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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소액 해외송금업체 우후죽순…부실 솎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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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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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업체 A사는 2017년 기획재정부에 소액 해외송금업자로 등록했다. 등록 요건은 자기자본 20억원 이상이면서 외환 전문 인력과 전산망 등을 갖추는 것이었다. 그러나 A사는 2년 가까이 적자에 시달리면서 자기자본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기본적인 자기자본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한 핀테크 해외송금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A사처럼 자기자본 요건 등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하면서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핀테크 해외송금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실시해 이들을 적발했다.

금감원은 최근 글로벌머니익스프레스를 비롯해 한패스, 지머니트랜스퍼, 센트비 등 8개 해외송금업체에 대해 현장 검사를 실시했다고 18일 밝혔다. 글로벌머니익스프레스, 한패스, 지머니트랜스퍼, 센트비는 지난해 송금액 기준 1~4위 업체다. 2017년 7월 소액 해외송금업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한 금감원 검사는 처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송금업체를 상시 감시하던 중 일부 업체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정황을 발견해 현장 검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국내 소액 해외송금 시장은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급격히 성장했다. 소액 해외송금업 제도는 금융사가 아닌 핀테크업체가 이용자 한 명당 건당 3000달러, 연 3만달러 이하로 해외송금을 허용한 제도다. 은행에서 송금하면 상대방이 돈을 받을 때까지 2~3일이 걸리지만, 핀테크업체를 이용하면 빠르면 10분 안에 가능하다.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면 곧바로 송금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으로 2017년 4분기 1400만달러에 불과하던 해외송금업자를 통한 송금은 올해 1분기 3억6500만달러로 25배 이상 늘었다. 당시 12개였던 업체는 올해 5월 25개로 늘었다.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와 외국에서 이민·유학 온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송금업체들 주요 고객인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8.5% 늘었으며, 2017년에는 218만명에 달했다.

문제는 관련 시장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데 비해 영세한 업체가 많고 관련 제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소액 해외송금업체는 자기자본 20억원 이상(해외송금 업무만 하면 10억원)이고, 자기자본 대비 부채총액 비율 200%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자본이 기준치의 70% 이하로 떨어져선 안 된다. 그러나 금감원 검사 결과 부채비율은 물론 자기자본이 법에서 정한 기준의 절반 이하인 곳이 상당수에 달했다.

금감원이 이 같은 검사 결과를 기획재정부에 알리면 기재부는 이를 바탕으로 업무 정지나 등록 취소를 할 수 있다. 현재 핀테크 해외송금업체 검사 권한은 금감원에 있으나 업체 등록·취소 권한은 기재부에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또 핀테크 해외송금 업체의 자금 세탁 방지 현황을 검토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업체를 검사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는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법)'상 고객 신원을 확인하고 금융거래 목적 등을 파악하는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있다. 불법 거래로 의심될 때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비대면 거래 방식인 핀테크업체 특성상 고객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워 명의 도용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특유의 송금 방식인 '풀링(Pooling)'은 자금 세탁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풀링은 일종의 '공동구매'로 여러 사람 돈을 모아 한 번에 보내는 방식이다. 발생한 수수료를 여러 명이 나눠서 부담해 개인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마약대금 등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섞일 우려가 있다. 업체들이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10억원에 가까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업체들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잘 지키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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