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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부산~헬싱키 노선… 국내 항공사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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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핀란드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헬싱키 항공 노선을 신설하기로 합의하자 국내 항공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핀란드 국적항공사인 핀에어는 당장 내년부터 이 노선에 비행기를 띄울 예정이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신규 노선 신설로 얻을 게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내 배낭 여행객들은 유럽에 최단 거리로 갈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헬싱키행 핀에어를 선호할 것으로 보여 국내 항공사들이 승객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인천국제공항을 허브(hub) 공항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기존 정책과도 상충되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항공 업계 관계자들은 "항공 협정은 양국 간에 서로 얻는 게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핀에어에만 이득이 되는 협정"이라며 "국내 항공사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조치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하반기 부산~헬싱키 노선 신규 운수권을 국내 항공사 신청을 받아 배분할 계획이지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신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부산~헬싱키 신설로 핀에어가 영남 지역에서도 승객 끌어모아

북유럽 3국(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 시각) 핀란드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내년부터 부산~헬싱키 항공 노선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날 국토교통부는 내년 3월 30일부터 핀에어가 부산~헬싱키 노선을 주 3회 운항한다고 발표했다. 신설되는 부산~헬싱키 노선은 김해공항에서 유럽으로 가는 첫 직항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부산·경남 등 영남권 주민들이 그동안 인천국제공항까지 이동하려고 기차나 항공편을 이용해 왔는데 앞으로는 김해공항에서 곧바로 유럽으로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헬싱키에서 이동할 수 있는 유럽 도시는 100여 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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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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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내 항공 업계는 "핀란드에 너무나 큰 선물을 안겨줬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미 인천~헬싱키 노선을 홀로 운영하고 있는 핀에어가 부산~헬싱키 노선까지 확보해 유럽으로 가는 우리나라 여행객들을 추가로 끌어모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핀에어의 인천~헬싱키 노선을 이용한 승객은 2016년 17만6780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21만7082명으로 크게 늘었다.

인천에서 헬싱키로 갈 경우 9시간 35분이 걸려 최단 시간에 유럽으로 갈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지난해 좌석 점유율도 88.1%에 달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핀에어가 승객을 모집하기 위해 국내 항공사 대비 약 80~90% 가격에 비행기표를 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핀에어를 이용한 승객 중 81.4%가 헬싱키를 거쳐 다른 유럽 도시로 가는 환승 승객이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영남 지역에서 헬싱키 방문을 위해 부산~헬싱키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이 연간 570명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한다. 결국 대부분 승객은 헬싱키에서 환승해 유럽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라는 뜻이다. 항공 노선 신설은 국가 대 국가 차원에서 호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 항공사들도 당연히 부산~헬싱키 노선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실효성이 없다고 항공사들은 말한다.

한 대형 항공사 임원은 “이미 우리 항공사들은 유럽 주요 도시에 직항 또는 환승 노선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핀에어에 대응하기 위해 부산~헬싱키 노선을 새로 만들면 결국 기존 유럽 노선 승객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지점 설립·운영 비용까지 추가로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 살 깎아 먹기라는 것이다. 업계는 부산~헬싱키 노선 신설로 연간 300억원대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인천공항 키운다더니… 총선 앞둔 표심 관리용?



이번 노선 신설은 인천국제공항을 동북아 대표 허브 공항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기존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허브 공항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유럽이나 미주행과 같은 장거리 노선을 인천국제공항에 집중시켜야 하는데 부산~헬싱키 노선 신설로 이를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내부에서도 이번 결정에 대해 불만이 높지만 정부 결정이라 함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영남 지역 승객들을 위해 인천~김해 공항을 잇는 국제선 내항기를 하루 2~4회 운영하고 있는데 핀에어가 취항을 하면 내항기 이용률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핀에어는 2014년부터 부산~헬싱키 노선 신설을 추진해왔지만 정부는 인천국제공항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었다. 그러다 이번 문 대통령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격 노선 신설에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영남권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중동·중국 항공사들이 지방 공항까지 노선을 열어달라고 요구해 국내 항공사들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핀에어에 일방적으로 시장을 내주는 협정을 맺었다”면서 “항공 협정은 쌍방이 윈윈(win-win)해야 하는 것인데 우리 업계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강한 기자(kimstrong@chosun.com);최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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