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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섬'展··· 고래를 사랑한 사진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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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던 바다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한다. 배가 마구 요동을 친다. 그러더니 바다가 갈라지며 집채만 한 시커먼 그 무엇이 하늘로 치솟는다 고래다... 고래를 보는 순간 나의 심장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다. 드디어 그리던 친구를 만난 것이다. 고래는 나에게 서서히 다가온다. 나는 처음엔 무서웠지만 우리는 이내 친해져 같이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우린 해 질 무렵까지 같이 놀다가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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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섬. [사진 갤러리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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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월경 태평양 적도 부근 섬나라 통가 해역에는 혹등고래들이 몰려든다. 혹등고래는 이곳에서 새끼를 낳아 10월까지 약 4개월간 키우고, 어미는 성장한 새끼와 함께 남극해로 내려간다. 여름철이 되면 전 세계 수중사진 전문가들이 혹등고래를 찍기 위해 모여든다. 장남원 작가는 2007년부터 여러 차례 이곳을 들려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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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섬. [사진 갤러리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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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섬. [사진 갤러리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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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작가는 1979년부터 물속을 들어가 사람의 발길이 닿지 못하는 세계의 물속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속의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생물의 모습,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표정들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중앙일보 사진기자로 23년간 취재 현장을 지켰으며 신문사를 떠난 후 수중사진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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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섬. [사진 갤러리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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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섬. [사진 갤러리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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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작가의 사진전 '움직이는 섬'이 다음달 12일까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갤러리두인에서 열린다. 통가 해역에서 촬영해 선별한 17여 점의 작품이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작품은 자연의 깨끗하고 단순하면서도 원초적인 느낌이 표현하고자 흑백으로 표현됐다.

수중은 물론이고 반수면 사진 기법으로 촬영한 사진도 전시된다. 카메라 렌즈를 수면에 반쯤 담가 물속의 고래, 물 밖의 파도와 배를 한 앵글에 담는 기법이다. 망망대해에 떠서 거대한 혹등고래를 이 기법으로 찍기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고래가 물속에서 호흡하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공기통 없이 숨을 참고 잠수해서 촬영한다. 고래가 노는 지점 근처에 배를 대고 맨몸으로 카메라만 들고 내려가 1분 정도 숨을 참고 찍은 뒤 다시 배로 올라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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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섬. [사진 갤러리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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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작가는 바닷속 가장 큰 생명체인 고래를 찍으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나는 가끔 저 큰 바다에 나가 서성이곤 한다. 어느 순간엔가 나의 친구 고래가 뛰어올라 나를 부를 것만 같아서다. 그는 항상 나를 기다릴 거다 말은 하지 않아도 나를 지켜 보고 있을 거다. 그는 항상 나를 생각하고 걱정할 거다. 잘살고 있나 어디 아프진 않나 남하고 싸우진 않나? 어디 가서 배회하고 있지나 않나 항상 염려하고 있을 거다. 고래는 내가 아프면 그도 아파한다. 고래가 사는 바다는 내 마음의 본향이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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