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금융위, 카드 수수료 인하 이어… 은행권 일자리 창출 조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압박 아닙니다. 때가 어느 땐데 채용 압박이라뇨."(금융위).

"당연히 압박으로 느껴지죠."(시중은행 관계자)

"부담은 무슨 부담이 된다고 그래요. 연도별 직·간접 고용인원 숫자 적은 엑셀표 하나 내면 되는 걸."(금융위), "정부가 기침하면 저희는 독감이죠. 진짜 달랑 숫자만 던져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시중은행 관계자)

정부가 은행들의 일자리 창출 실태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발표하자, 금융권이 뒤숭숭하다. 정부가 최저임금 급등으로 신음하는 자영업자들을 달래기 위해 카드업계를 압박해 카드 수수료 인하를 관철시킨 데 이어, 이번엔 고용 참사라는 정책 실패의 책임을 은행권에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은행권의 '일자리 기여도'를 파악해 오는 8월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10여년간 자체 채용 인원과 아웃소싱 인원을 전수 조사하고, 대출이 어떤 업종에 얼마나 나갔는지를 파악해 이른바 '생산적 금융' 기여도도 보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산업의 틀이 비대면·자동화로 바뀌고 있는 건 잘 안다"며 "순수한 의도에서 일자리 창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자는 취지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사 대상이 된 은행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혁신 금융에 나서라는 건 얼마든지 환영한다.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잘되면 대박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일자리를 늘리는 게 맞는지, 일자리 창출력이 높은 노동집약적 기업에 대출을 더 하는 게 맞는지는 철저히 은행별 장기 계획에 따라 스스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면서 일자리 창출 계수가 높은 업종에 대출을 많이 해주라고 부담 주는 것은 모순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 태스크포스(TF)'와 금융감독원 자문기구인 '금융감독·검사 제재 프로세스 혁신 TF'에 참여한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아무리 일자리가 급하다지만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서는 건 구시대적 관치나 다름없다"며 "금융산업에 보이지 않는 비효율이 쌓이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ejkim@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