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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하프타임 연습 때 골 세리머니…이 팀, 진짜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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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1:0으로 에콰도르를 꺾고 사상 첫 결승에 진출한 U-20 대표팀 선수들이 태극기를 펼쳐 들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표팀은 이탈리아를 꺾고 결승에 선착한 우크라이나와 오는 16일 우치에서 결승전을 펼친다. 2019.6.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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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폴란드)=뉴스1) 임성일 기자 = 에콰도르와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을 앞두고 있던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 스타디움.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한국 축구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작성할 수 있느냐 여부가 걸려 있던 이 무거운 경기를 앞두고 어떻게 저런 편안한 표정과 행동이 나올 수 있는지, 신기했다.

준결승이었다. 이 경기를 이기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무대였다. 지금껏 그 어떤 선배들도 하지 못한 FIFA 주관대회 결승진출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욕심이 날 수도 있고, 어쩌면 부담감에 움츠러들 수도 있을 배경이었다.

그런데 선수들은 여유가 넘쳤다. 킥오프를 앞두고 선수, 스태프 가릴 것 없이 구성원 모두가 어깨 걸고 파이팅을 외칠 때도 무거운 공기가 아닌 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정 감독은 웃었고 교체 멤버들은 선발 요원들 등에 업혀 장난을 걸었다.

그렇게 시작된 경기에서 대표팀은 에콰도르에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정정용호는 1983년 세계청소년 선수권에 출전했던 박종환 사단과 2002 월드컵에 나선 히딩크호의 4강을 넘어 한국 남자축구 사상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이로는 새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앞서 경기 시작 전의 분위기를 소개했는데, 하프타임 때는 더 놀라운 장면이 있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멤버들이 교체로 들어갈 것을 대비해 몸을 풀고 있을 때다. 선수들 중에는 핵심 공격수 중 하나인 조영욱도 있었다. 조영욱은 일종의 조커였고, 투입이 확실시되는 선수였다. 실제로 정정용 감독은 조영욱을 후반 9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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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어깨를 걸고 결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날 대한민국 대표팀은 1:0으로 에콰도르를 꺾고 사상 첫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대표팀은 이탈리아를 꺾고 결승에 선착한 우크라이나와 오는 16일 우치에서 결승전을 펼친다. 2019.6.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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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들어갈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그 선수는, 연습 때부터 묵직한 슈팅을 날리면서 꽤 좋은 컨디션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렇게 몸의 온도를 높이며 동시에 영점을 조율하더니 골망을 출렁이게 하는 빈도가 늘었다. 놀라움은 이때였다. 그의 오른발을 떠난 공이 골문을 통과하자 준비한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세리머니 예행연습이었다.

월드컵이라는 무대, 그것도 준결승이 펼쳐지고 있는 와중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즐길 수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내심 자신감도 있었기에 가능한 행동이다.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은 그럴지 몰라도, 적어도 한국 선수들이 이렇게 당당한 것은 예를 찾기 힘들다.

그렇게 해맑게 몸을 풀었던 조영욱은 투입과 동시에 누구보다 진지하게 필드를 누볐다. 비록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으나 골에 근접했던 좋은 장면들을 연출, 승리에 일조했다.

이날 승리가 확정되자 20세 이하 어린 선수들은 기다렸다는 듯 정정용 감독에게 물을 끼얹으며 함께 어우러졌다. 누군가는 아이들 장난처럼 등을 때리기도 했다. 예전 같은 분위기라면 '감히'라 말할 수 있는 모습이지만 이 '격의 없음'이 정정용호 순항의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라는 접근도 필요하다.

한 대표팀 관계자는 "다른 것은 모르겠고, 분위기 하나는 정말 최고다. 선수들이 왜 힘들지 않겠는가. 8강에서는 연장전까지 치렀다. 그런데 힘든 줄 모른 채 뛰고 있다"면서 "감독님부터 부담을 주지 않고 있으며 모든 선수들이 부담 없이 싸우고 있다. 긴장? 이 친구들은 그런 것은 모르는 것 같다"며 웃었다.

아무리 열심히 하는 이들도 즐기는 이들을 넘을 수 없다는 흔한 말이 있다. 하지만 그 '즐기기'가 열심히 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해본 사람은 안다. 그 어려운 것을 정정용호의 어린 친구들이 하고 있었다. 새 역사가 가능했던 결정적 원동력일지 모른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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