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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Science] 깊은 바닷속 수소 내뿜는 미생물·희토류…`심해 자원`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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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년 전 세계 바다에서 커다란 괴물이 나타났다는 목격담이 전해진다. 여러 여객선이 피해를 입자 각국 해군이 나서 괴물 포획에 나선다. 하지만 이 괴물은 실은 첨단 기술이 장착된 '노틸러스호'라는 잠수함이었다. 우연히 노틸러스호에 탑승하게 된 사람들은 네모 선장과 함께 신비한 바닷속을 경험하게 된다.

1869년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쓴 '해저2만리'의 내용이다. 소설에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바다 깊은 곳에 사는 거대한 오징어와 기괴한 모습을 한 물고기 등이 등장한다. 소설이 나온 뒤 15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여전히 심해는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엄청난 수압과 낮은 온도라는 극한 환경 때문이다.

소설 해저2만리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생명체가 심해에 정말 살고 있을지 모른다. 아직 인간이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다. 다만 인간은 심해에서 거대한 오징어 외에 향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자원을 대거 찾아냈다. 한국도 본격적인 해저 자원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지의 심해에는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을까.

오는 9월 한국의 무인 잠수정 '해미래'가 서태평양 심해 탐사에 도전한다. 해미래는 한국 과학자들이 서태평양에서 발견한 여의도 면적 350배(3000㎢) 크기의 해저 광구 생물 분포를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해 인도양에서 한국 과학자들이 발견한 '해양열수분출공'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에 대한 연구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특별한 생물에 대한 연구는 생명체 기원에 대한 해답뿐만 아니라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신물질'을 안겨줄 수도 있다.

2013~2015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과학자들은 서태평양 공해상에 위치한 마젤란 해저산을 대상으로 여섯 차례에 걸친 탐사를 진행했다.

이곳에는 코발트와 희토류 등 광물이 다량 함유된 '망간각(금속이 해저산 사면에 붙어 있는 곳)' 약 4000만t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공해상의 자원을 관리하는 국제해저기구에서 독점적 탐사권을 획득한 한국은 2028년까지 탐사 지역 가운데 광물이 많이 분포한 곳을 선별한 뒤 2033년 최종 개발권을 획득할 계획이다. 손승규 KIOST 책임연구원은 "광구에서 상업생산이 시작돼 연간 100만t씩 망간각을 채굴할 경우 20년간 총 11조원의 광물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해저 광구에 존재하는 광물을 채굴하기 전에 필요한 연구가 생태계 분석이다. 형기성 KIOST 대양자원연구센터장은 "해당 지역은 수심 5000m에서 시작해 2000m까지 다양한 높이의 해저산이 발달해 있는 곳"이라며 "사면을 따라 생물 분포 연구를 먼저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라산 초입부터 정상까지 고도에 따라 온도가 떨어지는 만큼 서식하는 생물이 다르다. 바닷속에 있는 산도 마찬가지다. 드론이 공중을 날며 산을 누비 듯이 해미래는 바닷속을 유영하며 해저산에 서식하는 생물을 관찰하고 채집한다. 이 과정에서 KIOST 연구진은 해저산에 분포하는 생물종의 '유전적 연결성'도 파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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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적 연결성이란 서로 다른 산에 서식하는 생물 간 유전 관계를 따지는 작업이다. 인근 해저산에 유전적으로 동일한 생물종이 존재한다면 이 생물들은 해류를 타고 또는 유영을 해서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형 센터장은 "한 해저산이 채광으로 손상을 입을 경우 인근 해저산에 유전적으로 동일한 종이 서식한다면 채광이 있었던 해저산의 생태계 복원은 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채광 개시 전 보존 지역을 선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개발과 보존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닷속에는 지구 환경과 전혀 다른 지역이 존재한다. 바다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나오는 '열수분출공'이다. 열수분출공이란 심해저에서 마그마로 가열된 뜨거운 물이 온천처럼 솟아나는 곳이다. 이 과정에서 금속이온이 차가운 물과 닿아 침전되기도 하고 주변에 퇴적물이 쌓여 화산과 같은 형태를 띤다. KIOST 연구진은 지난해 5월 인도양 2000m 심해에서 열수분출공을 찾아냈다. 일반적으로 수심이 10m씩 내려갈 때마다 압력은 1기압씩 높아진다. 주세종 KIOST 책임연구원은 "2000m 심해 압력은 200기압으로 대기압의 200배"라며 "수온은 0도에 가까운 극한 환경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수분출공에서는 200~40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오지만 높은 압력 때문에 끓지 않고 액체로 존재한다. 결국 열수분출공 인근 온도는 0도에서 400도까지 급격히 바뀌고 200기압의 극한 환경이 지배하고 있다.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은 인류 주변에서 사는 생물과 다르다. 주 책임연구원은 "과거 열수분출공은 지구 생명이 출발한 곳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는데 최근에는 인류에게 유용한 생물을 찾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KIOST 연구진은 남태평양 열수분출공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미생물을 발견하기도 했다. 현재 이 미생물을 토대로 수소 대량생산을 위한 상용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이 찾은 열수분출공에서는 '게'와 '조개'와 같은 여러 생물이 발견됐다. 주 책임연구원은 "200기압의 압력과 뜨거운 물을 버티는 게 껍질을 분석해 해안가에 사는 게 껍질과 어떤 점이 다른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력한 게 껍질의 비밀이 밝혀지면 튼튼한 섬유나 강한 소재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주 책임연구원은 "미생물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광합성이 필요 없는 식량 자원을 만드는 상용화 연구를 비롯해 지구에 있는 생물 간 유전적 연관성 등도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형 센터장은 "해저 광물은 아직 인류가 손대지 못한 '보고(寶庫)'"라며 "심해에 존재하는 여러 자원을 환경친화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인류의 미래 또한 획기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했다.

