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스포트라이트 받는 곳을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들 이야기"
드라마 '보좌관' |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다선 의원 부럽지 않은 존재감을 자랑하는 능구렁이 특보급 보좌관부터 누군가에게 줄 대지 않으면 다음 선거가 걱정인 초선 비례의원까지.
JTBC 금토극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에는 그야말로 여의도의 온갖 정치군상이 그대로 녹아 있다. 오랜만에 돌아온 정통 정치드라마라 반갑기도 하지만, 꽤 디테일한 인물 설정과 에피소드에 더욱 눈길이 간다.
드라마 '보좌관' |
주인공이자 송희섭(김갑수 분) 의원실의 야망 넘치는 수석 보좌관 장태준(이정재)은 뛰어난 직관과 냉철한 판단력, 그리고 적기를 놓치지 않는 행동력을 모두 갖춘 인물이다. '보좌관 하나만 잘 둬도 4년 농사 풍작'이라는 말은 송희섭을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하거나 반드시 악하지만은 않은 장태준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준 이성민(정진영)을 등지고 송희섭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여의도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국감 파행을 막고자 송희섭이 부강전자 노조 시위대를 찾아가 심기를 긁은 후 폭력 사태가 벌어지게 한 것도 장태준이었다. 이따금 볼 법한 '정치쇼'의 한 사례이다.
이렇듯 과정에는 악이 개입됐으나, 결국 송희섭은 위기에서 벗어났고 이성민과 강선영(신민아)은 원한 질의를 마치는 데 성공했다. 국감 후 대폿집에서 술 한 잔 기울이는 성민을 찾아간 장태준의 모습은 선과 악, 과정과 결과, 이상과 현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드라마 '보좌관' |
제목은 '보좌관'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국회의원들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담겼다. 실제 보좌관 출신 정현민 작가가 집필해 화제가 된 KBS 2TV '어셈블리'(2015)가 의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보좌관을 더 중점적으로 그린 것과 대조적인 부분이다.
대한당 원내대표이자 4선 의원 송희섭은 눈웃음만 봐도 징그러운, 부끄러움을 모르는 탐욕가다. 청와대에서 칠순 잔치를 꿈꾸는 그는 태준이 꼭 필요하지만, 자기보다 주목받는 건 또 싫다. 그야말로 정치인의 '본능'을 대변한다.
그와 대척점에 선 대한당 환경노동위원회 상임위원장 조갑영(김홍파) 역시 상대를 이용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는 기회주의자이다.
물론 정반대 인물도 있다. 정의감은 넘치지만 권력에는 욕심 없는 초선 의원 이성민은 "한 번 했으면 됐지 뭘 또 하느냐"며 의정 활동에만 충실하다. 물론 이런 의원도 현실에 소수지만 존재한다.
드라마 '보좌관' |
태준과 비밀 연인 관계인 강선영 의원은 현실에서 더 찾기 쉬운 인물이다. 초선 비례의원으로 조갑영과 손잡고 당 대변인 자리에 오른 그는 태연한 척해도 '여성', '비례'라는 틀에 갇혀 수명 연장에 대한 걱정을 늘 품고 있다. 상임위에서도 국감장에서도 그때그때 이익에 따라 지략을 발휘하는 모습에서 읽힌다.
디테일한 인물 설정 외에 의원실 간 천차만별인 근무 환경과 보좌관 간 눈치 게임, 상임위별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치열한 기 싸움, 국감 시즌 '나 죽었다' 하는 보좌진 모습 등이 극화한 부분을 제외하면 상당한 리얼리티를 자랑한다.
JTBC 드라마국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여의도는 늘 언론에 노출되는 곳인데, 그곳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보좌관들 이야기를 하는 게 이 작품 매력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이 작품은 정치적인 주장을 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다. 의원이든 보좌관이든 다양한 인물 군상의 언행을 통해 시청자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질문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드라마 '보좌관' 비하인드 컷 |
주연인 이정재와 신민아 역시 '보좌관'은 남다른 도전이다.
10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이정재는 기대한 만큼 남다른 무게감으로 극을 견인한다.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관계자는 "배우가 실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와 단어들을 일일이 찾아보고, 정치 이슈에 대해 더 상세히 알기 위해 다양한 영상 자료를 참고하는 등 내용 숙지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신민아 역시 기존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차분함으로 돌아왔다.
그의 소속사 에이엠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배우가 자신 있는 것만 하기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했다. 전문직 역할이 잘 어울릴지 고민을 많이 하면서도 어려운 도전을 선택했는데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아 감사하다"라고 했다.
인물, 스토리, 연기 삼박자를 갖춘 '보좌관'은 첫 회 시청률 4.4%(닐슨코리아 유료가구)를 기록하며 JTBC 역대 드라마 첫 방송 최고 성적을 냈다. 2회 역시 4.5%로 순항을 예고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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