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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매맞고 버림받고…아동 삶 만족도 OECD 최하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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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7개월 된 아이 부모 방치에 숨져…학대 사건 여전

삶 만족도 OECD 평균도 안돼…놀시간 부족에 기본권 인식 낮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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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지난 1월 4살짜리 여자아이가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화장실에서 알몸으로 벌을 서다가 숨진데 이어 최근에는 생후 7개월 된 아이가 부모의 방치 속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아동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해졌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삶의 만족도는 하위권이다.

16일 보건복지부의 '2018년 아동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아동 삶의 만족도는 6.57점이다. 5년 전(2013년) 6.10점 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OECD 회원국 평균(7.6점)보다는 낮은 수치다.

스페인의 경우에는 8.1점, 스웨덴 7.7점 , 미국 7.5점, 영국 7.5점이었다.

우리나라 아동은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건강하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 9∼17세 아동 97.2%는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1주일에 하루 이상 운동(30분 이상)을 하는 아동은 36.9%에 불과했다.

정서적으로는 스트레스 인지율 40.4%, 우울감 경험률은 27.1%로 집계됐다. 인터넷·스마트폰 등 과몰입 진단을 받는 나이는 어려지는 추세다. 9~17세 아동의 3.6%가 심각하게 자살을 고려한 경험도 있었다.

스마트폰 과몰입과 신체활동이 줄어들면서 사회성과 창의성 발달에 중요한 사회관계 형성의 기회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3년 조사에서 9세-17세 아이들의 친구 수는 평균 7.8명이었지만 2018년에는 5.4명으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아동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다. 복지부가 2017년 12월 진행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전국 20~60세 국민 1000명 가운데 76.8%가 '체벌이 필요하다'(68.3% '상황에 따라 필요', 6.5% '필요', 2.0% '매우 필요')고 답했다.

아동을 여전히 양육과 훈육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아동학대의 절대 다수가 가정 내에서 발생했는데 2017년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7.7명은 부모이고, 재학대 사례의 95%가 부모에 의해 발생했다.

최근 정부에서 민법상 부모의 징계권 폐지를 추진하고는 있으나 법 개정 방향이 자녀의 일부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부모 징계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세원 강릉원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 통념상 허용하는 범위에서 일부 체벌을 예외로 두겠다는 것은 아동학대라는 상황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동의 놀이 및 사회적 관계형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았다. 부모와 아동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48분에 불과했는데 OECD 평균 2시간 30분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아동은 놀 수 있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며 "학교에서 학원으로 이어지는 공부 시간도 과도해서 나이 대에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해 삶의 만족도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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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생후 7개월된 딸을 6일간 홀로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B씨가 인천지법에서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2019.6.7/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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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11월 나온 아동보고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놀이가 부족한 이유로 '과도한 학구열(50.8%)'과 '학생이 놀면 안된다는 사회적 분위기(34.6%)'가 꼽혔다

아동을 불편한 존재로 보는 인식도 높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노키즈 존'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인 중 66.1%는 ‘노키즈 존’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학대와 유기 등으로 한 해 버려지는 아이들은 4000명에 육박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보호아동 수는 3918명이다. 이들이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된 원인으로는 학대 비중이 가장 높았다. 부모의 학대로 시설 보호를 받게 된 아동은 2013년 1117명에서 지난해 1415명으로 증가했다. 하루 평균 50명의 아동이 학대받고, 매달 2.6명이 학대로 사망했다.

이와 별도로 한 해 베이비박스 등으로 유기되는 아동은 261명이며 국내에서 가정을 찾지 못해 해외로 입양되는 아동은 지난해 기준 303명에 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동에 대한 공공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시군구당 평균 요보호아동 수는 196명이나, 담당인력은 평균 1.2명에 불과하다.

최영 교수는 "우리나라 아동들이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을지 모르지만 학업에서의 경쟁은 오히려 심해졌고 기본적인 놀이 시간 혹은 즐길 시간은 부족해졌다"며 "예전에는 아동의 복지를 저출산 문제의 부수적인 문제로 생각했었는데 최근 정부를 비롯 사회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는 만큼 실효성을 높이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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