심해 6000m 탐사 잠수정…한국, 세계 4번째로 보유

해저자원 발굴 수요 늘면서
다양한 심해구조물 설치위한
무인수중로봇시장도 급팽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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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개발한 트랙 기반 수중 로봇. 포크레인처럼 바닷속 지반을 다지는 데 사용한다. [사진 제공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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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탐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잠수정이다. 미국과 일본 등 여러 나라들은 무인 잠수정을 개발해 심해 광물자원 탐사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는 이미 1960년대부터 심해 탐사가 가능한 무인잠수정을 운영해왔다. 대표적인 잠수정이 미국의 '앨빈'이다. 1964년 심해 1800m 잠수에 성공한 앨빈은 1977년 갈라파고스 인근에서 열수분출공을 처음 발견하는 공을 세웠다. 당시만 해도 깊은 바다는 극한 환경 탓에 생명체가 거의 살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앨빈이 심해 열수분출공 근처에서 서식하는 수많은 생명체를 발견해 해양학계에 기념비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미국은 앨빈 외에도 '제이슨2' '딕 리케츠' 등 바닷속 6500m까지 탐사가 가능한 잠수정도 운영하고 있다. 섬나라 일본 또한 1980년대부터 무인잠수정을 운영해왔다. 대표적인 잠수정이 '가이코'다. 가이코는 2000년대 초반 해저 1만1000m까지 잠항에 성공하면서 이 분야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또한 무인잠수정을 이용해 열수분출공을 발견했고 심해 미생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빅터6000'도 무인잠수정 세계에서는 유명하다. 2009년 에어프랑스477편이 대서양에 추락했을 때 바다 깊은 곳에 빠진 블랙박스를 수색하기 위해 동원되기도 했을 만큼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2007년 해저 6500m까지 탐사할 수 있는 다목적 무인 심해잠수정 '해미래'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6000m 심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무인잠수정 보유국이 됐다. 해미래는 한국이 발견한 열수분출공 탐사를 비롯해 바닷속 생물을 채집해 갖고 나올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해미래가 심해 탐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최근에는 수중에서 건설 작업이 가능한 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육지 자원 고갈에 따른 해양 에너지원 발굴 필요성이 커지면서 해저 자원 발굴을 위한 해양플랜트 구축, 해양 에너지 개발을 위한 구조물 건설 등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500~2500m 깊이 바닷속에서 시설 매설, 해저 지면 고르기 등 수중 작업을 장시간 수행할 수 있는 장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세계 무인수중로봇 시장은 2017년 17억7000만달러에서 2022년 24억9000만달러로 연평균 7.0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중건설로봇사업단은 지난해 경작업용 로봇, 중작업용 로봇, 트랙 기반 로봇 등 수중 건설 로봇 3종을 개발해 실증시험을 마무리했다. 경작업용 수중 건설 로봇 'URI-L'은 최대 2500m 수심에서 수중 환경 조사나 수중 구조물 시공·작업 지원, 유지 보수 등 경작업을 할 수 있다. 중작업용 수중 건설 로봇 'URI-T'는 최대 2500m 수심에서 해저 케이블을 매설하거나 중량이 큰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URI-R'는 트랙 기반 중작업용 로봇으로 포크레인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로봇은 최대 500m 수심에서 단단한 지반에 파이프라인을 매설하거나 암반 파쇄, 지반 고르기 등 작업을 높은 정확도로 수행할 수 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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