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강릉펜션사고 유족들 '오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어른들 하나하나의 잘못이 아이들 아프게 해" 절규

"재판장님,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으로 판결해 주세요"

강원영동CBS 전영래 기자

노컷뉴스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강릉시 저동의 한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고등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이송됐다(사진=유선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빠 아들로 태어나서 고마웠고,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아들의 얼굴, 목소리, 웃음 다시 한번만 보고 듣고 싶어요…."

지난 12일 오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서 열린 강릉펜션사고 공판은 눈물바다를 이뤘다.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은 피해자 진술을 통해 "다시는 이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하게 처벌해 달라"고 절규했다.

펜션사고로 아들을 잃은 A 씨는 시작부터 울먹이면서 "정말 강릉에 오기 싫었다"라는 심정을 토로하며 최후 진술을 이어갔다.

A 씨는 "아들이 수능 끝나고 아르바이트를 해 처음 번 돈을 여행 갔다 와서 주겠다고 했는데 결국 주지도 못하고 떠났다"며 "사고 소식을 접한 순간 죄스러운 마음이지만 제발 내 아들만은 아니기를 기원하며 강릉으로 향했다"고 흐느꼈다.

이어 "이번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 다수가 억울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지만 당신들 하나하나의 잘못들이 모여 우리 아이들을 너무 아프게 했고,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안겨줬다"고 원망했다.

그는 "존경하는 재판장님, 결코 가볍지 않은 처벌을 선고해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시고, 안전사고 예방에 선례가 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당부한 뒤, "00야, 아빠 아들로 태어나서 고맙고, 아빠가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면서 끝내 눈물을 터트렸다.

노컷뉴스

서울 대성고 학생들이 머물렀던 강릉의 한 펜션. (사진=유선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아들을 보낸 어머니 B 씨는 "억지인 줄 알지만 우리 아들을 살려낸다면, 돌려줄 수만 있다면 좋겠다"며 "아들의 얼굴과 목소리, 웃음을 다시 보고, 듣고 싶다"고 간절히 애원해 보는 이들 마저 눈물을 자아내게 했다.

B 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만 아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 가슴 어떤 구석에도 묻을 수가 없다"며 "우리 집안의 가장이자, 대들보, 희망이었던 아들을 보내면서 꿈과 희망이 사라지고, 눈물과 불행만이 남았다"고 오열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야 하고, 억울한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재판장님, 자식을 가진 부모의 가슴으로 판결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강릉 펜션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가스보일러 시공업자 C(45) 씨 등 7명에게 징역 2~3년과 금고 2~3년을 구형했다. 또 지난 4월 열린 공판에서는 건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펜션 건축주 D 씨 등 2명에게 벌금 200만~5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번 사고는 부실시공과 부실 점검, 부실 관리 등으로 인한 사고"라며 "어느 한 부분이라도 제대로 이뤄졌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이어 "사고를 예견할 수는 없었겠지만 피고인들이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피고인들에게 엄중한 형사적 처벌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1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9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앞서 수능을 마친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은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강릉시 저동의 한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7명의 학생은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건강을 회복해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귀가했지만, 여전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 채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