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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WC 결산] 2년 전부터 풋풋한 이강인 호출…멀리 봐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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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부터 중장기 플랜 세우고 차근차근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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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6세 이강인이 U-18 대표팀에 소집됐을 때의 모습. 당시 지도자가 정정용 감독이다. 2년 중장기 플랜을 세운 덕분에 2019 U-20 월드컵 준우승이라는 빛나는 성과가 가능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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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폴란드)=뉴스1) 임성일 기자 = 축구계 최고의 무대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끝나면, "매번 지금과 같은 주먹구구 형태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뉘앙스의 지적이 쏟아진다. 축구 전문가들도 또 팬들도 공통적으로 입을 모으는 방향이다.

어느덧 월드컵 단골손님이 됐으나 아직까지 한국은 본선에 가면 1승을 거두기가 어려운 약체다. 가장 최근인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그랬다. 독일과의 최종 3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한 것은 기적 같은 기쁨이지만, 이전 경기들은 아쉬웠다.

거듭된 실패의 이유를 많은 이들이 '무계획 단기처방'에서 찾는다. 일본의 십년대계나 백년대계 같은 장기 플랜은 고사하고 월드컵에서 다음 월드컵까지의 4년까지도 일관된 형태로 팀을 이끌지 못하니 본선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답답함이었다. 그래서 폴란드에서 보여준 스무 살 청년들의 질주가 반갑다. 확실히 확인됐다. 조금이라도 멀리 보고 준비하는 게 답이다.

한국 U-20대표팀이 16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1-3으로 역전패했다. 선제골을 뽑으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이후 3골을 내리 내주며 아쉽게 졌다. 하지만 고개 숙일 필요 없는 결과다. 남자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결승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또 가능할까 싶은 대단한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정정용 감독, 그리고 선수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 중 하나가 '지난 2년'이다.

정 감독은 한국을 떠나기 전 "지난 2년간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즐거운 일도, 힘든 일도, 보람된 일도 있었다. 여러 가지 일들을 뒤로하고 이제 본선을 앞두고 있다. 두려움 없이 한계에 도전해보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이강인은 "지난 2년 동안 선생님들과 형들이 정말로 너무 고생했다. 우리는 정말 이 대회가 간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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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 정정용 감독과 U-20 축구대표팀 이강인 선수가 14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훈련장에서 가진 회복 훈련에서 밝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정정용호는 오는 16일 폴란드 우치에서 우크라이나와 우승컵을 두고 결전을 치른다. 2019.6.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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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의 출발은 지난 2017년 5월이었다. 그해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예선에 대비하기 위한 U-18 대표팀이 5월2일부터 10일까지 파주NFC에 소집됐다. 그때 지휘봉을 잡고 있던 지도자가 바로 정정용 감독이다. 그 소집을 기점으로 큰 그림을 그렸던 2년 중장기 프로젝트였다.

정정용 감독은 첫 소집 때부터 발렌시아 유스팀 소속의 이강인을 불렀다. 당시 나이 16세로, 그저 '슛돌이'로만 기억되던 유망주가 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었던 때이기도 하다. 결국 2살 어린 이강인도 멤버의 일원으로 염두에 두고 대회를 준비했다. 본선을 앞두고 훈련에 함께 하지 못하거나 혹 합류 시기가 불안정할 때도 정 감독은 "그동안 해왔기에 문제없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던 배경이기도 하다.

그 2년의 시간 속에서 선수들은 정정용이라는 지도자가 추구하는 철학과 방향을 자연스럽게 숙지해 나갔다. 이번 대회를 통해 '마법의 전술노트'로 알려진 일종의 교본도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십 때 선수들에게 제공됐던 내용이다.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고 미드필드진과 전방 구성이 팔색조처럼 변화는 와중에도 선수들이 체하지 않고 전술을 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다.

결국 2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한계를 극복했다. 정 감독은 "개인적으로 유소년 지도자 생활을 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제 비로소 체계가 잡혀간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에게 가장 감사한 부분이다. 이 기틀이 향후 한국 축구의 뿌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도 세계적인 대회에서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너무 기쁘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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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를 마친 대표팀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 U-20 축구대표팀은 이날 경기에서 3:1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9.6.1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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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우리가 성공이라 말할 수 있었던 대회는 꽤 계획적이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라 특별한 지원이 있던 2002 월드컵은 차치하더라도,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때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다. 당시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은 중장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홍 감독이 덜커덕 올림픽 대표팀을 맡은 게 아니다. U-20 대표팀의 지휘봉을 먼저 잡고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 나가 8강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당시 멤버가 김승규, 윤석영, 김영권, 홍정호, 김보경, 구자철, 김민우 등이다. 이들이 결국 2012 런던 올림픽의 축으로 이어졌고 동메달이라는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다.

그리고 정정용호가 그랬다. 정 감독은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이 끝난 뒤 "지난 2017년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을 지켜보면서, 결승까지 죽 지켜보면서 2년 뒤에 우리도 그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혼자 상상했는데 진짜 그렇게 됐다.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런 좋은 예를 남긴 것도 이번 대회에서 건진 큰 소득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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