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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튜브 ‘홍카레오’서 맞붙은 유시민-홍준표 ‘썰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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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7대 의원 시절부터 ‘토론 맞수’
한국일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튜브 토론방송 '홍카레오'에 참여하기 위해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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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유시민 같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시절 홍준표 전 대표를 향해 같은 당 의원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듣고 보면 맞는 말인데, 참 얄밉게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웬만해선 말로 지는 법 없는, 그래서 같은 진영에서도 눈총을 받았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홍 전 대표의 공통점이기도 할 것이다.

두 사람이 3일 유튜브 방송에서 맞붙는다. 예고한대로 각본 없는 ‘썰전’이다. 16, 17대 국회에서 함께 의원을 지낸 두 사람은 오랜 맞수다. 또 각각 상대 진영에서 가장 까다로워하는 토론 상대이기도 했다.

입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은 생전에 “유시민 의원이 토론에 아주 강해서 강적이다. 홍준표 의원도 만만치 않다. 논리로 안 되면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말했을 정도다.

◇12년 전 대선 앞두고 대포집서 썰전
한국일보

2004년 12월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당시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이철우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을 간첩이라고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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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12년 전 소주잔을 기울이며 갑론을박을 벌인 적이 있다. ‘KBS 스페셜’에서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 진영의 대표들을 불렀다. 홍 전 대표는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측으로, 유 이사장은 정동영 통합신당 후보 측으로 나와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전 의원, 창조한국당의 정범구 전 의원과 한 자리에 앉았다. 서울의 한 선술집이었다.

분위기를 달군 건 홍 전 대표와 유 이사장이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는 ‘김대업(이회창 당시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 제기) 선거’였다. 지금도 그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홍 전 대표가 포문을 열었다. 이에 유 이사장이 “선진국에서는 이런 게 문제되면 후보가 나오지도 못한다”고 되받아쳤다.

막바지엔 유 이사장이 당시 대선을 앞두고 BBK 실소유주 논란과 함께 꼬리를 물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의혹’ 얘기를 꺼내자, 홍 전 대표가 “(녹화) 끝!”이라며 마이크를 빼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건배사로도 기싸움을 했다. 홍 전 대표가 자신이 “정동영 후보를 위하여!”를 외칠 테니 유 이사장에게는 “이명박 후보를 위하여!”를 해달라고 제안했으나 유 이사장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절한 것이다. 그랬던 유 이사장도 홍 전 대표를 비롯한 주위의 설득과 권유에, 못 이기는 척 건배사를 했다.

당시 두 사람은 소주 각 1병씩을 마셨다고 한다.

◇“자기도 그만 둘래?”-“선배하고 무슨 상관”
한국일보

2009년 3월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로텐더홀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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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아슬아슬한 설전을 이어가는 모습도 여러 번 포착됐다. 참여정부 때인 2004년 2월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 현장에서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청문회 진행을 놓고 막말까지 하며 대립하다 잠시 휴전에 접어들었을 때 유 이사장이 홍 전 대표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우리가 불러달라는 증인은 불러주지 않고 나라에 할 일도 많은데 왜 이런 청문회를 엽니까?” (유 이사장)

“내가 그만 두면 자기도 그만 둘래?” (홍 전 대표)

“나하고 선배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난 한나라당 박멸에 역사적 사명을 띠고 나온 사람입니다. 나도 오래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한 번은 너무 짧아요.” (유 이사장)

“하긴 난 유 의원하고는 격이 좀 다르지.” (홍 전 대표)

“이건 정치도 아니야.” (유 이사장)

격의 없는 듯 하면서도 선을 지키는 팽팽한 신경전의 일단이다.

◇언론 매개로도 입씨름 열전
한국일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맞짱 토론' 유튜브 방송을 촬영하기 위해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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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매개로 공세를 주고 받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8월이다. 당시는 홍 전 대표가 여당, 유 이사장이 야당으로 처지가 뒤바뀌었다.

당시 홍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의혹을 제기해 야당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와 관련 유 이사장은 방송에서 홍 전 대표를 향해 “품격과 금도를 지킬 때가 됐다”고 일갈했다. 또 “정치 이전에, 보통사람의 상식의 눈으로 세상을 볼 필요가 있다”며 홍 전 대표의 주장이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두 달 뒤에는 홍 전 대표가 유 이사장의 주장을 방송에서 맞받았다. 당시 국민참여당의 참여정책연구원장이던 유 이사장은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이재오 당시 특임장관을 비롯한 한나라당 친이계의 회동을 두고 ‘개헌 밀실협상’이라고 비판했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특임장관이라면 여야간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특정집단이 합의한다고 개헌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 홍 전 대표 법안에 손 들어주기도
한국일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3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유튜브 토론 '홍카레오'(TV홍카콜라+알릴레오)' 녹화장인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로 입장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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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대치만 했던 건 아니다. 유 이사장은 의원 시절 홍 전 대표의 ‘간판 법안’인 개정 국적법의 후속 조치 격인 재외동포법 개정안 표결 때 찬성표를 던져 주목을 받았다. 병역 의무를 피하려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에 대해 재외동포로서의 혜택을 박탈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여론의 큰 지지를 받았으나 본회의에서 부결돼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에 역풍이 불기도 했다.

당시 여당 소속인데도 찬성했던 유 이사장은 후일 서울대 특강에서 그 이유를 두고 “사실 부결될 것 같아서 찬성했다”며 “법률적으로 문제가 많은 법안이지만 반대표 던졌을 때 네티즌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것이 감당이 안돼서 찬성했다”고 농반진반의 설명을 했다.

‘토론의 단골 패널’답게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는 2008년 MBC ‘100분 토론’이 400회를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최고의 정치 논객’, ‘최고의 보수 논객’으로 뽑혔다. 두 사람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각각 진보와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로 여겨진다. 이날 ‘유튜브 맞짱 토론’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 마련된 녹화장에 들어서며 유 이사장은 “국회도, 언론도, 유튜브도 각자 따로 노는 것보다는 가끔씩 같이 놀아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도 “유 이사장과는 12년 전에 ‘KBS 스페셜’에서 한 번 얘기해본 적이 있다”며 “유 이사장에게 제의가 왔으니 얘기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취지에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은 오후 10시쯤 유 이사장의 ‘알릴레오’, 홍 전 대표의 ‘TV홍카콜라’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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