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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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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삽질, 그후 10년]22조 들여 환경 파괴·갈등 조장…한국 사회 ‘생채기’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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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4대강사업

경향신문

낙동강은 영남권 1300만명의 식수원으로 낙동강에 녹조가 심하게 생기면 주민들은 먹는물에 대한 불안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폭염과 가뭄으로 경북 고령의 우곡교 아래 낙동강에 발생한 짙은 녹조 위로 죽은 물고기 한 마리가 떠다니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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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보 절반 몰린 낙동강

6년 만에 녹조 112배 폭증

영남권 시민 건강 위협 속

가뭄·홍수 대비도 ‘의문’

상수원 블랙아웃 우려에도

정치권, ‘물 문제’를 정쟁에

“보 개방해 위기 벗어나야”


‘1만1308 대 126만4052.’ 4대강 보가 준공되고 2012년 ‘녹조라떼’ 논란이 처음 불거진 낙동강 합천창녕보에서 유해남조류 수가 6년 만에 112배 폭증했다.

2009년 6월8일 발표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오는 8일 10년을 맞는다. 10년 동안 강은 죽어갔다. 22조원을 들인 4대강사업은 강줄기만 파헤친 것이 아니라 환경 파괴에 사회적 갈등까지 한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당시 발표에선 5대 핵심 과제로 가뭄 대비, 홍수 대비, 수질 개선, 녹색 성장, 지역 발전을 제시했다. 물그릇이 커졌으니 가뭄과 홍수 대비가 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지만, 애초 본류는 가뭄과 홍수가 나지 않았다. ‘강을 살린다’는 건 시민을 호도하는 슬로건에 불과했다. 녹색 성장과 지역 발전 효과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야말로 실패한 사업인 셈이다.

■ ‘부패 시스템’이 된 4대강

가장 큰 논란은 ‘녹조라떼’로 대변되는 수질 문제다. 특히 4대강 16개 보 중 절반이 몰려있는 낙동강에선 해마다 여름이면 ‘녹색 재앙’이 덮치고 있다. 지난해는 폭염 탓이었다지만, 유해남조류 수가 126만셀(세포/㎖)이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낙동강 하굿둑까지 사실상 9개의 댐이 막고 있는 낙동강은 ‘물의 흐름이 어느 정도 있는 호소(湖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4대강사업 이후 물이 고이면서 썩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상류에서 흘러내려와 하류에 쌓여야 할 뻘층이 강 중간중간이 막히면서 쌓여가고, 거기에 녹조가 죽어서 쌓이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해가 거듭할수록 녹조가 심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류가 자라는 초기에 인(영양물질)을 많이 축적하는 ‘사치 흡수(Luxury Uptake)’라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하류에 도달하기도 전에 과거 녹조가 안 피던 중상류에서도 창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낙동강이 영남권 1300만명의 식수원이라는 점이다. 한강은 상류 팔당댐에서 먹는 물을 끌어오는데 보 개수가 적은데다 수도권이라 원래 수질 관리가 잘 되어왔고, 금강은 대청댐에서 식수를 끌어와 보와는 상관이 없다.

영산강권의 경우 먹는 물을 아예 섬진강에서 끌어온다. 하지만 영남권은 공업용수와 농업용수, 먹는 물까지 모두 낙동강에서 끌어온다. 녹조가 창궐하면 바로 시민 건강에 위협이 되는 것이다.

낙동강 수계에서 매년 녹조가 심해지면서 정수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발암물질 ‘총트리할로메탄’을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환경부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수돗물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0.1㎎/ℓ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녹조가 발생했을 당시 모두 기준치 이내이긴 했지만, 최고 0.084㎎/ℓ까지 검출되면서 안전성 우려가 나왔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농도 기준을 우리의 절반인 0.05㎎/ℓ로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 감사에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편법을 동원해 사업의 적정성 자체가 비판받았다. 녹색 성장과 지역 발전 효과 등에 대해서도 박한 평가를 내렸다. 특히 1조7000억원을 들여 357개 생태하천을 조성하고 유지관리비로 6년 동안 연평균 358억원을 지원했는데, 실제 이용되는 공간은 39%에 그쳤다. 상당수가 그냥 방치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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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뭄·홍수 대비 사실일까

2014년 국무조정실 조사결과에선 준설을 통해 주변 홍수 위험지역 대부분에서 홍수 위험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수자원 확보의 경우도 물이 늘어나면서 가뭄 대비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으나, 과거 가뭄발생 시 용수 부족 발생 지역과 4대강사업으로 가용수량이 늘어난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가뭄과 홍수 대비 효과에 대한 반박은 사실 4대강사업 이전부터 나왔다. 애초에 가뭄은 본류가 아니라 강에서 떨어진 내륙에서 발생한 것이라 물그릇을 늘리는 것보다는 물을 연결해 주는 것이 필요하고, 홍수의 경우도 본류가 아닌 지천에서 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물을 사용하는 권리인 수리권을 4대강사업 이후 추가로 요구한 경우가 일부 공단들을 빼면 사실상 없었다. 애초에 물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홍수의 경우도 “준설을 많이 했으니 방어력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준설을 안했을 때도 본류에는 별문제가 없었다”면서 “국민들이 보가 있으면 보에 물을 가둬서 막을 거라고 오해하는데 실제 홍수가 나면 그냥 넘쳐버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큰 쓸모도 없고 유지관리비만 많이 들기 때문에 보를 처리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업용수 부족을 우려하는 농민들의 반대로 보의 추가 개방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보 처리방안을 내놓기 위해선 우선 보문을 열고 모니터링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조차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선 지역 정치권이 물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비판한다.

황인철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정책팀장은 “사실 농업용수 문제는 예산을 투여해 해결가능한 문제인데 일부 정치세력과 지자체에서 정작 있는 예산도 사용하지 않고 보 개방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시민들의 안전을 볼모로 잡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도 “올여름도 지난해와 같은 폭염이 온다면 낙동강 일대는 상수원 블랙아웃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결국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은 수문 개방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도 “4대강 재자연화를”

세계 21개 시민단체들 성명

“보 해체로 물 흐름 찾아야”


국제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 정부에 4대강 재자연화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독일 분트, 유럽연합의 유럽댐제거 등 세계 21개 시민단체들은 6일 “한국 정부가 첫걸음을 뗀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환영한다”면서 “국제적인 하천 정책의 흐름에 입각해 댐(보) 해체를 통한 4대강 자연성 회복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9년 4대강사업이 심각한 환경파괴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했는데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예고된 재앙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전 지구적으로 환경파괴와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강은 동시에 지구의 강이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4대강이 다시 흐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계 145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세계습지네트워크(WWN)에서도 4대강 수문 개방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한국에 보내기도 했다. 2012년 루마니아에서 열린 람사르총회 당시 4대강사업은 세계습지네트워크 회원 투표로 최악의 습지 파괴를 의미하는 ‘회색상(Grey Award)’에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들은 지난 2월 한국 환경부가 발표한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대해 “전적인 지지를 표명”하면서 “4대강사업으로 인한 훼손을 되돌리는 것은 국제적인 흐름을 선도하는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람사르네트워크에서도 “보를 해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을 되찾기 위한 중요한 활동”이라면서 “한국 정부의 보 처리방안은 같은 과제를 가진 세계 당사국의 모범이 되는 제안이며,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지난 10년간 실제 보와 준설의 실효성은 없었고, 녹조 등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가 진행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하천의 흐름을 방해하는 구조물을 없애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복원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밝혔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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