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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태양광 과속이 부른 ESS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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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9개월간 전국 23곳에서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는 제조 결함과 관리체계 부실 등 인재로 드러났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발맞춰 ESS 산업이 급성장했지만 운영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잇따랐다는 점에서 정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11일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화재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용관리 부실, 설치 부주의, 통합관리체계 부족 등 네 가지가 꼽혔다. 특히 산지와 해안가에 설치되는 ESS는 큰 일교차 때문에 결로와 먼지 등에 노출돼 있는데도 상주 관리인이 없는 탓에 온도와 습도 등을 맞추지 못해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치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수적인 설비다. ESS 사업장은 2013년 30개에 불과했으나 2017년 들어 전기요금 할인특례 등 각종 지원책에 힘입어 지난해 947개로 급증했다. 배터리 용량도 2013년 30메가와트시(MWh)에서 작년 3632MWh로 폭증했다. 지난해 국내 ESS 시장 규모는 3.6GWh로, 글로벌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 전환 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에너지원의 95%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원전을 대폭 줄이고 재생에너지만 서둘러 확대하는 것은 국내 에너지 실상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7.6%인 재생에너지를 2040년까지 최고 35%까지 늘리는 에너지기본계획은 경제 규모와 대외 상황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과속으로 밀어붙이고 '양적 성장'에만 치우치면 사고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ESS 산업의 경쟁력마저 잃게 될 공산이 크다.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과 속도를 재검토해야 한다. 화재로 위축된 ESS 산업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게 수습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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