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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노조원 `정치파업` 등돌려…지도부 결국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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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노조가 파업선언 8일 만인 12일 오후 파업을 철회하고 사측과 재교섭에 들어갔다. 이날 직원들이 주간 생산작업 재개에 나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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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으로 얻으려는 게 뭔지 모르겠네요. 70% 가까운 직원들이 출근하는 전면파업에서 무슨 이익을 보겠습니까."

12일 오후 3시 부산시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노조 집행부의 무기한 전면파업에 맞서 '부분 직장폐쇄'라는 사측의 초강수 대처가 처음 적용된 이날 현장에서 만난 르노삼성차 직원은 "오늘부터 야간조가 없어지면서 야간 근무였는데도 불구하고 주간조로 출근했다. 낮과 밤이 바뀌는 비정상적인 공장 상황이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한다"며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옆에서 듣던 동료 직원은 "조합원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파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노조에 대한 조합원 반감이 커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5일 일방적 임금·단체협약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무리한 전면파업을 선택한 르노삼성차 노조 집행부가 결국 내부 조합원들의 회초리에 무릎을 꿇었다.

파업 지침을 지속적으로 하달하고 조업 불참을 독려했지만 오히려 조합원들의 조업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스스로 불신임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결국 이날 오후 3시 30분을 기해 파업 철회를 선언하고 다시 사측과 교섭을 선택했지만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권익을 대리하는 대내외 '대표성'에 큰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실제 파업 철회 직전인 이날 오전 주야간 통합 근무조에서 조합원의 정상 출근율은 전날보다 더 상승한 것은 물론, 차량 생산대수도 이전보다 50%가량 증가했다. 주간 통합 근무 전체 출근율은 70%에 육박하는 69.0%로, 이 가운데 비조합원을 뺀 노조원 정상 출근 비율은 66.2%였다. 생산현장 역시 파업지침이 내려진 상황이 무색하게 공정 곳곳에서 작업자들이 분주히 차량 주위를 오가며 조립에 여념이 없었다.

차체팀 공정에서 일하는 한 근로자는 "현 노조 집행부가 소통이 잘 안 되고 전면파업 이후 노조원들 참여율이 낮아 우리의 이익을 대변해줄 수 있는 새로운 제2의 노조를 만들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차체팀은 고객들 애프터서비스 때문에 주말특근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집행부에서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소통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집행부가 파업 철회를 결정한 배경에는 이 같은 내부 조합원들 비판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는 상황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엔진 공정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우리 공정은 오늘 98%가 출근했을 정도로 노조의 전면파업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8개월째 파업이 지속되고 있고 매월 100만원가량 월급이 줄어드는데 어떤 직원이 무작정 파업을 찬성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측도 이날 노조 집행부의 철회 결정이 이어지기 전까지 부분 직장폐쇄 등 초강경 조치로 맞서왔다.

회사는 노조를 상대로 이날까지 업무에 복귀할 것을 최후통첩하는 한편 하루 120억원에 달하는 파업 손실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해 6월부터 회사와 2018년 임단협 협상을 벌였으나 타결점을 찾지 못해 지난 5일 오후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회사는 파업 여파로 생산율이 평소에 크게 못 미치자 급기야 12일부터 야간 근무조 운영을 중단하는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는 지난해 6월 시작한 임단협 협상이 장기화하자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62차례(총 250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파업에 의한 생산 차질은 1만4320대, 액수로는 2806억원에 달한다. 결국 파업을 철회했지만 남긴 상처가 만만치 않다. 노조의 초강경 모드는 르노그룹 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글로벌 신뢰도를 훼손시키며 생산절벽을 가속화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이미 파업을 우려한 일본 닛산자동차는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생산량(연 21만대)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올해 위탁생산량을 6만대로 줄였다.프랑스 르노그룹 본사는 임단협 타결이 미뤄지면 유럽 수출용 크로스오버 SUV 신차 'XM3'(연 8만대)를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 돌릴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서울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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