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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현충일에 '김원봉' 언급한 文대통령…공적 논란 재점화 [이슈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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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국군 창설의 뿌리" / 보수 야당 "귀를 의심케하는 추념사" / 보훈처 신중 모드 " 현행 규정으로는 유공자 포상 불가"

세계일보

약산 김원봉.


문재인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독립유공자 지정 여부를 놓고 논란이 제기됐던 약산 김원봉(1898∼1958)의 ‘공적’을 거론하면서 북한 김일성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고위직을 지냈던 김원봉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당장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 쪽에서는 “귀를 의심케하는 추념사”,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서훈 반대”라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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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 일제와 맞서 싸운 김원봉의 업적 강조···민주당 대표 시절에도 “김원봉 선생에 술 한 잔 바치고 싶다”고.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사 중 “임시정부는 1941년 12월 10일 광복군을 앞세워 일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며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힘으로 1943년, 영국군과 함께 인도-버마 전선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웠고 1945년에는 미국 전략정보국과 함께 국내 진공작전을 준비하던 중 광복을 맞았다. 김구 선생은 광복군의 국내 진공작전이 이뤄지기 전에 일제가 항복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라며 “그러나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김원봉의 공적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인 2015년 8월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독립유공자 서훈에서 제외된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김원봉을 직접 거론한 바 있다. 당시 “김구 현상금 5만엔, 김원봉 현상금 8만엔”이라는 영화 ‘암살’의 대사를 언급하고 “광복 7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 드리고 술 한 잔을 바치고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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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봉, 광복 전후 행적 엇갈리면서 논란···광복 전 독립 영웅, 후에는 월북한 뒤 김일성 정권 핵심이었다가 숙청당해

1898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한 김원봉은 1919년 의열단을 조직해 국내 일제 수탈기관 파괴와 요인암살 등 무정부주의 투쟁을 전개했다. 1942년 광복군 부사령관에 취임했으며, 1944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 및 군무부장도 지냈다.

그러나 광복 이후 1948년 월북한 뒤 그해 8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이 됐고, 같은 해 9월 국가검열상에 올랐다.

이후로도 노동상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냈지만, 1958년 김일성의 옌안파 제거 때 숙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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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정〉에서 이병헌이 분한 김원봉, 오른쪽은 영화 〈암살〉에서 조승우가 분한 김원봉.


하지만 2015년, 2016년 히트를 친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과 김지운 감독의 영화 ‘밀정’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무장 독립운동 지도자로 그려지면서 그의 삶도 재조명됐다.

특히 국가보훈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가 올해 초 김원봉을 3·1절 계기에 독립유공자로 포상할 것을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수진영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찬반논쟁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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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위패봉안관에서 고 성복환 일병의 부인 김차희 씨와 고인의 위패를 보고 있다. 김차희 씨의 남편 성복환 일병은 1950년 8월 10일 학도병으로 입대해 1950년 10월 13일 백천지구 전투 중 전사했다. 현재까지 유해는 수습되지 못했다.


◆보훈처는 일단 신중 모드···현행 규정으로는 북한 정권 수립 기여자는 유공자 포상 불가

보훈처는 관련 논란에 대해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하면 북한 정권 출범에 관여한 인물도 유공자로 선정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현행 독립유공자 서훈 기준으로는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인물은 유공자 포상이 불가능하다.

보훈처는 지난해 독립유공자 선정기준을 개정해 ‘광복 후 행적 불분명자'(사회주의 활동 경력자)도 포상할 수 있도록 했지만, ‘북한 정권수립에 직접 기여하지 않은’ 인물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피우진 보훈처장은 지난 4월 초 국회에 출석해 김원봉 서훈 여부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좀 더 의견을 수렴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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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하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한국당, “대통령이 6·25전사자와 유족들 있는 자리에서 북한의 6·25전쟁 공로자에 헌사를 보내다니 기가 막혀”

이에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김원봉을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됐다’는 식으로 언급한 것을 문제 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6·25 전쟁에서 세운 공훈으로 북한의 훈장까지 받고 북의 노동상까지 지낸 김원봉이 졸지에 국군 창설의 뿌리, 한미동맹 토대의 위치에 함께 오르게 됐다”며 “귀를 의심하게 하는 추념사”라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이 정부에서 김원봉에게 서훈을 안기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은 보훈처를 넘어 방송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며 “여기에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종지부를 찍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6·25 전사자들을 뒤에 모셔두고, 눈물로 세월을 견딘 가족들을 앞에 두고, 북의 전쟁 공로자에 헌사를 보낸 대통령이 최소한의 상식의 선 안에 있는지 묻고 싶다”며 “청와대와 집권세력이야말로 가장 극단에 치우친 세력이라 평가할 만하다”고 비판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장병의 희생까지 기린다면서,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하고 6·25 남침의 공으로 북한에서 훈장까지 받았다는 김원봉을 콕 집어 언급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의 언급이 김원봉 등 대한민국에 맞선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까지 서훈하기 위한 이 정권의 분위기 조성용 발언은 아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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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위패봉안관에서 고 성복환 일병의 위패에 헌화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보훈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김원봉에게 독립유공자 서훈, 즉 대한민국의 ‘건국훈장’을 주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의 수립과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자 한 김원봉에 지금건국훈장을 수여하려는 국가는 대한민국이라고 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회 정무위원으로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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