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은 김원봉 뿐만 아니라 '5·16' 채명신도 "애국"이라했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the300]다양한 인물 언급하며 '통합' 강조…'월북-쿠데타'는 별개의 일 인식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하고 있다. 2019.06.06. photo1006@newsis.com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약산 김원봉 선생을 언급한 것과 관련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어 통합으로 가자는 취지"라고 7일 거듭 설명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전날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 선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애국지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통합'을 강조했다. 청와대 내에는 이같은 추념사의 큰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김원봉'에만 비판을 하는 여론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수 야권의 비판은 균형있는 목소리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김원봉 선생 외에도 채명신 장군, 이상룡 선생, 이회영 선생, 홍범도 장군, 김태연·강영각·이재수·계봉우·황운정 지사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했다. 보수를 대표하는 채명신, 사회주의 계열의 김원봉·홍범도, 아나키스트로 불리는 이회영 등 다양한 인사들을 거론한 것이다.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은 '보수' 채명신 장군이었다. 채명신 장군은 5.16 쿠데타에 가담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는 주월한국군 사령관 시절의 활약으로 베트남전의 영웅으로 불렸다. 쿠데타 가담과 상관없이, 베트남전 참전 역시 '애국'의 영역에 있다는 점을 문 대통령이 충분히 평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 2번 묘역은 사병들의 묘역이다. 8평 장군묘역 대신 이곳 1평 묘역에 잠든 장군이 있다"며 "'내가 장군이 된 것은 전쟁터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린 사병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우들인 사병 묘역에 묻어 달라' 유언한 채명신 장군"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장군은 죽음에 이르러서까지 참다운 군인정신을 남겼다"며 "애국의 마음을 살아있는 이야기로, 지금도 들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봉 선생 관련 언급은 많지 않았다.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한 게 전부다.

문제가 된 대목은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평가한 대목이다.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김원봉 선생이 국군과 한미동맹의 뿌리라는 말인가"라는 비판이 나오는 맥락이다.

이같은 해석에 대해 청와대는 "비약이다. 실제 맥락으로 보면 '통합 광복군'이 국군과 한미동맹의 뿌리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김원봉 선생의 독립유공자 서훈으로 이어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언급했다고 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그었다.

청와대는 "대통령 메시지의 핵심은 '애국 앞에 진보와 보수가 없다. 상식의 안에서 통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거듭 힘을 줬다. 베트남전 영웅인 채명신 장군부터,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 김원봉 선생까지 모두 해온 '애국'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채명신 장군의 5·16 쿠데타 가담이나 김원봉 선생의 북한 정권 가담 등은 역사학계가 평가할 일로, 별개의 문제라는 인식이다. 양 극단에 위치한 이념의 문제는 배제한 채 '상식의 선' 안에서 통합을 이루자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이념과 정파를 뛰어 넘어서 구성됐다"며 "백범일지를 보면, 김구 선생이 임시정부의 대동단결을 주장한 바 있고, 거기에 김원봉 선생이 호응한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합을 통해 임시정부가 구성된 점, 임시정부가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어 통합을 주창한 점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로 (김원봉 선생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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