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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 쟁점은… 노조 “결국 구조조정 불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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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설립해 연구ㆍ경영 등 500명은 서울에

사측 ‘인력 감축 없다’ 명시… 노조 “알맹이 다 빼가면 이후 인력 감축 수순”
한국일보

30일 오후 현대중공업 노조가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영남권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울산=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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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위한 물적 분할안을 상정하는 31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사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양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쟁점은 물적 분할의 효과, 중간지주사 입지, 물적 분할에 따른 구조조정 문제 등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그룹에 편입하기 위해 회사를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나눌 계획이다. 이후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의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을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이 한국조선해양의 공동 주주가 되는 방식인데,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이 2대 주주가 돼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비용을 모두 떠안지 않아도 된다. 회사측은 인수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대우조선의 독립경영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이런 물적 분할이 이뤄지면 사업과 이익의 알맹이는 한국조선해양이 가져가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부실화할 우려가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분할계획서에 따르면 이 회사 부채의 97%(약 7조원)가량이 사업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에 승계되는데 이는 향후 인력 구조조정의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물적 분할을 통해 노조 조직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도 있다고 노조 측은 반발하고 있다.

구조조정도 큰 쟁점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초 대표이사 명의의 발표문을 통해 고용안정을 약속했으며, 인원감축을 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을 올해 초 임금ㆍ단체협약에 명시했기 때문에 노조의 주장이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선박 수주가 늘어나 향후 2~3년간은 오히려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란 설명이다.
한국일보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 쟁점-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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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조는 회사 분할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진 선례가 있다며 사측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7년 현대중공업그룹을 4개 회사로 인적 분할할 당시에도 사측은 ‘근로조건 승계’를 약속했지만, 단체협약을 그대로 승계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물적 분할은 중간지주회사를 신설법인화하고 회사를 재편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조로서는 회사에 단협 승계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서울에 두는 것을 놓고도 노사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분할계획서에 한국조선해양을 서울에 설립하는 안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조선해양의 인력 규모는 500여명으로 연구개발(R&D), 경영지원, 기획부문 인력으로 구성된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 인력 유치를 위해서는 울산보다 서울이 훨씬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수도권에 흩어져 있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 R&D센터와 협력하는데도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노조는 사실상 본사의 서울 이전과 다름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인력과 세금 유출이 일어나고 울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김형균 정책실장은 “지주회사가 배당ㆍ특허ㆍ광고 등 대부분의 경영상 결정을 하기 때문에 울산의 세수가 줄어들 것이고, 울산에서 발생하는 수익 대부분이 한국조선해양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도 29일 삭발식을 하며 “현대중공업 본사 이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물적 분할 후에도 현대중공업 사업장과 본사는 그대로 울산에 둘 것이기 때문에 중간지주회사가 서울에 있는 것이 본사 이전이란 논리는 맞지 않다”며 “중간지주회사는 500여명 규모가 될 예정인데 울산 지역 세수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신설법인을 만들게 되면 오히려 울산에 취ㆍ등록세를 더 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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