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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뜬 호텔, 車 없는 도서관… 노르웨이의 '미래 짓기'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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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건축

내년 개관하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신(新)다이크만 도서관에는 주차장이 없다. 5층짜리 대형 도서관으로 연 방문객 수 200만명을 예상하지만 주차장은 따로 만들지 않는다. 방문객의 자동차 이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지 선정 때부터 대중교통과 도보로 접근하기 쉬운 곳을 택했다.

올해 '유럽 녹색 수도(European Green Capital)'로 선정된 오슬로에선 친환경 건축을 위한 실험이 한창이다. 태양광 패널은 친환경 건축의 일부에 불과하다. 에너지를 덜 쓰도록 유도하는 디자인, 건물의 수명을 늘리는 자재 등 건물 곳곳에 환경에 대한 배려가 묻어난다. 건물을 헐 때도 재활용이 가능하게 부수는 방법을 찾을 만큼 겹겹이 장치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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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개관하는 다이크만 도서관 내부. 천창과 전면 유리로 자연광을 활용해 에너지를 절감했다. /오슬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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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시는 지난달 28일 신다이크만 도서관 내부를 공개했다. 수직으로 뻥 뚫린 천창(天窓)으로부터 자연광이 쏟아졌다. 각 층 바닥 밑의 20~30㎝ 높이의 공간은 압력을 조절하는 환기 펌프 역할을 해 환풍기를 돌리는 에너지를 절감한다. 근처 해수 플랜트에서 끌어온 냉각 파이프도 바닥에 깔아 여름철엔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시원하다. 오슬로시 크리스틴 랑피오르드 담당자는 "건물에 쓰인 철골도 90% 이상이 재활용"이라면서 "그 밖의 자재들도 건물 수명을 200년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소재로 선택했다"고 했다.

이 도서관은 '퓨처 빌트(Future Built)' 프로젝트의 시범 모델 중 하나다. 2008년 시작된 '퓨처 빌트'는 건축가, 공무원, 학계, 기업이 건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50% 이상 줄일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실천에 옮기는 민간 주도 프로젝트다. 학교·미술관·도서관 등 공공 건축물 50여개가 이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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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근교의 ‘홀멘 수영장’. 샤워장 물을 재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등 친환경 기술이 쓰였다. /AR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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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오슬로 근교의 홀멘 수영장. 이용객 1인당 사용하는 에너지양을 절반 이상 줄였다. 수영장 물을 데우는 열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높이가 조절되는 바닥을 개발했다. 일부 풀장은 쓰지 않을 땐 바닥 높이가 올라와 수량을 줄인다. 곳곳에 설치된 펌프는 샤워장에서 쓰고 난 물을 재활용해 열 에너지를 생산한다. 비르기트 루스텐 대표는 "처음엔 누가 나설까 싶었는데 여러 건축가와 기술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연락을 해왔다"면서 "기후변화 시대에 새로운 건축물의 기준을 만들기 위한 실험에 뛰어든 것"이라고 했다.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를 설계한 노르웨이의 대표 건축사무소 스노헤타도 '퓨처 빌트' 프로젝트의 일원이다. 스노헤타의 주요 건축 철학 중 하나가 지속가능성. 특히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에너지 플러스' 건물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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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원형 디자인으로 자연을 해치지 않고 최소한의 공간만을 이용한 노르웨이 스바르티센‘스바트 호텔’의 조감도. 2021년 문을 여는 스바트 호텔에 가기 위해선 친환경 보트로 이동해야 하며 환경보호를 위해 손님도 최소한만 받을 예정이다. /스노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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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노르웨이 북부 스바르티센에 짓는 세계 최초의 에너지 플러스 호텔 '스바트 호텔'은 디자인이 공개됐을 때부터 화제였다. 피오르 바닥에 나무 기둥들을 비스듬히 고정해 물에 떠 있는 듯한 원형의 디자인을 구현했다. 자연을 해치지 않고 최소의 공간만을 쓰겠다는 철학이 드러난다. 시간대에 따른 태양의 방향과 일조량을 연구해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게끔 호텔 방과 식당, 기타 공간들을 배치했다. 태양광과 지열 에너지를 생산해 일반 호텔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15%만을 쓰도록 설계했다.

셰틸 토르센 스노헤타 대표는 친환경 건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40%가 건설업계의 책임"이라면서 "콘크리트 같은 건축 자재를 생산하는 데도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스바트 호텔도 콘크리트 대신 방수 목재를 이용해 짓는다. 토르센 대표는 또한 "친환경 건축을 위해선 안정적인 정치 상황과 예측 가능한 미래, 선진적인 교육 시스템 같은 사회 조건들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노르웨이는 선진국이고 부유한 나라이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처에 앞장서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했다.




[오슬로=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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