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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더 재밌는 '기생충' 속 디테일 1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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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모스부호…봉 감독, 배우들이 답했다

"'코너링' 대사 정치적 농담으로 들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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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서 영화 초반 기택(송강호)의 가족이 선물받은 이 수석은 이후 모든 사건의 출발점.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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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엔 궁금증을 유발하는 설정과 묘사가 가득하다. 개봉 3주차 관객 800만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여러 해석이 난무한다. 영화의 재미를 더하는 사사로운 디테일을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의 발언을 토대로 시원하게 파헤쳤다.

※ 이 기사에는 영화 '기생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Q : 기우가 받은 수석은 진짜일까

전원 백수인 주인공 기택(송강호) 가족이 박사장(이선균)네에 취직하게 된 건 집에 재물을 불러온다는 이 ‘물건’을 들이고부터다. 장남 기우(최우식)가 친구 민혁(박서준)에게 선물 받은 수석, 산수경석 말이다. 극 중 수석은 실제 수석협회에서 제공한 8~9개 수석 중 고른 것. 영화에서 수석은 민혁 그 자체다. 가난한 4수생인 기우는 돌에 몇백만 원씩 쓰는 이 재벌가, 명문대생 친구를 부러워하는 마음만큼 수석에 집착한다. 봉 감독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2, 3년간 수석을 모으셨다”면서 “그 세계가 되게 묘하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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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기택네 장남 기우, 아버지 기택, 어머니 충숙, 막내딸 기정.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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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기택은 왜 자식과 같은 돌림자를 쓸까

이름에 쓰는 ‘돌림자’는 대대손손 집안사람들의 서열을 알려주는 표지. 같은 돌림자는 같은 대(代)라는 뜻이다. 그런데 기택네는 아버지 기택와 아들 기우, 딸 기정(박소담)이 모두 ‘기’자 돌림. “제가 족보‧항렬을 잘 몰랐다”는 봉 감독은 “기생충의 ‘기’로 통일하려던 것”이라며 “기택 아내 충숙(장혜진)의 ‘충’도 기생충에서 따왔다”고 설명했다.



Q : 기정이 제일 처음 왼 대사는 뭘까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 오빠 기우와 박사장네 과외 면접을 간 기정이 사칭한 신분을 외기 위해 부른 노래다. ‘독도는 우리 땅’ 음에 가사를 입혔다. 이런 암기법은 외국도 마찬가지일까. 칸영화제 상영 때도 웃음이 터졌다. 원래 시나리오엔 봉 감독이 쓴 가사가 4절까지 있었지만, 영화엔 짧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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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꼰 채 사칭할 신분을 외는 기정. 박소담은 이번 영화 대사를 통틀어 이 노래를 가장 먼저 외웠다고.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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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연교는 왜 남편 박사장에게 쩔쩔맬까

극 중 “영 앤 심플한(영어로 어리고 단순하다는 뜻)” 사모님으로 소개되는 연교(조여정)는 가부장적인 남편 박사장에게 절대 순종한다. 조여정은 “영화엔 안 나오지만, 감독님이 말해준 전사가 있다”면서 “연교는 대학 2~3학년 때 아이를 가져 바로 주부가 됐고, 남편의 사회적 지위에 발맞추고 싶어 한다. 한 세계에서만 살다 보니 모르는 게 더 많은 여자”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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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교는, 집안일이 틀어지면 "(남편에게) 능지처참에 교수형당할 것"이라 입버릇처럼 말할 만큼 남편의 눈치를 본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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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충숙은 왜 기택과 결혼했을까

전직 해머던지기 유망주로 메달까지 땄던 충숙은 만사에 태평한 남편 기택을 답답해한다. 결혼은 어쩌다 했을까. “충숙은 도전적인데 기택은 그 어떤 일에도 눈 감고 있잖아요. 그 평화로움이 이유죠.” 장혜진이 전한 봉 감독의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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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과 충숙 부부. 이집 안방에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이란 가훈이 걸려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분수를 지키며 만족한다’는 뜻.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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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왜 하필 한우 토핑 ‘짜파구리’였나

충숙이 피 말리게 다급한 순간 박사장네 막내 다송(정현준)을 위해 끓여야 했던 이것.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반반 섞어 끓인 라면이다. 봉 감독은 아예 요리 전 과정을 영화에 담았다. 그는 자칭 ‘너구리’ 매니어. 짜파게티를 더한 이유? “부잣집 아이라고 캐비어나 오마카세만 먹겠어요? ‘초딩’ 입맛은 짜장이죠.” 여기에 “투쁠 한우 토핑”은 엄마 연교가 아들 건강을 생각해 충숙에게 주문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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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서 박사장네 막내아들 다송은 인디언 놀이를 좋아하고 모스부호를 읽을 줄 안다.[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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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다송이 받아쓴 모스부호 뜻은 뭘까

다송은 일정한 규칙으로 깜빡이는 거실 센서등을 보고 스카우트단에서 배운 모스부호를 떠올린다. 배운 법칙대로 글자를 받아 적지만 그 의미는 불분명하다. 봉 감독은 “정신적으로 감정이 격해진 채 보낸 신호이다 보니 정확하게 안 된 것이다. 칸에서 (다송이 받아쓴 글자의) 영어자막은 ‘holp’(도와달란 뜻의 ‘help’의 틀린 철자)라 나왔다”며 원래 도와달란 의미의 모스부호였음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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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로 올라오는 계단에 선 연교. 그의 등 뒤 센서등을 포함해 이 계단에선 여러 번 결정적 장면이 연출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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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코너링이 좋네요” 어디서 들었더라?

