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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물적분할 반대’ 현대중공업노조·시민단체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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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법인분할)을 놓고 울산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노조는 물적분할 자체를 반대하는 반면 울산시와 시민단체는 분할 후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울산 존치를 요구하는 등 양측의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노조는 물적분할을 위한 주주총회가 강행될 경우 현대중공업 자산 13조원가량이 중간지주회사에 귀속되고, 부채 7조원가량을 떠안아 회사의 부실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금인상이 어려워지고 노동여건 악화, 노조활동 위축 등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물적분할 후 기존 현대중공업은 지주회사 아래 신설 사업법인으로 남게 된다. 사측은 물적분할 후 중간지주사가 신설 법인인 현대중공업 부채 해결에 연대책임을 지는 만큼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이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

현대중공업노조원들이 지난 29일 주총장인 한마음회관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주총장 사수’를 외치고 있다.│백승목 기자


김형균 현대중공업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해양플랜트나 특수선 사업부 같은 겹치는 사업영역의 인적 구조조정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쟁취와 노동여건 보장도 어렵다”고 말했다.

노조는 2017년 현대중공업이 사업분야별로 건설기계·일렉트릭·로보틱스 등 4개사로 분할하기 위한 주총을 막지 못해 이후 노조 활동이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가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주총 개최 자체를 봉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라는 것이다.

사측은 단협승계와 고용보장을 약속한다고 노조를 설득하고 있지만, 노조는 명시적 내용이 아니어서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울산시와 시민단체들은 물적분할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분할 후 중간지주사 본사의 울산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 현대중공업이 울산시에 납부하는 법인세 등이 연간 500억~600억원 수준인데, 물적분할 후 세수감소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시하는 것은 물적분할 후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사측의 계획대로 서울 계동에 둘 경우 울산의 현대중공업은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하면서 ‘알짜배기가 빠진 채 껍데기만 남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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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울산시장(왼쪽)과 황세영 울산시의회의장이 지난 29일 롯데백화점울산점 앞 광장에서 연 시민총궐기대회에서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울산존치를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울산시 제공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서울에 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경영사무직과 연구인력이 유출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최대 산업도시라는 울산의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상공인과 자영업자 및 시민단체 회원들도 현대중공업 본사 기능의 서울 이전으로 지역경기 침체를 걱정하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30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조선해양은 울산에 존치해야만 한다”면서 “울산시 차원의 울산 존치 지원단을 구성해 한국조선해양의 존치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울산시와 시민단체는 ‘현대중공업이 곧 울산’이라고 강조했다.

정창윤 울산시 노동특보는 “현대차의 경우 2005년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경기 화성에 남양연구소를 만들었는데, 초창기에는 2000~3000명에 불과한 연구인력이 최근에는 1만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울산시교육청도 이날 성명을 내고 “현대중공업은 재벌의 일방적 소유물이 아니라 울산노동자들과 울산시민들의 자산”이라면서 “현대중공업은 울산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지 말고 울산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간절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울산지역 100여개 시민단체 회원 2000여명은 지난 22일 울산시청 광장에서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울산 존치를 촉구한 데 이어 지난 29일에는 도심 한복판에서 시민 3000여명이 참가한 ‘총궐기 대회’를 열기도 했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은 이날 자신들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삭발을 해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울산 존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확산시키면서 현대중공업을 압박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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