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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日, '구글 어스'만 믿다 北 미사일 요격 2조원 사업 날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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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이 루마니아에 설치한 이지스 어쇼어. [사진 CSIS]




일본 방위성의 얼빠진 행동 때문에 2조원이 넘는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 사업이 난항을 겪게 됐다. 이지스 어쇼어는 북한이 쏜 장거리 로켓이 일본 열도 위로 날아가자 일본이 급하게 마련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계다.

닛폰 방송은 12일 아키타(秋田)현에서 이지스 어쇼어 반대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키타(秋田)현의 사다케 노리히사(佐竹敬久) 지사는 9일 현 의회에서 “방위성의 기본자세에 매우 의문이 있어 이야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방위성과의 협의를 백지화할 뜻을 밝혔다. 앞서 방위성은 아키타현과 야마구치(山口)현이 이지스 어쇼어 배치에 적합하다는 보고서를 지난달 발표했다.

그런데 후보지를 선정하는 보고서에 큰 오류가 있는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방위성은 레이더 설치 장소가 주변 산봉우리보다 높아 전파를 가로막지 않는 조건을 우선순위에 놓고 후보지를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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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어쇼어 후보지 중 하나인 아키타현 육상자위대 아라야 훈련장. 아키타시 시가지와 그리 멀지 않다. [구글맵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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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방위성이 구글 어스를 프린트한 뒤 각도기와 자로 재 후보지를 찾았다. 구글 어스는 구글이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다. 현장을 답사하면서 실측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조건이 안 맞아 후보지에서 탈락한 곳 일부도 사실상 배치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소식통은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평면 지도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곡률(둥근 정도)을 고려하거나 반드시 실측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아키타현에선 방위성이 이지스 어쇼어를 배치하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레이더 전자파 유해성 우려 때문에 이지스 어쇼어에 대한 현지 여론이 원래 우호적이지 않았다. 야마구치현은 이미 배치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방위성은 8일 주민 설명회를 열어 구글 어스 논란에 대해 사과했는데, 이번에는 설명회 자리에 참석한 방위성 간부가 졸다가 문제가 됐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이 10일 다시 사과했지만,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방위성은 아키타현이 배치 적합지 중의 한 곳이라는 판단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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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어쇼어에 대한 설명. [사진 M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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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어쇼어는 함정의 미사일요격 체계인 이지스를 육상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AN/SPY-1 레이더와 SM-3 미사일이다. 특히 일본은 미국과 함께 SM-3의 최신형인 SM-3 블록ⅡA를 개발하고 있다. 이지스 어쇼어엔 SM-3 블록ⅡA가 들어간다. SM-3 블록ⅡA(사거리 2500㎞)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거리 200㎞)보다 사거리가 훨씬 길다. 150㎞ 고도의 탄도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

일본은 21억5000만 달러(약 2조5430억원)를 들여 이지스 어쇼어 2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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