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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travel abroad] 시린 풍경 펼쳐지는 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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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송네피오르 북쪽에는 노르피오르(Nordfjord)가 있다. 발레스트란에서 노르피오르의 명소인 로엔까지는 육로로 3시간 30분이 걸린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틈이 없다. 창밖으로 피오르, 호수와 설산, 동화 속 같은 마을이 있는 경이로운 풍경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지그재그 오르막 도로의 끝에는 시원스러운 풍광을 선사하는 전망대가 있고, 거대한 산을 넘어서면 빙하수가 야성적으로 흐르는 폭포와 계곡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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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벤 산에서 바라본 노르피오르 [사진/임동근 기자]



◇ 호벤 산에서의 황홀한 경치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 좋은 풍경을 눈에 가득 담고 도착한 로엔. 여기에는 2017년 개장해 이곳의 명물이 된 스카이리프트(Skylift)가 있다. 스카이리프트는 하부 승강장을 떠나자마자 솟구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급경사를 빠르게 오른다.

스카이리프트가 절벽을 타고 오르면서 피오르와 마을, 멀리 호수가 갈수록 까마득해진다. 평온하면서도 아찔한 광경이다. 이상의 '오감도'처럼 새가 되어 하늘로 높이 솟아올라 내려다보는 기분마저 든다. 하부 승강장을 떠난 지 5분, 스카이리프트는 해발 1천11m의 호벤(Hoven) 산 정상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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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 스카이리프트 [사진/임동근 기자]



승강장 바깥으로 나서자 그곳은 아직 겨울이다. 눈이 아직 하얗게 쌓여 있고, 두꺼운 외투가 필요할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피오르와 나란한 전망대에 서자 가슴이 뛴다.

하얀 눈을 뒤집어쓴 거대한 산들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발아래로는 노르피오르와 로바트네(Lovatnet) 호수 사이에 로엔이 그림처럼 들어앉아 있다.

늦은 오후의 햇살은 구름을 뚫고 내려와 수면에 황금빛 문양을 새겨놓는다. 사방이 절경으로 가득한 아이맥스 스크린이다.

전망대 뒤편으로 걸음을 옮기자 높이 5m의 편자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노르웨이 신화 속 오딘이 슬레이프니르라는 말을 타고 피오르를 지나다 이곳에서 박차오르며 발자국을 남겼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벼랑 끝쪽 바위에 서면 설산과 호수를 배경으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멋진 사진을 간직할 수 있다.

전망대 아래는 레스토랑이다. 시야를 가리지 않게 계단식으로 설계해 탁자를 배치한 레스토랑에서는 커다란 유리창 바깥으로 펼쳐지는 장엄한 풍광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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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아래 레스토랑 [사진/임동근 기자]



◇ 푸른 빛 신비한 브릭스달 빙하

노르피오르의 또 다른 볼거리는 요스테달 빙하(Jostedalsbreen)다. 유럽 대륙 최대의 이 빙하는 길이 약 80㎞, 두께 500여m로, 면적은 487㎢(서울 면적 605㎢)에 이른다. 이 빙하가 모두 녹으면 11조4천억ℓ의 물이 되는데 노르웨이가 1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수량에 해당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로엔에서는 요스테달 빙하의 일부인 브릭스달 빙하(Briksdalsbreen)를 찾아가 볼 수 있다.

브릭스달 빙하 탐방안내소는 로엔 남쪽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올데바트네(Oldevatnet) 호수 끝에 있다. 탐방안내소는 온통 거대한 산과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가파른 절벽을 따라서 불레(Vole) 폭포가 300m를 수직으로 떨어지며 멋진 풍경을 선사하고, 멀리 산정 부근에선 희푸른 빙하가 고개를 살짝 내밀고 있다. 계곡을 따라선 차가운 빙하수가 힘차게 흘러간다.

8인승 전기차에 오르자 갑자기 하늘이 어둑해지더니 굵은 빗방울이 후두두 떨어지기 시작했다. 빙하수가 폭포를 이룬 곳을 지나 꼬부랑길을 오르자 브릭스달 빙하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전기차에서 내려 계곡을 거슬러 걷자 초록색 표지판이 눈길을 끈다. 표지판에는 'The glacier position in 1920'(1920년 빙하 위치)라고 적혀 있다.

베아테 빅 하우게 노르피오르 마케팅 매니저는 "훨씬 전에는 빙하가 아래 호수까지 뒤덮고 있었지만 기후변화로 지금은 1㎞ 이상 물러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얼음으로 온통 뒤덮였을 100여 년 전을 떠올렸다. 엄청난 장관이었을 것 같다.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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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달 빙하 아래 펼쳐진 초록빛 호수 [사진/임동근 기자]



빙하에 조금 더 가까이 발걸음을 옮긴 후 조그만 둔덕을 넘자 투명한 초록빛 호수가 펼쳐지고, 두 봉우리의 골짜기 부분이 희푸른 빙하로 덮여 있다. 브릭스달 빙하는 마치 혀를 내민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빙하의 혀'라고도 불린다. 비가 그치고 때마침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열리자 빙하는 더 투명한 푸른 빛을 내뿜는다.

호수에 손을 담그자 얼음장처럼 차가운 기운에 정신이 번쩍 든다. 손으로 물을 떠서 한 모금 들이켜본다. 시원하면서도 맛이 좋은 느낌이다. 브릭스달 빙하를 좀 더 즐길 욕심에 가져온 생수를 비우고 물통을 빙하수로 채웠다. 그날 빙하수를 들이킬 때마다 그 시리고 희푸른 빙하가 가슴을 시원하게 채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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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차가운 빙하수 [사진/임동근 기자]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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