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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멘토 손봉호 “전광훈 목사 거짓말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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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결합한 종교는 결국 타락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일 없어야

예수도 정치적 메시아 역할 거부

한기총은 기독교 대표 기능 상실

정치인도 종교에 기대지 말아야

중앙일보

서울 일원동 밀알학교에서 만난 손봉호 교수는 ’종교가 정치적 이념과 결합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정치 이념 자체가 종교처럼 절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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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밀알학교에서 손봉호(81, 서울대 명예교수) 고신대 석좌교수를 만났다. 손 교수는 2011년부터 ‘한기총 해체’ 운동을 펼쳐 왔다. 최근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기총은 손 교수에 대해 강력 대응하기로 결의한 상태다. 손 교수에게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물었다.



Q : 전광훈 목사의 최근 정치적 발언을 어떻게 보나.

A : “좋게 해석을 하려고 한번 시도해 보자. 전 목사는 아주 보수적인 이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 정권이 나라를 북한에 내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나름대로 그걸 막고자 한다. 적어도 그건 대단한 애국심이다. 애국심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런데 그걸 ‘기독교’의 이름으로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기독교가 정치 문제에 개입할 분야는 국한돼 있다.”




Q : 기독교가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인가.

A : “인권과 정의, 그리고 평화다. 가령 정치단체나 정부, 혹은 국가가 인권을 유린할 때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이 그랬다. 상당수 국민이 말하고 싶어도 두려워서 말하지 못할 때, 종교가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가 절대 개입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당(私黨) 정치다. 기독교 전통으로, 교회의 이름으로 한쪽 정당 편을 드는 것을 해서는 안 된다.”




Q : 만약 그럴 경우 어떤 부작용이 생길까.

A : “우리나라는 다종교 사회다. 한국 사회만큼 종교 간 갈등이 없는 나라도 드물다. 그런데 기독교가 한 정당을 지지하고, 그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떻겠나. 다른 종교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종교가 정치권력과 손을 잡는 순간, 우리 사회에는 갈등이 시작된다. 이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Q : 그게 왜 그토록 위험한가.

A : “기독교가 어디에 가장 초점을 두나. 하늘나라다. 그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초월해 있다. 하나님 나라는 세상 권력과 관계가 없다. 그러나 종교가 이념과 결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념은 항상 정치적 색깔을 띤다. 종교와 이념이 결합하는 순간, 그 정치 이념 자체가 절대화된다. 답은 뻔하다. 종교는 결국 타락하고, 사회는 위험해진다.”


손봉호 교수는 예수 당시의 일화를 꺼냈다. “예수님 시대에 바리새인들은 정치적 메시아를 기대했다. 하나님의 능력을 동원해 로마를 물리치고, 다윗과 솔로몬의 영광을 회복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예수의 행보는 달랐다. 과부와 고아, 병든 사람들과 함께 다니며 활동했다. 그걸 바라보던 유대인들은 몹시 기분 나빠했다.”

고린도전서 1장에는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그리스인에게는 어리석은 것이요’라는 구절이 있다. ‘거리끼다’는 말이 그리스어로 ‘스칸달론’이다. 영어 ‘스캔들’의 어원이자 ‘기분 나쁘다’ ‘재수 없다’는 뜻이다. 손 교수는 “유대인은 예수님을 ‘재수 없는 놈’으로 봤다. 그들은 이스라엘을 강대국으로 만들길 기대했는데, 정작 예수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위해 살다가 십자가에 못 박혀 치욕적인 죽음을 맞이했다”며 “그러니 기독교는 세속적인 정치에 대해 가장 거리를 둬야 하는 종교다. 예수님 당신이 몸소 정치적 메시아를 거부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전광훈 목사의 논란이 되는 행보에 대해 교계의 신망 받는 원로들이 18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손 교수는 “제 주위에 있는 교인들은 ‘부끄럽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전광훈 목사의 발언이) 너무 수준이 낮고, 너무 교양이 없기 때문이다”고 아쉬워했다.



Q : 교양이 뭔가.

A : “간단하다. 자신의 말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는 거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거다. 그게 교양이다.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세 가지다. 첫째 예의에 어긋나는 것, 둘째 윤리에 어긋나는 것, 셋째 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예의 없이 행동할 때 우리는 ‘교양 없다’고 말한다. 한기총은 이제 군소교단의 집합체다. 기독교를 대변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전 목사가 기독교계의 대표인 양 발언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건 비윤리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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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11일 청와대 인근 단식농성 천막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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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은 출범 초기만 해도 개신교계의 대표 연합기관이었다. ‘금권선거’와 ‘이단 교단 회원 인정’을 둘러싸고 심한 내홍을 겪었다. 지금은 주요 교단이 모두 탈퇴하고 군소교단만 남았다. 예전 규모의 30%에도 못 미친다. 개신교계의 대표성은 이미 상실한 상태다.



