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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사이언스온고지신]사회참여적 혁신기술로 변화하는 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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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센터장


10진법은 전 세계의 인류가 널리 사용하며 잘 알려져 있지만 고대에 수학이 발달한 바빌로니아에서는 60진법을 썼다. 현재에도 시간, 방위에는 60진법이 남아있는 이유이다. 중국에서 비롯된 60갑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 원자력이 60년의 해를 지났다. 지난 60년간 국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원자력은 이제 정부 정책과 4차 산업화의 물결로 R&D의 반환점을 맞았다. 원자력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연구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을 수립, 추진해야만 한다.

돌이켜보면, 우리 원자력 기술은 경제와 산업 전반에 걸쳐 빛나는 족적을 남겼다. 1990년대까지 국내 유일의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원전기술자립의 요체인 한국표준형원전 개발 성과 등을 통한 기술 자립을 이룩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9년 요르단연구용원자로 수출, 2015년 한-사우디 스마트(SMART) 상용화 공동 추진 등을 통해 기술 세계화에 성공하며 대한민국을 원자력 강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지난 날 눈부신 성과를 뒤로 하고, 원자력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은 물론이거니와 '안전' '혁신' 등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원자력의 새로운 역할을 다짐해야 할 때이다.

먼저,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과학기술로 거듭나고자 한다. 원자력연구원은 이제 정부와 대중이 요구하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한 연구개발(R&D)로의 재편을 모색하고 있다. 원자력 R&D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우리 연구원은 안전 한국이라는 오늘날의 지향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원전 발생 폐기물의 안전 처분과 시설 내진 성능 강화, 방사능 방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으로 원자력 안전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둘째, 사회현안 해결에 앞장서는 과학기술로 거듭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진, 미세먼지 등 과거에는 경험한 적 없는 여러 자연적, 환경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원자력 기술 연구의 최전선에 위치한 연구원을 비롯한 원자력계 유관 기관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사용후핵연료의 이송 및 처분에 필요한 기술과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처리 기술 개발 등은 원자력계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이에 대한 기술적 해법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방사선 융·복합 기술을 기반으로 한 보건·의료·생명공학 등 첨단 과학 분야 성과 창출에 힘씀으로써 원자력의 기술적 가치를 사회 발전에 환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끝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는 진취적인 과학기술로 거듭나고자 한다. 그동안 원자력 발전이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여 왔다면, 이제는 원전이 수출 효자상품이 될 수 있도록 기술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향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 해체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 경쟁력의 국제적 우위를 지속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중이다. 아울러 가까운 미래에 기술적 수요가 예상되는 대양(大洋)과 우주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담론을 진행하고, R&D에 돌입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원자력이 지나온 60년은 개발을 통한 성장의 시기였다면 현재부터 펼쳐질 미래는 인류가 함께 살아가는 지구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원자력 R&D는 깨끗한 지구 환경을 지키는 안전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지속할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나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 생활하는 때가 온다면 원자력이 인류에 주는 혜택이 지구를 벗어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미래전략본부장 limcy@kae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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