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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재미 "이런 직업이었군요" [TV에 밑줄 긋는 여자]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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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드라마의 기준은 무엇일까. 드라마를 만드는 이의 제일 큰 고민 중 하나는 ‘드라마 왕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에서 ‘재미있는 드라마’를 내놓는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가 방송국 내에서 불문율처럼 내려오는 말이지만 매번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나 시청률이 어느 정도 담보되는 비슷한 설정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고려하면 이런 말은 아주 오래된 ‘옛날 옛날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재미있는 드라마는 무엇일까?

단 두 음절의 ‘재미’라는 이 짧은 단어가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낳는 현실을 돌이켜 보건대, 많은 이가 공감할만한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제작하는 사람만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 순 없다. 많은 이들이 좀 더 즐겁고 유쾌하게 볼 수 있고, 그러면서도 의미 있는 작품, 그것이 대중문화인 드라마가 가져야 하는 숙명적인 재미가 아닐까.

하지만 말은 쉽다.

JT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매주 금·토요일 오후 11시)은 의원 보좌관 장태준(이정재 분·사진)을 중심으로 국회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배우 이정재의 10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일찌감치 기대감을 내뿜었던 ‘보좌관’은 빠른 이야기 전개와 뉴스를 통해서 자주 접했던 정치적인 이슈들이 국회 내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해결되어 가는지, 베일에만 쌓였던 그 과정을 공개하면서 시청률을 단박에 끌어들였다.

드라마의 중심축을 이루는 주인공 장태준의 직업이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앞서 국회의원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몇몇 작품이 있었다. 대신 그 옆을 보좌하면서, 보이지 않은 곳에서 많은 일을 해내는 보좌관이라는 직업의 속내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이 드라마의 초반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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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드라마 MBC ‘ 봄밤’(매주 수·목요일 오후 9시) 역시 마찬가지다. 드라마 중반 후 두 남녀의 사랑에 이야기가 쏠리고 있지만 초반에는 평소 자주 보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도서관 사서 이정인(한지민 분·사진)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평소 도서관에 자주 가는 필자는 친한 사서 4분과의 대화를 통해 드라마와 실제의 간극에 대해 미니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그들과의 인터뷰 중 기억에 남는 질의와 응답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기록한 부분이다.

필자: 드라마처럼 실제로 남자 친구가 도서관에 찾아오는 일이 있는지?

사서1: 도서관이란 곳이 개방적이긴 하나 좁은 공간이기에 남자 친구나 사귀는 사람이 직접 찾아오는 일은 흔하지 않다. 올 수도 있겠지만 서고나 열람실 내에서 서로 아는 척을 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도서관이 생각보다 굉장히 좁다.

필자: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의 좋은 점이라면?(애정관계면에서)

사서2: 사실 소개팅이나 누군가의 만남에서 ‘사서’라고 하면 책을 좋아하거나 그쪽 분야에 관심이 많거나 혹은 굉장히 지적일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특히 소개팅 등에서 이성을 만났을 때 ‘책을 좋아하시나 봐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필자: 주말에도 근무를 하는 일이 많아서 연애생활에 지장이 많을 듯하다. 어떤가?

사서3: 사실 안 그런 분도 있지만 주말 근무로 연애생활에 약간의 지장은 있다. 남자 친구가 일반 직장인이면 주말에는 대부분 쉬니까 그렇다. 하지만 월 2회 주말 근무이고, 평일에 쉬는 날이 있기에 이 점을 잘 활용하면 크게 무리는 없지만,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필자: 마지막으로 드라마 봄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사서4: 먼저 예쁜 배우 한지민씨가 사서 역할을 한다고 해서 기뻤다. 하지만 사서 업무보다 연애에 치중된 이야기 전개(이런 멜로 드라마가 어쩔 수 없지만)가 다소 아쉬웠다. 사실 사서는 책을 옮기는 등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치렁치렁한 액세서리나 치마, 높은 하이힐 등을 착용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도 조금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된 ‘판타지’라는 이야기가 있다. 분명 드라마는 현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현실 그대로를 묘사하는 장르는 아니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하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전혀 겪어보지 못했던 직업의 세계를 아는 것도 그런 게 아닐까 한다.

오늘밤은 또 어떤 드라마를 보며 ‘재미’를 찾을 수 있을지 편성표를 살짝 뒤져본다.

※색다른 인터뷰에 재미있게 응해준 네분의 사서께 감사 드립니다.

이윤영 작가, 콘텐츠 디렉터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JTBC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MBC ‘봄밤’ 캡처

*이 작가는 방송과 영화, 책 등 다양한 대중 콘텐츠를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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