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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부 멈춰세운 '100만' 홍콩시민의 힘… 앞으로도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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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홍콩 정부, 송환법 개정 무기 연기에도 '완전 철회' 안해
시민 저항 의식 부활, '중국화' 정책과 계속 마찰 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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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집회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사진=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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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가 논란이 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개정 절차를 중단했지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염원하는 홍콩인들과 친중국 성향의 홍콩 지도부간의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홍콩 정부가 개정안 처리를 보류하면서도 '완전한 철회'에는 선을 긋고 있어 이 법안과 관련한 충돌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또 이번 논란의 기저에 최근 수년간 누적된 '친중국화' 정책에 대한 홍콩인들의 불만이 깔려 있어 현 홍콩의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오는 2047년 시한이 다가올수록 양측의 충돌 지점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홍콩 정부, '법안 보류' 했지만 '법안 철회'는 부정= 16일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 송환법 보류를 전격 발표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소통 부족' 등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법안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람 장관은 "우리는 여전히 (홍콩의 법과 범죄인 인도 제도의) 허점을 막아야 한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법안이 철회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논의 시한을 제시하지 않아 상당 기간 입법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홍콩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 번화에 따라 재추진 가능성은 열어준 둔 셈이다.

지난 12일 법안 심사를 막기 위해 입법회 주요 진입 도로를 점거했던 시위를 경찰이 '폭동'을 규정한 데 대해서도 공감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람 장관은 "공격적인 무기가 경찰관들을 공격하는 데 사용됐다"면서 "경찰관들이 법을 집행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송환법 추진을 보류하기는 했지만 시위대에 대해선 두둔할 생각이 없다는 말로 해석된다.

시위대들도 정부 의도를 여전히 불신하고 있다. 17일 예정됐던 총파업 계획은 철회할 것으로 보이지만 16일 집회는 예정대로 한다.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 의장은 람 장관의 법안 추진 중단 발표 몇 시간 전 언론에 "홍콩 주민들은 본토 정부가 먼저 강경하게 움직인 뒤 절차를 질질 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것은 그들의 전술이다. 홍콩인들은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콩 정부가 법안을 완전히 철회하지 않을 경우 다시 파업과 휴업 등을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시위가 계속될 경우에는 뜻밖의 변수가 발생해 대립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날 늦은 오후 홍콩 정부 청사 인근 애드미럴티의 유명 쇼핑몰 퍼시픽 플레이스 4층 바깥에서 30대 남성 량 모씨가 송환법에 반대하는 고공시위를 벌이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람 장관의 '철회' 부인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재입법을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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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이 16일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에 참석하기 앞서 전날 오후 늦게 고공 시위 중 사망한 한 시민을 추모하기 위해 꽃을 놓고 있다. /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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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화 정책' 누적 불만 폭발… 홍콩 저항 의식 부활 = 송환법 시위에 수많은 홍콩 시민들이 참여한 데는 2014년 '우산혁명' 시위 이후 '홍콩의 중국화'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된 데 따른 누적된 불만이 표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정부는 우산혁명 이후 홍콩 독립 목소리가 커질 것을 우려해 강경 일변도의 대홍콩 정책을 밀어붙였다. 우산 혁명을 이끌었던 지도부는 공공소란죄 등의 명목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홍콩민족당은 강제로 해산됐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독립 성향을 가진 야당 후보의 피선거권을 잇달아 박탈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힘으로 정부의 강공책을 멈추는 데 성공함으로써 우산혁명 실패 이후 사라진 듯 했던 홍콩 내 저항 의식이 다시 불붙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송환법이 됐든 다른 이슈이든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개 의제)' 원칙,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보장을 바라는 홍콩 시민들과 '중국화'를 포기할 수 없는 중국 본토 및 홍콩 정부 간의 대립이 잦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넘겨받으면서 홍콩에서 최소한 50년 동안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오는 2047년이면 중국이 '일국양제'를 끝낼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 셈이다.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jis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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