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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복동 할머니가 롤모델… 전쟁 성폭력 진실 밝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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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김복동 평화상 수상자에

KRCT 활동가 크라스니치-굿맨
한국일보

제2회 김복동 평화상 수상자인 바스피예 크라스니치-굿맨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바스피예는 코소보 내전 성폭력 생존자 중 처음으로 자신이 입은 피해를 국제사회에 공개증언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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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 김복동 할머니를 만났을 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힘이 들 때마다 그 말씀을 되새기면 계속 싸워 나갈 용기가 생깁니다.”

18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만난 바스피예 크라스니치-굿맨(37) 코소보고문피해자재활센터(KRCT) 활동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고 김복동 할머니가 롤모델이라고 했다. 고인이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굳은 의지로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숨이 멎는 그날까지 ‘그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제2회 김복동 평화상 수상자로 코소보 내전 성폭력 피해자인 크라스니치-굿맨씨를 선정했다. 이 상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외 활동가와 여성인권단체에 수여된다. 크라스니치-굿맨씨는 코소보 전쟁이 발생했던 1998년 세르비아 경찰관들에게 납치돼 성폭력 피해를 봤다. 20년 후인 지난해부터 유엔인권이사회 등 해외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피해를 알리기 시작했다. 코소보 내전 성폭력 생존자 중 공개증언에 나선 이는 그가 처음이다.

코소보 내전 성폭력 피해 입고

지난해부터 공개 증언에 나서

“김 할머니가 포기말라 당부해”

크라스니치-굿맨씨가 20년 전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건 십여 년간 긴 법정 싸움을 벌였는데도 가해자들이 무죄 판결을 받고 유유히 풀려났기 때문이다. 그는 1999년 이미 자신의 피해를 유엔과 코소보해방군에 보고했지만 수사는 진전되지 않았다. 사건이 유럽연합 법치임무단(EULEX)으로 이관된 2010년이 돼서야 그는 처음부터 다시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픈 기억을 수십 번씩 다시 증언해야 했지만 오직 가해자들이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텼다. 2013년 겨우 재판이 시작됐다. 그러나 1년 뒤 대법원은 가해자들이 무죄라고 판결했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그는 절망했지만, 마음 한편에 알 수 없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순간, 내가 당한 일과 이 사건에 대한 사법기관의 무관심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미투(#MeToo)운동이 시작되던 2017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해자들을 향한 공개 서한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친구는 물론, 모르는 사람까지 자신을 응원하는 것을 보면서 그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크라스니치-굿맨 씨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 인해 이제 그의 조국 코소보는 전시 성폭력 문제 해결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세르비아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자는 여론도 나온다.

크라스니치-굿맨 씨는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피해자의 침묵을 틈타 가해자들은 역사적 진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더 많은 증언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사회가 피해자들을 낙인찍기보다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 보호해야 합니다.” 정의기억연대는 세계 전시성폭력 추방의 날인 19일 열리는 제1392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시상식을 열 예정이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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