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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홍준표·유시민, 160분간 '토론 배틀'...독재 후예, 북핵 해법 놓고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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柳 "북한은 체제안전 보장받자는 것" 洪 "핵, 미사일로 적화통일하겠다는 것"
柳 "진보는 보수 탄압한 적 없어" 洪 "더 교묘하게 억압...나도 통신조회 수십차례 당해"
차기 대선...柳 "제가 무리에 잘 못 끼어서..." 洪 "나는 불펜투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3일 '토론 배틀'을 했다. 각자의 유튜브 채널 이름을 따 '홍카레오'라 이름붙인 이날 토론에서 두 사람은 대본 없이 약 2시간 40분간 10여가지 주제를 두고 원고 없이 격론을 주고받았다. 토론 진행은 변상욱 국민대 초빙교수가 맡았다.

조선일보

'홍카레오' 유튜브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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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이날 토론에서 서로를 향해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은 뒤 진보와 보수의 핵심 가치,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입장 교환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논쟁을 시작했다.

유 이사장은 북한 김정은의 핵포기 가능성에 대해서 "체제 안전이 다른 방법으로 보장이 된다면 굳이 핵을 가질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거기도 나름 (체제 안전 조건 등을 놓고)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김정은이) 자기 삼촌도 죽이고, 장성택이도 죽이고, 이복형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독살하는 체제가 보장할 가치가 있냐"고 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문명적 기준으로 저런 체제 오래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에서)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혁명 등) 그건 북한 인민들이 할 문제"라고 했다.

북핵과 미사일 개발의 의도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홍 전 대표는 "핵과 탄도미사일 만든다는 건 적화통일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막고 남침 통일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저는 우리 우파들이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본다"며 "북한은 자기 인민들 밥도 못 먹인다. 적화통일이라는 것도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위기에 몰리면 핵을 쏠지 여부를 묻는 사회자 질문에 유 이사장은 "(북한이 핵을) 갖고 있으면 쓸 수는 있다. 우리가 그것을 쓸 상황을 안 만드는 게 현명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건이 맞으면 (북한이 비핵화)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핵을 포기하는 순간 김정은 체제가 바로 무너진다. 북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그렇다면 핵균형을 이루고 그 다음 단계로 핵군축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우파의 전형적인 확장적 군비경쟁 논리"라며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간을 좀 주고 지켜보는게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 체제도 화제에 올랐다. 유 이사장은 "특히 황교안 체제가, 이 분 리더십 스타일이 왠지 몇 십년 전에 흔히 보이던 스타일 아닌가"라며 "제 1야당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라고 홍 전 대표에게 물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그건 말하기도 곤란하고 말할 수도 없다. 괜히 잘못 말했다가⋯"라고 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이 "몸 사리시는 거냐"고 재차 묻자, 홍 전 대표는 "난 정치 24년동안 몸사림의 정치 해본 적 없다. 몸사릴 상대가 아니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진보 쪽에선 한번도 탄압한 적 없는데 (황 대표가) 좌파독재라 그러니까"라고도 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좌파 광풍시대다. 어떻게 보면 (좌파가) 군사독재보다 더 교묘하게 억압한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그러면서 "대선 끝나고 난 뒤에 1년 6개월 동안 최근까지도 날 조사하고 있다. (대선 이후) 내가 당 대표 때 내 통신 조회한 것도 모자라서, 집사람, 내 아들 전부 통신 조회를 수십 차례했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그건 위험한 발언"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보수우파 붙여쓰는 분들이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이런 분들을 존경한다. 그분들이 (우파 가치인) 자유를 되게 탄압한 분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이승만 대통령은 종신 집권하려다 잘못은 있었지만 해방 이후 공산주의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 분"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은 5000만 국민을 가난에서 구해준 사람"이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보수 정당 상황에 대해 "지금도 보수우파는 탄핵을 두고 그때 니가 뭐했느니 안했느니 서로 손가락질 하고 있다. 그걸 보면서 통탄할 뿐"이라고 했다.

범여권이 추진하는 선거제 개편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시각차를 드러냈다. 유 이사장은 "국민의 정당과 정책 노선에 대한 지지가 어느 정도는 국회의원 점유비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지역구 투표와 정당투표는 다르다. 지역구 투표에서 사표가 나오는 것은 미국도 그렇다"고 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요새 미국이 엉망"이라고 했지만, 홍 전 대표는 "대한민국이 엉망"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대해서도 홍 전 대표는 "검찰이 잘못한다고 검찰 위에 검찰 또 하나 만들자는 것"이라며 "만약 공수처법과 선거법 통과되면 한국당은 전부 (의원들) 배지 떼라고 내가 그랬다"고 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세계 어느나라에도 우리 검찰 같은 곳 없다"며 "(사법제도는 국회 입법) 절차로 타협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군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의견을 주고 받았다. 유 이사장은 "보통 대선 후보 경선을 하면, 문재인 대통령 인기가 임기말까지 간다고 가정하면 (대선 출마자)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민주당은 제가 보기에는 (출마 의사 있는 후보가) 10여명 정도 봐야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민주당) 당원도 아니다"고 했다.

사회자는 "예전에 민주당이 노무현이 꼴지였다가 후보가 됐다"고 했다. 홍 전 대표도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되는 과정을 주목했었다"며 "소위 민주당 지지층은 정치 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또 "늑대는 무리를 지어다니는데 나는 무리를 지어다닌 일이 없다. 무리 중에서 유시민 이사장은 정통 민주당은 아니죠?"라고도 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제가 무리에 잘 못 낀다. 끼어 보려고 여러차례 여기서도 저기서도 해봤는데. 그 체질이⋯"라며 "무리지어 다니는거하고 안 맞나보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우리는) 독고다이 체질"이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군과 관련, "나는 불펜으로 물러나있다. 주전투수가 잘 하면 불펜투수가 등장할 일이 없다"면서도 "지금 불펜에 (후보들이) 많다. 아직 공개되지 않는 인물도 있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보수 진영에서) 누굴 보고 계신지 짐작하겠다"고 했다.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설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홍 전 대표는 "내가 보기에는 (유 이사장이) 100% 돌아온다"고 하자 유 이사장은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했다. 그러자 홍 전 대표는 "절대는 스님 담뱃대"라고 말했다.

한편 원래 이날 토론은 두 사람이 밤 10시에 맞춰 각자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기로 했지만,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11시 30분 정도까지 유튜브를 통해서는 볼 수 없는 상태였다.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녹화한 이 방송은 유튜브 공개에 앞서 팟캐스트서비스 '팟빵'의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통해 먼저 공개됐다.

좌우 진영의 전·현직 정치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두 사람의 채널 구독자는 100만명이 넘는다. 유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이날 현재 약 81만명, 홍 전 대표의 'TV홍카콜라'는 약 28만여명의 구독자를 각각 확보하고 있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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