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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일주일 성적 기대 이하...'주류만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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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균 매출 1억7000만원...목표치 3억원 크게 밑돌아
주류 매출이 50%, 화장품 매출은 저조

조선비즈

인천국제공항 제2 여객터미널에 개장한 엔타스면세점 화장품 판매대. 국산 중가 화장품 위주로 구성됐다./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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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일주일 매출이 중요합니다."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에서 만난 면세업체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초반 흥행에 성공해야 인기 브랜드를 추가로 유치하고, 매출도 늘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 후 입국장 면세점들이 받아 본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인천공항 제1·2터미널(T1·T2) 입국장 면세점의 총매출액이 11억9700만원(T1 8억7100만원, T2 3억2600만원)이라고 밝혔다. 1터미널 8억7100만원, 2터미널 3억2600만원이었다.

일별로 살펴보면 개장 첫날인 지난달 31일은 1억3100만원(T1·T2 합계), 1일 2억1200만원, 2일 2억200만원, 3일 1억5900만원, 4일 1억3900만원, 5일 1억7200만원, 6일 1억8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1억7000만원의 매출을 거둔 셈이다.

당초 인천공항공사는 입국장 면세점이 일평균 3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일주일 중 2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 날은 이틀에 불과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아직 운영 초기이고 6월 징검다리 연휴가 막바지인 8일과 9일 입국장 면세점 이용객이 크게 늘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출국장 면세점은 평소 매출을 유지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출국장 면세점의 매출을 가져갔다기보다 신규 고객이 창출된 것"이라 분석했다. 입국장 면세점 개장으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을 업장으로 거론된 기내 면세점의 경우 월별 마감을 하기 때문에 매출이 집계되지 않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달 31일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에 입국장 면세점을 개장했다. 출국장에서 구매하거나 인도 받은 면세품을 여행 기간 내내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제1터미널은 에스엠면세점이 각 190㎡ 규모의 매장 2곳을, 제2터미널에는 엔타스듀티프리가 1곳의 매장(326㎡)을 운영한다.

취급 품목은 화장품, 향수, 담배, 술, 건강기능식품, 패션 액세서리 등이다. 면세율이 높은 담배와 검역이 필요한 과일, 축산 가공품 등은 제외됐다. 고가 명품도 취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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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중앙에 주류를 진열한 엔타스면세점./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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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장 면세점 개장 이후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주류였고, 식품과 향수·화장품이 그 뒤를 이었다. 에스엠면세점의 경우 전체 매출 중 주류가 50%, 나머지는 화장품, 향수, 식품 등이 차지했다.

입국장 면세점들은 애초 주류와 화장품을 동일한 비중으로 준비했지만, 화장품 매출은 생각보다 저조했다. 이용객들이 선호하는 명품과 고가 브랜드가 구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장품은 면세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군으로,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면세점 화장품 매출은 월평균 1조2000억원 수준. 내국인에게는 에스티로더·코스메데코르테·조말론 등이, 외국인에게는 설화수·후 등이 선호된다.

하지만 입국장 면세점에서는 이들 브랜드를 찾기 어렵다. 에스엠면세점의 경우 에스티로더·크리니크·랩시리즈 등 일부 해외 브랜드와 설화수·후 등 인기 브랜드가 입점했지만, 엔타스면세점은 향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산 중저가 화장품으로 채워졌다. 가격도 인터넷 면세점과 비교해 싸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이용객은 "즉시 할인 쿠폰 등을 주는 인터넷 면세점보다 가격이 비싼 것 같다. 상품도 평소 쉽게 살 수 있는 국산품 위주라 아쉽다"고 말했다.

1인당 600달러의 면세 한도도 발목을 잡았다. 국내 관세법상 출국 때 샀던 면세품이 있다면 입국 때 구매품과 합산해 차액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때 입국장에서 산 국산품 먼저 세금이 공제된다. 따라서 가장 마지막에 쇼핑을 하는 입국장 면세점에서는 꼭 필요한 제품이 아니라면 한도를 넘어 쇼핑하는 걸 꺼리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달 31일 입국장 면세점 개장 행사 후 "면세한도의 상향 조정을 고려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에스엠면세점 관계자는 "두 매장에서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다보니 공간이 협소해 다양한 상품을 구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고객들이 찾는 상품군을 보완하고 모기업인 하나투어와 마케팅을 펼쳐 매출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 소비 패턴이 인터넷 쇼핑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기내 면세점도 품목이 적고 할인율이 낮다는 이유로 매년 이용객이 줄고 있다"면서 "입국장 면세점 역시 상품 경쟁력을 높이던지,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은영 기자(key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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