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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탈장수술 300만원… '의료비 폭탄' 속앓는 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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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건보 적용하면 10만원도 안돼 "개 병원비가 훨씬 비싸"

표준 진료비 없어 부르는게 값… 비용부담 커 동물유기로 이어져

직장인 김모(여·32·서울 중구)씨는 지난달 집에서 키우는 생후 4개월 골든레트리버의 왼쪽 엉덩이가 살짝 부풀어 오른 것을 발견했다. 부기가 지속되자 김씨는 퇴근 후 개를 데리고 집 근처 대형 동물병원을 찾았다. 수의사 권유에 따라 먼저 혈액 검사와 조직 배양 검사를 받았다. 아무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추가로 초음파 검사와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 '항문 부근 탈장(脫腸)' 진단이 나왔다. 그 자리에서 간단한 수술을 받았고 이틀 입원했다. 퇴원 사흘 뒤 개가 콧물을 흘렸고, 걱정이 된 김씨는 다시 병원을 찾아 수의사 권유대로 각종 검사를 받고 사흘간 입원했다. 이렇게 열흘간 반려견 탈장 수술과 관련해 들인 진료비 총액이 301만7053원. 김씨는 "재작년 탈장 수술을 한 조카의 수술·입원비가 10만원이 채 안 됐던 걸로 들었는데, 해도 해도 너무한단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려(伴侶)동물 '의료비 폭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사람보다 비싼 반려동물 의료비의 배경에 '부르는 게 값'인 동물 의료비 체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와 농촌진흥청 공동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개와 고양이 총 871만 마리가 집에서 길러지고 있다. 1마리 이상 개를 키우는 집이 454만 가구,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가 112만 가구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 87.4%가 "반려견 질병 진료비가 비싸다"고 답했다.

국회에선 관련 토론회도 열렸다. 4월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동물병원 의료 서비스 발전 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은 "동물병원비 부담은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심각한 수준"이라며 "병원마다 천차만별이고 특히 수술 비용이나 입원 비용, 엑스레이 검사 비용 등은 사람보다 더 많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는 사실이다. 김씨 개와 똑같이 탈장 수술을 최근 받고 4인 병실에 하루 입원한 A(6)군은 총 7만640원을 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전 진료비가 146만5626원으로 김씨 개의 절반 아래였다. 다만 A군은 후속 검사나 진료를 받지는 않았다.

지인배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같은 질병에 대해서도 사람은 표준화된 진료 체계에 따라 사용하는 약과 처방이 정해져 있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같은 증상에 병원마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르고, 서비스에 붙이는 가격도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반려견용 수액 주사의 경우, 서울 시내 기준 싼 곳은 2만원이지만 비싼 곳은 5만원도 넘는다.

'과잉 진료'에 대한 의심도 나온다. 재작년 닥스훈트견(犬) 허리디스크 수술·입원비로 350여만원을 쓴 또 다른 대기업 직장인 김모(39·서울 마포구)씨는 "반려견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마음을 악용하는 것 같다"며 "소득이 적은 사람 입장에선 청천벽력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진료비 부담은 동물 유기로 이어진다. 동물자유연대 조사에 따르면 '한번 키운 개는 얼마나 오래 키웠는가'라는 설문에 대해 '개가 죽을 때까지'라고 답한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관계자는 "버려진 동물들 건강 상태를 보면, 대부분 수술이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고 했다.

수의사들은 '규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동물 대상 의료비에 대해서도 1999년까진 사람처럼 '표준수가제'가 있었지만, '자유로운 의료 행위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폐지됐다"며 "다시 과거로 회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미국은 동물병원협회가 2년마다 동물병원 1만여 곳의 진료 서비스 항목별 평균 진료비를 조사해 소비자를 위한 '동물의료비용 참고집'을 낸다. '이보다 많이 비싸면 바가지요금'이란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독일은 정부가 항목별 표준수가를 정한다. 병원들은 표준수가를 일정 비율 이상 벗어나지 못한다.





[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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