Q : 전광훈 목사는 자신의 명의로 성명을 발표할 때도 서두에 ‘1200만 성도 여러분, 30만 목회자 여러분, 25만 장로님 여러분!’이라고 강조한다. 일종의 ‘세력 과시’ 아닌가.

A : “맞는 말이다. 언뜻 보면 이게 다 ‘표’로 보인다. 그래서 정치인들도 (전광훈 목사를) 차마 무시하지 못한다. 실제로 상당한 기독교 세력을 등에 진 것처럼 보이니까.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현실은 이것과 전혀 다르다.”




Q : 현실은 어떤가.

A : “정치인들이 상당한 착각을 하고 있다. 담임목사가 교회에서 한마디 하면 교인들이 모두 따라서 투표를 하는 줄 알고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건 극소수 교회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선거는 잠깐 부는 바람이고, 교회는 지속적으로 경영해야 하는 대상이다. 담임목사라 하더라도 ‘누구를 찍으라’고 결코 말하지 못한다. 물론 말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자꾸 엉뚱한 기대를 한다.”




Q : 보수층에서는 이런 지적도 한다.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 때 정의구현사제단이 정치적 발언을 할 때는 괜찮고, 전광훈 목사가 정치적 발언을 하는 건 문제인가. 그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어떻게 보나.

A : “그건 내용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 가령 정의구현사제단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인권을 보호하라거나, 전쟁을 하지 말라는 발언을 했다면 비판할 수 없다. 종교가 ‘인권’이나 ‘전쟁 반대’ 등 보편적 동의를 얻는 사안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발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는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해서 비판적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도 저는 비판한다. 동시에 북한에 식량을 보내는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 저는 찬성한다. 그 둘 다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Q : 전광훈 목사는 모두 네 차례 기독교 정당을 설립해 총선을 통한 원내진출을 시도했다. 다음 총선에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A : “종교의 정치세력화는 금기 중의 금기다. 이건 모든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막아야 한다. 왜 그런가. 굉장한 독단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가 이념과 결합한 상태에서 ‘순교 정신’이 강조되면 엄청난 비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 종교는 돈과 명예와 권력 등 ‘세상적인 것’에 대해서 거리를 둬야 한다. 그래야 종교가 종교로 남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종교로서도 끝이고, 정치와 사회까지 위험에 처하게 된다.”




Q : 종교와 이념이 결합하면 독이 된다고 했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A : “철학에서 ‘이론’은 ‘시어리(Theory)’다. 시어리는 논리적이고 객관적이고 냉정해야 한다. 그런데 거기에 정치적 확신이 들어가면 ‘이데올로기(이념)’가 된다. 이데올로기에 빠진 사람들은 자기 이념이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어리(이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데올로기에 빠져 있다고 믿는다. 카를 마르크스도 그랬다.”




Q : 카를 마르크스는 어땠나.

A : “자신의 학문은 ‘과학’이라고 불렀고, 다른 사람의 주장은 모두 ‘이데올로기’라고 칭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마르크스의 이론이 역사적으로 이데올로기가 되고 말았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보수에게 물어도, 진보에게 물어도 똑같이 답한다. 자신의 생각은 과학이고, 상대방의 생각은 이데올로기라고 말한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시어리’가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게 우리의 출발선이어야 한다.”


손봉호 교수는 ‘한기총과 전광훈 목사’건이 “더 큰 문제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목사가 너무 지나치게 (발언과 활동을) 한 까닭에 오히려 반작용이 커져 버렸다. 전 목사와 한기총은 자기 자신을 향해 굉장한 손해를 끼쳤고, 대표성을 상실한 한기총이란 단체가 역사적으로 소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그 와중에 한국 기독교(개신교)는 데미지(타격)를 입었다. 비기독교인이 보기에 ‘기독교는 아주 수준이 낮은 종교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손봉호
1938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사범대 사회교육과 교수와 동덕여대 총장을 지냈다. 총장 재직 시절 학교에서 제공한 총장용 고급 승용차를 거절하고, 오랫동안 타고 다닌 작고 낡은 자동차를 손수 운전하며 다녔다. 2011년부터 한기총 해체 운동을 펼쳐 왔다. 지난해 명성교회 부자 세습에 대해서는 “신사참배보다 더 부끄럽다”며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현재 고신대 석좌교수이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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