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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멜론, 저작권료 얼마나 빼돌릴지 시뮬레이션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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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수법·은폐 논의 내부문건 입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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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음원서비스플랫폼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가 유령음반사를 만들어 저작권료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로엔이 계획적으로 저작권료를 빼돌린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저작권료를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는 2009년~2013년께 로엔은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자회사였다. ( ▶관련 기사 : [단독] ‘멜론’, 유령음반사 만들어 저작권료 수십억 빼돌린 의혹)

12일 <한겨레>가 입수한 ‘09년 1월 에스(S)프로젝트 결과 보고’ 문건을 보면, 로엔은 비용 절감을 위해 창작자들에게 줄 저작권료를 줄이기로 계획했다. 이를 위해 로엔은 유령음반사 ‘엘에스(LS)뮤직’을 만들어 창작자들에게 줄 ‘파이’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동원했다. 엘에스뮤직은 저작권이 불분명한 음원을 멜론 가입자들에게 선물해 이를 사용자들이 다운로드 받았다고 계산하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늘려나갔다. 2009년에는 음원 매출의 54%(음원 제작자 40%, 작곡·작사가 9%, 가수·연주자 5%)를 저작권료로 지급하고 나머지 46%를 음원플랫폼 업체가 가지는 구조였다. 저작권료(54%)는 각 음원이 전체 멜론 다운로드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나뉜다. 엘에스뮤직은 가입자들에게 음원을 무료 선물하는 방식으로 다운로드 점유율을 높여 다른 저작권자에게 돌아가야 할 저작권료 54% 중 일부를 빼돌린 것이다. 엘에스뮤직은 ‘로엔엔터테인먼트S’의 줄임말로, 에스는 ‘선물’을 뜻하는 단어다.




로엔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빼돌릴 금액을 정하고, 무료 다운로드 개수까지 계산했다. 에스프로젝트 문건에는 “무료콘텐츠 정산을 통해 권리사(저작권자)로 정산되는 일부 비용 SAVE(월 150백만원 수준).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액제 상품의 다운로드 건수를 7회 제공키로 함”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가입자들에게 음원 선물을 통해 7건의 무료 다운로드를 제공해 다운로드 수치를 끌어올리면 월 평균 1억5000만원을 아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에스프로젝트 시행 첫달, 로엔은 예상 밖의 수익을 얻었다. 시스템 에러로 2009년 1월 무료 다운로드 ‘선물’이 14차례 발송됐고, 엘에스음반은 3억8000만원가량의 저작권료를 빼돌릴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다른 음원 제작사는 2억9732만원, 작곡·작사가는 6100만원, 가수·연주자는 2400만원의 손해를 봤다. 엘에스뮤직은 2월에는 ‘바하 오르간 명곡선’을 7차례 제공했는데, 이때도 애초 계획했던 1억5000만원이 아닌 4억원 안팎의 저작권료를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유령 음반사가 등장하면서 다른 저작권자들이 가져갈 몫은 대폭 줄었다. S프로젝트 문건의 ‘주요 권리사 매출(저작권료) 증감 현황’을 보면, 멜론 점유율 1위를 지켜온 ‘엠넷미디어㈜’의 2009년 1월 매출액은 3억803만원으로 전월과 견줘 20% 이상 줄었고, 아인스디지탈(-7.2%), 만인에미디어(-33.3%), 한국음원제작자협회(-21.5%), 소니 비엠지(-28.7%) 등 대부분의 저작권자 매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문건에는 권리사들이 매출 감소 이유를 문의할 경우 응대할 ‘거짓말 매뉴얼’도 있었다. 로엔은 “멜론서비스 사업자 이관 과정에서 가입자가 줄어 1월 멜론의 매출이 30% 줄었다. 현재 멜론 가입자는 70만 언더(Under)인 상황”이라고 응대하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2009년 1월 멜론 매출은 오히려 늘었고, 유료 가입자 수는 85만명 안팎이었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소녀시대’ 등을 핑계 삼기도 했다. S프로젝트 문건에는 “특정곡에 R/S(수익·분배)가 집중됨 (ex. 소녀시대 6.9%, 꽃보다남자 4.4% 등)”이라고 적혔다. 특정곡이 많은 인기를 끌어 다른 곡에 대한 수익의 분배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로엔은 각 권리사들에게 매출과 저작권료 분배 내역을 고지하는 엠엘비(MLB)라는 사이트에서 엘에스뮤직의 존재를 철저하게 숨겼다. 에스프로젝트 문건에는 “엠엘비의 (LS뮤직의 몫이 포함된) 해당 데이터에 대하여 백업(별도 저장) 처리 후 시스템에서 디스플레이 삭제 처리함”이라고 적혀있다. 매출 데이터는 엘에스뮤직 것까지 포함해 별도 데이터를 백업하되, 다른 권리사들은 그 존재를 알지 못하게 사이트에서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는 뜻이다.

로엔의 에스프로젝트는 로엔이 ‘흑자’를 유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로엔은 2009년 한 해 동안 이런 방식으로 매달 4억원가량씩 총 50억원에 가까운 돈을 빼돌렸는데, 2009년 로엔의 당기순이익은 45억1400만원이었다. 빼돌린 저작권료가 아니었으면 적자 기업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음원서비스플랫폼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멜론이 창작자들의 저작권료를 빼돌려 밑돌을 세웠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부장 김태은)는 로엔이 이런 방식으로 저작권료를 빼돌린 2009년 외에도 2010년부터 2013년 초까지 다른 방법을 동원해 저작권료를 빼돌린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멜론을 운영 중인 카카오는 “카카오가 멜론을 인수하기 이전에 일어난 일이라 현재 진상조사 등을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저작권자가 입은 손실이 확인되면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설 방침이며 그뒤 (카카오에 멜론을 매각한) 어피니티와 에스케이텔레콤에 구상권 행사를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문체부 “저작권료 투명 정산 제도적 보완”

<한겨레> 보도로 검찰이 음원 서비스 플랫폼 ‘멜론’의 저작권료 빼돌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와 음악계가 비상한 관심 속에 후속 대응책 마련 등에 나섰다.

12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문체부 저작권산업과는 지난 4일과 5일 각각 음원 플랫폼 사업자와 저작권 신탁관리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면담했다. 4일 문체부 쪽과 면담한 지니, 플로, 벅스, 바이브 등 4개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은 “우리는 저작권료를 편취하지 않았다”면서도 “업계에서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저작권료 정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일에는 개별 저작권자의 권리를 신탁받아 저작권료 정산 등을 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이 문체부 쪽과 만나 “(멜론의 저작권료 빼돌리기가 사실이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체부 역시 김영주 의원실에 “사업자, 저작권 신탁단체와 협력해 저작권료 정산 투명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한편, 음악인 노동조합인 ‘뮤지션유니온’도 긴급성명을 내고 “음악 생산자나 수용자보다 중간에 끼어 있는 유통 플랫폼이 과실을 챙기기 유리한 음악산업의 환경을 바꿔야 한다”며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가칭)음악산업 공정화를 위한 뮤지션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함께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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