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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내리막 여자축구, 앞으로 10년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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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

2019 월드컵 3패로 A조 최하위 탈락

과거 17살·20살 월드컵 주역에 의존

세대교체 실패, 저변은 갈수록 취약

WK리그 대교 해체 큰 축 무너지고

정규 시상식, 출범 10년 행사도 없어

“연맹 집행부 혁신부터 새판 짜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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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가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 조별리그 3패로 탈락했다.

승패에 연연해 할 필요는 없지만 한국 여자축구를 아끼는 사람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한 축구인은 “지난 10년간 무엇을 했는가? 단물만 빨아먹고 대책은 없었다. 앞으로 10년간 침체기를 걸을 것 같다”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을 위해 대표팀을 급조했던 한국 여자축구는 희망에 찬 시절이 있었다. 아줌마 축구단 소식이 언론에 등장하고, 대표팀 초청 국제대회가 열리는 등 2000년대 들어 바짝 활기를 띠었다. 2003년에는 처음으로 대표팀이 여자월드컵에 출전했고, 축구인들 사이에서 “한국 여자가 남자보다 세계 정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2009년 오랜 준비 끝에 여자축구 WK리그가 출범한 것은 가장 큰 사건이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여자축구는 내리막길이었다. WK리그는 8개 팀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대제철과 함께 여자축구를 이끌어온 명문 이천 대교가 2017년 해체돼 무게감이 약해졌다. 정규리그 시상식도 없고, 올스타전 행사도 들쭉날쭉하면서 여자축구연맹은 스스로 위상을 떨어뜨렸다. 10년째를 맞이한 WK리그의 기념행사를 한다는 얘기도 없다. 현장의 지도자나 선수들이 신뢰를 보낼 리 없다.

2011년 초등학교 23개팀(471명)은 2018년 18개팀(378명), 중학 18개팀(442명)은 17개팀(349명), 고교 16개팀(345명)은 15개팀(349명)으로 줄었다. 대학은 6개팀(155명)에서 10개팀(224명)으로 늘었지만 수원지인 초·중·고팀이 줄어들면서 기초가 허약해지고 있다.

대표팀 전력도 한계에 이르렀다. 윤덕여 감독은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지소연 김혜리 등 2010년 20살 이하 월드컵 동메달 선수, 이금민 이소담 등 17살 이하 월드컵 금메달 선수들을 데리고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대교체 실패 등으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짐을 쌌다. 지소연 세대가 은퇴하면 팀을 재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게 뻔하다.

여자축구는 잠재력이 큰 종목이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축구의 역동성이 갖는 매력도 크다. 신세계에서 매년 20억원씩 100억원을 여자축구대표팀을 위해 쓰겠다고 발표한 것이 방증이다.

하지만 여자축구 전문성이 전혀 없는 연맹 수뇌부와 지도자의 전망 부재 등으로 긴 침체기가 불가피하다.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허송세월의 역풍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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