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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중국 자본에... 베트남, 자국 기업 밀려날까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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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으로 향하는 화물차 행렬.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하이퐁=정민승 특파원 /2019-05-1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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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자본과 기업들의 베트남 피란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가뜩이나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에 잠식 당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과거 중국 지배를 받은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반중(反中) 감정이 큰 편이다.

18일 현지 매체 베트남뉴스에 따르면 응우옌 마이 외국인투자기업협회 회장은 “양질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투자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더 이상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묻지마 식’ 진출을 하고 있는 데 따른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마이 회장은 "중국은 베트남에 원자재도 많이 수출하고 있다"라며 "생산지를 '메이드 인 베트남(Made in Vietnam)'으로 세탁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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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2019년 베트남 투자 현황. 김경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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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중국의 베트남 투자는 폭발적 증가세에 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말까지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67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9%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급등세를 견인한 것은 중국 자본이었다. 중국 국영기업의 투자 규모는 20억2,000만달러로 4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인 홍콩이 등록한 FDI 규모(50억8,000만달러)를 더하면 전체 투자금액의 절반에 육박한다. 특히 중국 본토의 신규 FDI 규모만 놓고 보면 15억6,000만달러로, 작년의 5.5배에 달한다.

특히, 매체는 "과거 중국의 대 베트남 투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투자였다"며 "하지만 최근엔 지분 매입 등 대기업들의 진출도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중국 자본에 의한 베트남 기업들의 잠식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지에서는 중국 자본의 베트남 진출이 베트남의 환경오염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베트남 투자청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며 “베트남과 같은 저개발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 확대는 (오염을 유발하는) 재래기술을 이용한 생산시설 이전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급증하고 있는 중국 투자에 대해 주 베트남 중국 대사관 관계자는 "중국의 베트남 투자는 2017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전년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며 "하지만 대 베트남 투자 증가와 (미중) 무역 마찰 사이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미국이 중국산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된 무역전쟁 이후 중국 기업들의 베트남 이주는 본격화했다. 북동부 하이퐁 지역의 중-베 경제특구의 경우 작년 초까지 입주 중국 기업은 5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7월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전자부품 업체 등 중국 기업 16곳이 새로 입주했다. 또 최근에는 쉬러장 중국 전국공상연합회 부회장이 40여명의 주요 기업 대표단을 이끌고 베트남을 방문, 베트남 상공인연합회(VCCI)와 협력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