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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루'에 뜯긴 국회 門, 50일째 손 못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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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패스트트랙 정국 충돌의 '증거품'… 스티로폼 덮인 채 그대로
한국당, "경찰 수사 끝날 때까지 현장 보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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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파손된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7층 의안과 사무실 한쪽 문이 지난 14일 고쳐지지 않은 채 스티로폼으로 덮여있다. /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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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관 7층에 있는 국회사무처 의안과 사무실은 국회의원들이 발의하는 법안 등을 접수하는 곳이다. 16일 찾은 이 사무실 2개 출입문 중 하나는 청테이프로 스티로폼을 덕지덕지 붙여놓은 모습이었다. 이 문은 여야가 지난 4월 26일 새벽 선거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충돌했을 때 파손됐다. 당시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선거법·공수처법안 제출을 막으려는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사무실 안을 점거하자, 누군가 일명 '빠루(노루발못뽑이)'와 장도리, 쇠지렛대를 동원해 문을 열려다 부서졌다.

통상 국회 시설물이 파손되면 국회사무처는 곧바로 수리에 들어간다. 그런데도 의안과 사무실 문이 50일째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된 것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불거진 여야 간 고소·고발전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서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당시 물리적 충돌을 빚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국회법을 위반했다며 서로를 고소·고발했다. 10여건의 고소·고발에 의원·보좌관 150명 이상이 검찰 조사 대상에 올랐다. 여기엔 의안과 출입문 파손 사건도 포함돼 있다.

한국당 측은 민주당 보좌진 등이 빠루 등을 이용해 의안과 문을 부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측은 "국회사무처 방호과에서 한국당이 불법 점거한 의안과 사무실 문을 열기 위해 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자 한국당 측에선 민주당의 국회법 위반을 입증할 '결정적 물증'이라며 국회사무처에 현장 보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사무처 의안과 관계자는 "한국당에서 '현장 보존'의 의미로 문을 그대로 놔둬달라고 요청해 이를 수용했다"며 "국회가 정상화돼야 이 문제도 정리될 것 같다"고 했다. 국회사무처는 파손 정도가 심해 문을 교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당 측은 여야 간 고소·고발이 취하되거나 경찰 수사가 마무리돼야 '현장 보존' 상황도 끝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보통 사건이 생기면 증거보존 신청을 한다"며 "고소 취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경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증거품인 빠루 하나를 우리가 갖고 있고 검찰에서 달라고 하면 제출할 의향이 있다"며 "그런데 검찰에서 요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거나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당이 의안과의 부서진 문 보존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민주당에서 한국당 의원, 보좌진, 당직자들이 패스트트랙 정국 때 국회 회의를 방해했다는 혐의 등으로 대거 고발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실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0일 패스트트랙 관련 고소·고발 건을 조속히 수사해달라고 사법 당국에 촉구했다. 그러나 국회 정상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여야 원내 지도부도 고소·고발 취하 문제는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도 대여(對與) 압박을 위해 부서진 의안과 사무실 출입문을 '사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측의 고소·고발 전이 마무리되기 전까진 이 문은 한동안 흉물스럽게 남아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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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및 국회 관계자들이 지난 4월 26일 새벽 국회 본관 7층 의안과 사무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측 점거를 뚫은 뒤 일부 관계자들이 '빠루' 등 도구를 이용해 문을 따고 있다(왼쪽 사진). 의안과의 목재 문짝과 철제 부속품 등이 뜯겨나간 모습(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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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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