는 큰 도로인 이노밸리로에는 상인들의 애타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대구 혁신도시에서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각산비나리공원에만 아이들과 함께 나온 젊은 부부들이 가끔 보일 뿐이었다.

대구 혁신도시는 대구 동쪽 끄트머리 외곽에 지어졌다. 혁신도시에서 도심인 대구시청까지는 15㎞ 떨어져 있다. 안 막히면 승용차로 30분이 걸린다. 주민 최효정(37)씨는 4년 전 대구 도심 아파트 값이 오르자 남편과 함께 대구 혁신도시로 이사 왔다. 그는 “여기는 차 없으면 살 수 없는 곳이다. 주말이면 도시가 텅 비고 사람도 없어 율하동에 가서 밥을 먹기도 한다. 지나다니는 택시가 없어서 택시를 타려면 콜택시를 불러야 한다”고 했다. 계속 살 것인지를 묻자 “공기가 좋고 조용하다는 것 빼면 장점이라고는 딱히 없는 베드타운이다. 교육 문제도 있기 때문에 아이가 좀 더 크면 도심에 다시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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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율곡동에 만들어진 경북 혁신도시도 대구 혁신도시와 상황이 비슷하다. 경북 혁신도시는 도심인 김천시청에서 9㎞, 구미시청에서는 30㎞나 떨어져 있다. 대구와 차이가 있다면 인근에 고속철도(KTX) 김천구미역이 있다는 것 정도다. 대구와 경북 모두 허허벌판에 혁신도시를 만들어서 아직까지도 정주 여건이 좋지 않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으로 활동했던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당시 대구 도심에는 빈 건물이 많았는데 이를 이용해 혁신도시를 만들었어야 했다. 도시 외곽에 혁신도시를 만들다 보니 대중교통과 편의시설 등 정주 여건이 미흡해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과 주민들의 불편이 크다. 또 너무 많은 혁신도시로 공공기관이 분산돼 이전 효과가 적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 자리잡지 못하는 공공기관 직원들

정주 여건 개선 속도가 느리다 보니 가족을 동반해 이주하는 직원이 크게 늘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구 혁신도시와 경북 혁신도시의 이전 공공기관 직원의 이주율은 각각 64.8%와 55.1%다. 하지만 가족과 동반 이주한 경우는 각각 37.4%와 29.4%에 그쳤다.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 사이에선 정주 여건뿐 아니라 대구·경북의 보수적인 문화가 공공기관 직원들의 이주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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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주했던 직원이나 시민들의 ‘도심 회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만환 한국정보화진흥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가족들과 함께 내려온 직원들은 학군이나 학원 등 교육 인프라가 잘 안 돼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아직 대구 혁신도시 안에는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영화관, 백화점, 우체국도 없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가족과 함께 대구 혁신도시에 정착했다가 교육 문제 때문에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직원들도 있다. 대구시가 혁신도시에 더 신경을 더 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재범 신용보증기금 노동조합 위원장도 “직원들 일부는 아직도 혼자 원룸에서 살거나 2~3명이서 아파트를 얻어 함께 살다가 주말에 가족이 있는 서울로 올라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퇴근 후에 문화생활도 할 수 없어 답답하다. 형편이 되는 직원들은 교육, 의료, 문화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수성구에 집을 얻어 살기도 한다. 적어도 20~30년, 한 세대가 지나야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 인구·기업·채용 증가는 성과

이렇게 문제점투성이지만, 대구·경북 혁신도시는 분명히 발전하고 있다. 대구 혁신도시 인구는 2015년 말 5922명에서 지난해 말 1만7163명으로 3년 새 3배가량 늘었다. 경북 혁신도시 인구도 같은 기간 9234명에서 2만1203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공공기관 직원·가족 이주율은 낮은 편이었지만 주변 지역에서의 인구 유입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역인재 채용률도 2015~2018년 대구 혁신도시는 18.1%에서 27.7%, 경북 혁신도시는 9.7%에서 23.5%로 증가했다. 혁신도시 입주 기업도 계속 늘고 있다. 올해 1~3월에만 대구 혁신도시에는 20개, 경북 혁신도시에는 3개 기업이 입주했다. 대구 혁신도시와 경북 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의 분양률은 각각 72.7%와 52.1%다. 대구 혁신도시엔 의료기기·제약 기업이 많고, 경북 혁신도시엔 지식산업 업종이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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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의 안착을 위해선 중앙정부의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 개선 등을 위해 2022년까지 4조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혁신도시 종합발전계획(2018~2022년)도 제9차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 송재호) 심의에서 확정됐다. 대구 혁신도시는 첨단의료 융합산업을 특화발전 주제로 선정해 ‘뇌연구 실용화 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또 유전체 관련 연구와 기술개발 등을 위해 첨단의료 유전체 연구소도 설립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대구 혁신도시에 종합병원을 유치하고 산업단지형 공동 직장어린이집을 만들어 정주 여건을 개선할 방침이다.

한국도로공사와 교통안전공단이 있는 경북 혁신도시는 첨단자동차 산업 육성을 테마로 잡았다. 국토부는 경북 혁신도시에 첨단 미래교통·안전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자동차 부품·소재 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또 교통안전공단 등과 연계해 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도 건립할 계획이다.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공공기관 공동 직장어린이집을 만들고, 차량과 자전거 등에 대한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도 구축해 운영할 방침이다.

대구·경북 광역정부들은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규열 대구시 공공기관지원팀장은 “이전기관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대구도시철도 3호선 혁신도시 연장 건설과 혁신도시 복합혁신센터 건립, 혁신도시 근처에 제2수목원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성활 경북도 균형개발과장도 “혁신도시에서 김천 시내로 직행하는 버스 노선을 만들어주고 큰 병원이나 문화시설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많다. 정부에서도 혁신도시가 지역 발전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민간기업 유치 등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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