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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세계 전기 배터리 시장은 '땅 따먹기' 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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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LG화학의 오창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모습. [사진 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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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업체 간 손 잡기가 확산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시장에 영향력이 큰 회사와 '연합군'을 구성해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전략이다.

LG화학·SK이노 글로벌 합작법인 시동


LG화학은 중국 지리자동차와 손잡았다.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안정적인 배터리 판매처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EV세일즈에 따르면 지리자동차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전기차를 많이 판 업체다. 중국 업체 중에선 비야디(BYD), 베이징자동차, 상하이자동차에 이어 네 번째다.

LG화학과 지리자동차는 각각 1034억원을 출자해 지분을 절반씩 갖기로 했다. 공장 부지와 법인명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공장은 올해 말 착공할 계획이다. 두 업체는 2021년까지 연간 배터리 생산량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는 거 목표로 한다. 중국 정부는 현재 자국 배터리 업체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2021년에는 이러한 정책이 사라진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차별 정책 철폐에 맞춰 사전에 안정적인 공급라인을 확보하겠다는 게 LG화학의 계산이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지금처럼 정치 상황이 어려운 시기에도 지리자동차가 LG화학과 합작법인 설립을 결정한 것은 배터리 품질과 물량 관점에서 한국 업체의 높은 경쟁력이 인정받은 결과"라며 "지리자동차는 중국의 보조금 제도가 사라지면 중국 배터리 업체를 계속 쓸 이유가 없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투자도 발 빠르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과 협업하기로 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폴크스바겐의 합작법인 설립 얘기는 지난해부터 관심을 끈 '빅딜'"이라며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이르면 올해 안에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도 폴크스바겐과의 합작법인 설립과 관련해 최근 “기본 조건은 이미 합의가 됐다"고 말해 '빅딜' 성사가 임박했음을 공언했다. SK이노베이션과 폴크스바겐의 합작법인은 유럽 지역 전기차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헝가리에 16GWh 규모의 공장을 세운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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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 모습. [사진 폴크스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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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확보 경쟁, 합작법인이 해법


완성차 업체-배터리 업체 간의 합종연횡은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수주불안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22년이면 전 세계에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707GWh가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수요는 700GWh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2023년부터는 공급은 776GWh, 수요는 916GWh 규모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가 없어서 전기차를 못 만드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2020년 생산될 폴크스바겐 전기차에는 삼성SDI와 LG화학, CATL이 만든 배터리가 들어갈 예정인데, 폴크스바겐 쪽에서는 필요한 물량을 아직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장 2023년 배터리 수주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 배터리 수급에 대한 공포가 큰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폴크스바겐이 지난 3월 스웨덴의 신생업체 노스볼트(Northvolt)와 함께 '유럽배터리연합'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까닭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폴크스바겐은 2020년부터 원자재와 셀 기술,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포괄적인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약 10억 유로(1조 3000억원)를 투입해 독일에 배터리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조현렬 삼성증원 연구원은 "최근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 특징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의 합작법인 설립"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한 번에 많은 양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받아야 하는데 공급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자동차 업체가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위해 배터리 업체와 계약을 맺고 생산된 배터리 전량을 받는 계약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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