봉 감독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바. 일각에선 이번 영화에 대한 정치 은유적 해석도 나온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블랙리스트는 두 번 다시 없어야 할 나쁜 것이지만, 저 자신은 올랐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체감된 피해가 없었다”면서 “이번 영화도 정치적 해석은 전혀 의식 못했다”고 했다. 다만, “정치적 유머로 받아들일 분도 있겠다”고 말한 대사가 “코너링이 좋네요”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아들에 운전병 특혜를 준 데 대한 경찰의 해명엔 “코너링을 잘해서”도 있었다. 영화에선 박사장이 기택의 운전 실력을 테스트하는 장면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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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사 면접을 보러 온 기택에게 박사장은 입으론 "테스트주행 아니니까 편하게 하시라"면서도 손에는 커피가 찰랑찰랑한 머그잠을 들고 있다. 그가 "코너링이 좋네요"라고 하는 이 장면은 시나리오엔 없었지만 봉 감독이 콘티단계에서 그려넣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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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문광은 어디서 맞고 왔을까

가정부 문광(이정은)은 폭우가 내리던 날 박사장네 인터폰 화면에 상처투성이 얼굴을 들이민다. 시나리오엔 전후 설명 없이 ‘술 취한 문광이 초인종을 누른다’고만 적혀있었단다. 이정은은 “봉 감독님은 ‘(남편이 사업하다 빚진) 사채업자에게 맞았을 수도 있겠죠?’라거나 ‘복잡한 마음에 술을 먹다 누구한테 맞았을 수도 있고’라고도 하셨다”고 전했다. 그 자신은 “술을 먹다 맞았는데 하필 사채업자였고 남편이 걱정돼 박사장네에 오던 길에 충숙이 던진 복숭아에 맞아서 얼굴이 부었던 게 아닐까” 상상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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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처럼 품위있던 가정부 문광. '함블리' 배우 이정은이 열연을 펼쳤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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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지하남자의 젖병엔 무엇이 담겼나

문광은 지하벙커에서 굶고 있던 남편 근세(박명훈)에게 다급히 젖병을 물린다. 관객 사이에선 성인 남자가 젖병 문 모습이 괴이하단 반응부터 그 내용물이 우유다, 분유다, 논란이 분분했다. 이정은이 귀띔한 답은? 미음이다. “오랫동안 햇빛을 못 보면 사람이 굉장히 무기력해지거든요. 그런 응급 상황에서 미음을 쑤어다 갖다 꽂은 것이죠.”



Q : ‘이태리 나훈아’의 칸쵸네는 왜 나왔나

기택 가족이 단체로 손들고 벌서는 장면에서 이탈리아 가수 쟌니 모란디의 칸쵸네가 나온 건 기막힌 우연이다. LP판이 도는 인서트 장면을 찍기 위해 소품 중 우연히 고른 LP였다. 봉 감독은 “노래가 좋고 이태리어로 ‘당신 앞에 무릎 꿇고’란 제목이 극중 상황과 맞아 떨어져 판권을 구매해 삽입했다. 모란디가 우리로 치면 ‘이태리 나훈아’ ‘이태리 설운도’ 같은 분이다. 지금도 정정하다시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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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장의 맏딸 다혜의 첫사랑은 예상 외로 힘이 세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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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첫사랑에 눈먼 다혜의 행방은

박사장네 수험생 딸 다혜(정지소)는 과외선생님 기우에게 첫 수업 만에 반한다. 그런데 이 사랑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문제의 사고가 터진 날 크게 다친 기우를 번쩍 둘러업고 (아마도 병원으로) 뛰쳐나갔던 다혜. 이후 박사장네 가족은 종적을 알 수 없다. 봉 감독은 “다혜 입장에선 가족을 잃은 건데 그 사건에 자기가 좋아하는 오빠가 개입돼 있다. 과연 그 감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은 있다”면서 “기우가 사는 반지하 동네로 다혜가 잠깐 어슬렁 지나가는 장면을 떠올렸지만 핵심 플롯에 집중하기 위해 덜어냈다”고 전했다.



Q : 건축가 남궁현자 선생의 작명 유래는

영화에 나오지도 않으면서 계속 언급되는 남궁현자 선생은 박사장네 집의 건축가이자 가정부 문광을 고용했던 전 주인이다. 봉 감독은 듣기만 해도 각인되는 특이한 이름을 고민하다 ‘남궁’씨에 ‘현자’란 이름을 붙였다고. 그런데 전작 ‘설국열차’의 송강호 캐릭터 이름도 남궁민수다. 이 성씨에 대한 애착을 그는 이렇게 귀띔했다. “중3 때 같은 반에 남궁민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피부도 좋고 되게 잘생겼어요. 전 걔가 그렇게 부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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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장 가족이 사는 이 우아한 집을 디자인한 건축가가 바로 남궁현자 선생.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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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오프닝 장면의 여섯 번 종소리 의미는

극장 사운드 체크용이다. 기본적인 5.1채널 사운드 기준. 봉 감독에 따르면 여섯 번 종소리 중 하나가 현저히 작거나 뚝 끊기면 상영관의 사운드가 뭔가 잘못된 것. 이 종소리는 일부 극장 상영한 ‘옥자’에도 있었다. 영화를 제대로 관람하기 위해선 이런 상영환경이 충분히 점검된 극장에서 봐달라고 그는 권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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