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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IF] 도끼로 벽 부수고, 소화기로 불 끄는 힘센 아바타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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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가 멀리 있는 사람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는 재난 대응 로봇을 개발했다.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는 아바타(avatar·분신) 로봇은 이전에도 개발됐지만, 팔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버튼을 누르는 등의 간단한 동작만 가능했다. 반면 이번 로봇은 도끼로 벽을 부술 정도로 강력한 힘이 필요한 동작도 가능해 재난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의 김상배(44)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8일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스펙트럼지에 "인간의 동작대로 원격조종이 가능한 인간형 로봇 '헤르메스(HERMES)'를 개발해 도끼로 벽을 부수고 소화기로 불을 끄는 등의 동작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MIT 김상배 교수팀이 개발한 재난 대응 로봇 ‘헤르메스’가 도끼로 벽을 내리치고 있다. 사람이 로봇이 촬영한 영상을 보며 팔다리를 움직이면 로봇이 그대로 따라 한다(작은 사진). /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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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는 '고효율 로봇 장치와 전기기계 시스템'의 영어 첫 글자를 딴 이름이다. 두 팔과 두 다리를 갖추고 있으며 무게는 45㎏이다. 몸 크기는 성인 몸의 90% 정도이다. 조종자는 로봇에 달린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VR(가상현실) 기기로 보면서 자신이 로봇인 양 팔다리를 움직인다. 그러면 로봇이 그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한다.

연구진은 기존 아바타 로봇과 달리 사람도 헤르메스의 동작을 감지할 수 있게 했다. 로봇이 울퉁불퉁한 길을 걸으면 몸이 기울어진다. 이러면 조종자도 몸에 장착한 장치를 통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촉감을 받는다. 이때 사람이 넘어지지 않으려고 자세를 바로잡으면, 이 동작이 다시 로봇에 전달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덕분에 도끼를 휘두르는 역동적인 동작을 해도 로봇이 사람처럼 균형을 잡을 수 있다.

김상배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연구 목적은 사람과 로봇의 움직임을 동기화하는 것"이라며 "사람의 모든 근육과 뼈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모방하기보다 사람과 로봇이 서로 동작을 맞추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단순화했다"고 밝혔다.

김상배 교수는 연세대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 때 벽을 기어오르는 도마뱀 로봇을 개발했는데, 이 로봇이 2006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올해 최고의 발명품'에 선정됐다. 최근에는 카메라 없이 촉감에 의존해 균형을 잡고 1m 높이 장애물까지 뛰어넘는 네발 로봇인 '치타3(Cheetah3)'를 개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국내 기업 네이버의 지원을 받았다. 김 교수는 "앞으로 이동은 치타처럼 네발로 신속하게 움직이고 재난 현장에서는 헤르메스처럼 두 발로 서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하이브리드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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