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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치권 뒤집어 놓은 ‘文 김원봉 언급’… 野 “사과해야” 강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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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거센 후폭풍 / “보수 우파가 수용 못할 발언으로 / 네편 내편 갈라치기 정치 유도” / 나경원, 원내회의서 강한 비판 / 바른미래 지도부도 성토 가세 / 차명진 “문재인은 빨갱이” 막말 / 靑 “김원봉 평가 역사학계서 할 것”

세계일보

文, 공무원 격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국민께 힘이 되는 일 잘하는 공무원’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오찬에는 강원 고성 지역 산불 진화와 ‘세계무역기구(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승소에 기여한 공무원 등 20여명이 초청됐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을 언급하며 ‘광복 후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됐다’고 공식 평가한 발언이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빨갱이’(3·1절 경축사), ‘독재자의 후예’(5·18 기념사) 표현에 이어 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가 또다시 여야 간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포용, 통합을 당부했지만 되레 결과는 국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7일 문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남당 정석모 전 국회의원 추모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6·25 희생자를 기리는 자리에서 언급하지 않았어야 할 이름을 언급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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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 김원봉.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6·25 호국영령을 기리는 날에 남침을 주도한 김원봉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부분에 마땅히 사과문을 내야 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회의에선 “우리 정치를 계속 싸움판으로 만들기 위해 보수 우파가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으로 야당의 분노와 비난을 유도한다는 느낌”이라며 “네 편과 내 편으로 갈라치는 정치”라고 규정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도 한목소리로 문 대통령 발언을 성토하며 가세했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연이은 분열 지향적인 발언에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국민통합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호국영령에 대한 모독”이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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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이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를 비판하며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차명진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민주평화당은 ‘역사는 역사의 영역에 남아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김정현 대변인은 “김원봉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중지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막말’로 당원권 3개월의 정지 징계를 받은 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은 이와 관련해 ‘문재인은 빨갱이’란 발언으로 또다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차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김원봉이 누구인가. 김일성 정권 권력 서열 3위, 6·25 남침 최선봉에 선 그놈”이라면서 “우선 입 달린 의원 한 명이라도 이렇게 외쳐야 한다.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적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분열을 조장한다며 반격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현장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메시지가 우리 역사의 통합, 국민과 사회의 통합을 향한 메시지였는지, 한국당이 억지로 생채기를 내며 분열의 메시지로 만들어내는 것인지 자문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편 가르기 정치를 하지 말고 함께 상생하자는 대통령 추념사의 의미를 왜곡하지 말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관계자는 “추념사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메시지는 애국 앞에서 보수·진보가 없고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어 통합으로 가자는 취지”라며 “그런 취지에 대한 역사적인 사례로 말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독립 과정에서 그분 역할에 대해 통합의 사례로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혜진·박현준·곽은산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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