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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재개된 김정은의 ‘친서외교’…트럼프에게 ‘따뜻한 편지’ 보낸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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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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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아름답고 따뜻한 편지’를 받았다고 11일 밝혔다.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직접적인 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던 김 위원장이 석 달여 만에 다시 ‘톱다운’ 방식의 접촉 시도를 재개한 것. 북-미 비핵화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정상 간 관계는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시 재개된 김정은의 ‘친서 외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020년 재선 유세를 위해 아이오와주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에게서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 아주 아름답고 따뜻한 편지였다”며 “우리는 함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어제 받은 편지로 이를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긍정적인 무언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과의 협상 재개는 물론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놨다. 북한이 가진 경제적 잠재력에 대해서도 재차 언급했다. 다만 “또 다른 만남에 앞서 핵 협상팀이 진전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정상회담 전 실무협상 단계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된 것은 2월 말 하노이 회담이 전격 결렬된 이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4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냈을 때에도 이에 화답하지 않은 채 두문불출했다. 그랬던 김 위원장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이틀 앞두고 ‘친서 외교’에 다시 나선 것. ‘아름답고 따뜻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의 편지는 정중한 안부 인사와 함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만남과 합의내용을 재확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질문에는 “아주 짧은 사거리의 테스트였을 뿐이다. 그것은 완전히 다른 딜(deal)”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그는 약속을 지켰고, 그게 나한테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원이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그에 대한 (보도)정보를 봤다. 아는 바 없다”면서도 “나의 체제 하에서는(under my auspices)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에게 말하겠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히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관계 관리 넘어선 비핵화 진전 필요”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이날 발언은 같은 날 아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공개석상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힌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볼턴 보좌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최고재무책임자(CFO) 네트워크 행사에서 이렇게 밝히며 “김정은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그들(북한)이 준비되면 우리도 준비돼 있다. 따라서 그들이 일정을 잡고 싶을 때 언제든지(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하노이 회담의 결렬에 책임을 물어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등 협상에 관여한 인사들의 숙청 작업을 일단락지었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내부 정비를 마무리하고 다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기반을 다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두 정상간 수차례 친서가 오갔는데도 비핵화와 관련된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다는 것. 무엇보다 실무협상의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다시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에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이들은 전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의 친서는 관계 관리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미국의 실무협상팀이 북측과 협상 재개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편지 한 장만으로 국면을 바꾸기는 어려워보인다”고 지적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실무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아무런 신호가 없다”며 “북한과 미국 정상이 모두 회담 재개를 원하고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확인시켜 주는 정도의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무엇보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완화를 미국이 들어줄 생각이 없는 단계이기 때문에 섣불리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