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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주가 급등에 한진 상속세 2600억원…조달 방안은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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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제공 : 대한항공]


급작스러웠던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상속세 부담이 커졌다. 경영권 분쟁이 예고되면서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조 전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총수 자리에 올랐지만, 지분이 안정적이지 않아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은 가운데 수천억원대 상속세 조달방안 역시 미지수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지분 상속만 2600억원에 달한다.

유가증권에 대한 상속세는 상속세및증여세법 63조에 따라 조 전 회장의 별세일인 지난 4월 8일을 기준으로 두달 전후인 올해 2월 9일부터 6월 7일 종가의 평균으로 계산한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해당 기간 평균 종가는 3만3118원으로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17.84%) 가치는 3495억원 수준이다. 과세표준인 30억원을 넘으면 세율 50%를 적용받는 데다 최대주주및특수관계인 지분 상속(최대주주 할증평가)으로 세율의 20%가 추가돼 한진칼 상속세만 2097억원에 육박한다. 애초 17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진칼 주가가 급등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지난 4월 초 2만원대였던 한진칼 주가는 현재 2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 7일 종가는 4만5000원이다.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경영권 견제를 이유로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고, 소송으로 경영권 방어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조 전 회장은 한진칼 외 한진칼우(2.4%), 대한항공(0.01%), 대한항공우(2.4%), (주)한진(6.87%)과 비상장기업인 정석기업(20.64%) 지분을 보유해 총 상속세는 2600억원에 달한다. 한진칼 지분 중 일부는 담보로 잡혀 있어 상속자금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다만 각종 변수와 공제 가능성 역시 있다.

당초 시장은 한진그룹 상속세가 2000억원 안팍일 것으로 추산해왔다. 과연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수천억원의 상속세를 어떻게 조달할지 재계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조 전 회장의 퇴직금이다. 조 전 회장은 생전 한진그룹 계열사 9곳의 사내이사를 겸임했으며, 일부 계열사는 퇴직금 외 퇴직 위로금도 고위직에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 대한항공은 조 전 회장에게 400억원대의 퇴직금을 지급하고, 퇴직 위로금은 유족의 뜻에 따라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한진과 정석기업은 지난 4월에 각각 이사회를 열고 조 전 회장에 대한 퇴직 위로금 지급을 결정했지만 액수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진에어와 한국공항, 한진칼 등 나머지 계열사 역시 퇴직금 지급 여부와 액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이 총수 자리에 올랐지만 유족 간 상속 비율이 결정되지 않은 것도 상속세 불씨로 남아 있다. 조 전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 회장,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주요 상속인으로 꼽힌다. 한진칼의 경우 유언장이 없다면 민법에 따라 이 전 이사장이 1.5, 삼남매가 각각 1의 비율로 상속받게 되지만, 이렇게 되면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아 이 전 이사장과 두 자매가 조 회장에게 한진칼 지분을 몰아주거나 우호지분을 행사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경영권과 상속세를 두고 총수 일가간 분쟁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 회장은 최근 상속세와 관련해 "협의가 완료됐다고는 못 하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한진그룹에 대한 견제를 이어가고 있는 KCGI는 조 전 회장 측에 지급된 계열사들의 퇴직금과 퇴직 위로금이 적법했는지 따져보겠단 입장이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이와 관련해 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조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는 과정에서 회장 선임 안건이 이사회에 적법하게 상정돼 결의됐는지도 조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시장은 KCGI가 조 전 회장의 퇴직금이 상속세 재원으로 쓰이는 것에 발목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조 전 회장의 퇴직금과 주식담보대출, 부동산 매각, 배당 확대, 5년 연납 등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가능성이 높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일부 주식을 처분할 경우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KCGI의 한진칼 지분은 최근 15.98%까지 올랐다.

조 회장을 비롯한 상속인은 오는 10월에 상속세 납부를 위한 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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