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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지자체, 청년을 잡아라]부산 토박이 청년들, 왜 문경으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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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연계해 각종 정책 지원

시골파견제 1기생들 “만족감”

취업난·인구난 해소 상생 주목

경향신문

지난 2일 경북 문경 산양면의 한옥카페 ‘화수헌’을 운영하는 청년들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들은 “힘든 점은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왼쪽에서 세 번째가 김보민씨. 백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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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환대가 큰 힘이 됐어요. 처음에는 조금 두려웠지만 점차 시골 생활에도 자신감이 생기고요.”

지난 2일 경북 문경 산양면 불암리에서 만난 배다희씨(24)는 시골 생활이 어떠냐고 묻자 “여기서 계속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은 부산이다. 배씨는 지난해 초부터 창업을 준비해 8월부터 친구들과 함께 문경에서 한옥카페와 지역 예술가의 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에서 서로 다른 대학을 졸업한, 문경엔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 토박이 청년 5명은 뒤늦게 의기투합했다. 도시에서의 날선 취업 경쟁과 상명하복식 직장문화에 지쳐 있던 차에 경북도의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공고에 눈이 꽂혔기 때문이다. 한옥카페와 매장은 각각 전통한옥과 비어 있던 일제 금융조합사택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청년들의 감성이 반영된 독특한 공간은 문경 여행 때 꼭 들러야 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처음엔 시골에 왜 가느냐며 말렸던 가족이나 친구들도 지금은 믿고 지켜보게 됐다고 한다.

김보민씨(28)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5년차 직장인’ 명함을 던지고 시골행을 택했다. 배씨가 운영하는 편집숍에서 차로 5분가량 떨어진 곳에서 ‘자매 매장’인 한옥카페 ‘화수헌’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 청년 5명은 2년간 경북도로부터 정착비·사업지원비 등으로 1인당 6000만원씩 지원받고, 전문가를 통한 컨설팅 도움도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초창기엔 가게 홍보에 어려움이 컸지만, 지금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입소문을 타고 제법 알려져 주말에만 700~800명이 찾을 정도”라면서 “힘든 점은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업 떡을 들고 어르신들을 찾아다니고 회의나 마을 제사에도 참여하는 등 ‘마을주민’이 되려는 노력에, 주민들도 ‘청년들이 오니까 활기가 넘친다’고 응원해줬다”면서 “손님이 늘어 주차공간이 부족하자 주민들이 앞장서서 주차장을 지어주고 있을 정도”라고 자랑했다.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는 인구유출이 심화되는 경북도가 청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절박함에서 만든 정책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전망한 30년 내 소멸위험 상위 10개 지방자치단체 명단에 경북은 23개 시·군 중 7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2017년 전국 최초로 사업을 시행한 이래 배씨나 김씨처럼 시골로 파견된 ‘도시청년’은 올해 현재까지 149명(85개팀)에 이른다. 경북에서 시작된 청년 일자리 씨앗은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7월부터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으로 이어받으며 전국에 싹을 틔우고 있다.

지자체들의 ‘청년 잡기’에 힘과 속도가 붙고 있다. 그 초점도 1회성 현금 지원보다는 일자리로 옮겨지고 있다. 청년들의 존재가 지역의 활력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주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취업난과 자기주도적 삶에 목마른 전국의 청년들과 인구유출의 답을 갈구하는 지자체의 상생과 동행인 셈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수도권을 100으로 했을 때 비수도권의 인구는 1993년 55.7%에서 2018년 50.4%로 떨어졌다. 비수도권의 20~30대는 2018년에 수도권 대비 46.7%까지 내려가 지방 유출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 고용정보원 김준영 연구위원은 “청년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지역 자원을 잘 활용한다면 상생 모델이 될 수 있다”며 “정주 여건과 지역별 특화 산업을 함께 발전시키는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경열·박태우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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