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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故 이희호 여사 "평화통일 위해 기도"...남북대화 물꼬 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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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평생동지' 故 이희호 여사 유언

李여사, 생전 김정일 조문하고 김정은 만나

전문가 "北 조문단, 대화의지 판단 근거"

"국민들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 행복하길"

여야 5당 대표, 정쟁 멈추고 장례위 참석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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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별세한 이희호 여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였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이 여사는 떠나는 순간까지도 남북관계 개선을 염원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조문단 파견 가능성에 더욱 큰 관심이 쏠린다. 2월 하노이 북미 핵 담판 무산 이후 싸늘해진 남북관계를 반전시킬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1일 김대중평화센터에 따르면 이 여사는 지난해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세 아들의 동의를 받아 유언장을 미리 작성했다. 이 여사는 유언장에 “우리 국민들께서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저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는 뜻을 남겼다. 또 이 여사는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라”고 유언했다.

이 같은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이 여사가 김 전 대통령 곁으로 가기 전 다시 한번 남북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에 큰 역할을 했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2001년)과 김 전 대통령 서거(2009년) 당시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해 직접 애도했던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2009년 8월18일 김 전 대통령 서거 때 북한은 바로 다음날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내고 특사 조의방문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흘 뒤인 8월21일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6명으로 구성된 특사 조의방문단이 특별기편으로 서울을 찾았다. 이들은 조문뿐 아니라 사실상 대남특사 역할을 했다. 청와대를 찾아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까지 전달했다.

특히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배우자일 뿐 아니라 남측을 대표해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 때 조문했던 인사라는 점에서도 북측의 행보가 주목된다. 당시 이 여사는 김정일 위원장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상주인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후 만난 첫 남한 인사였다. 이후 이 여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초대를 받아 2015년 8월 재차 방북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의 조문단 파견 여부, 그리고 조문단의 위상 여부가 향후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대화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며 “북한이 조문단을 보내지 않고 단순히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전만 보낸다면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 국무부도 이 여사가 생전에 방북 등을 통해 남북 간 대화 촉진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여한 부분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날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 여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그녀의 삶을 바쳤으며, 남북 간 대화를 촉진했다”며 이 여사는 남북 간 관계 개선을 위해 여러 차례 평양을 방문했다. 평화를 향한 그녀의 노력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무부가 이 여사를 추모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한 점을 강조한 것을 두고, 교착 국면을 맞은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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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화합’을 당부한 이 여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여야에 대화 복원의 계기도 선사했다.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 권노갑 민주평화당 고문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5당 대표가 모두 장례위 고문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관한 입장차로 두 달 넘게 이렇다 할 접촉을 하지 않고 있는 여야 5당 대표들이 한데 모이고 뜻을 같이하기로 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4일까지 이어지는 장례기간 동안 지도부가 대화 복원을 위한 물밑 협상을 계속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영현·임지훈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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