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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번엔 한상대 前총장 '수사촉구'…진퇴양난 빠진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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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법무부서 자료 넘겨받고 수사 여부 결정 방침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 출근길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19.5.22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한 검찰에 다시 난제가 주어졌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뿐 아니라 한상대 전 검찰총장도 건설업자 윤중천(58·구속)씨와 유착한 정황이 있다며 수사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다음달 초 구속기소하면서 옛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들의 수사외압 의혹을 포함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중간 수사결과를 내놓기 전에 이번엔 전직 수장에게도 칼날을 겨눌지를 고민하게 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르면 이날 법무부로부터 공문을 정식으로 접수해 기록을 검토하고 수사에 착수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과거사위는 전날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심의결과를 발표하며 검찰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윤씨와 유착한 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과거사위는 한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 박모씨 등을 지목했다.

한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이른바 '한방천하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윤씨의 진정대로 수사 주체를 바꿔줬고, 윤 전 고검장은 대검 강력부장 등으로 일하면서 윤씨의 특수강간 고소사건을 부적절하게 지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과거사위는 의심했다.

과거사위는 윤씨가 한 전 총장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건넸고 윤 전 고검장에게는 수차례 골프와 식사 접대를 받은 정황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중천 리스트'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검찰 내 이른바 스폰서 문화의 전형을 노정했다(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한 전 총장과 윤 전 고검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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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화기 좀…'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1억6천만원대 뇌물수수·성접대 혐의를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5.16 kane@yna.co.kr



과거사위는 과거 검경 수사기록에 나오는 윤씨의 전화번호부와 통화내역, 압수된 명함, 관련자들 진술 등을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한 전 총장 등 전직 검찰 고위간부들의 범죄 혐의를 찾아내라는 얘기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한 전 총장과 윤 전 고검장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할 경우 김 전 차관처럼 사실상 별건수사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수사 초기 언론보도 등을 토대로 전직 검찰 고위간부들과 친분관계를 확인했으나 윤씨가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대검 진상조사단 검사와 면담에서 한 전 총장을 안다고 했지만 금품을 줬다고 하지는 않았다. 윤 전 고검장은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압수수색에서 2005년 인천지검 1차장검사 시절 한 전 총장의 명함이 발견됐지만, 윤씨 전화번호부에는 한 전 총장과 윤 전 고검장이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조사단 진술을 단서로 출발했다가 윤씨가 말을 바꾸면서 수사 초기 난항을 겪었다. 결국 윤씨가 분쟁에 휘말렸던 상가보증금 1억원을 제3자뇌물로 엮고 또다른 스폰서 최모씨의 금품공여 진술을 받아낸 끝에 김 전 차관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사위는 한 전 총장과 윤 전 고검장이 윤씨의 형사사건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수사단도 최근 대검 서버를 압수수색해 과거 수사 관련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사건 지휘·결재는 오류를 바로잡고 법리를 구축하는 조직 차원의 의사결정 과정이라는 게 검찰의 일반적 시각이다. 윤씨 등의 구체적 진술이 나오지 않는다면 '뒷배'를 봐줬다고 할 만큼 부적절한 사건처리를 물증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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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나서는 윤중천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억대 금품과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9.5.22 seephoto@yna.co.kr



한 전 총장 등을 상대로 수사를 개시할지는 결국 문무일 검찰총장의 결단에 달렸다. 오는 7월24일 임기만료가 다가올수록 수사단의 동력이 떨어지는 점, 범죄 혐의를 찾을 만한 단서가 김 전 차관에 비해 부족한 점을 감안하면 수사에 선뜻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과거사위의 수사 촉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한 만큼 문 총장의 고심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위는 전날 "전·현직 검사의 직무 관련 범죄를 기존 검찰, 경찰이 수사할 경우 사건 실체가 왜곡되거나 축소, 부실수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면서도 한 전 총장 등을 수사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마련을 위한 입법 논의에 조직이해를 넘어 적극 참여하라고 했다. 검찰 안에서는 과거사위가 '수사 권고' 대신 '수사 촉구'라는 이름으로 부실한 진상규명 책임을 검찰에 떠넘기고 또다시 사건을 수사권 조정 논의에 활용하려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여론 때문에 수사 촉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한 전 총장을 별건 혐의로 구속하면 또 막강한 검찰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며 "김학의 의혹과 수사권 조정 문제를 끊임없이 연결시키려는 이들이 검찰을 외통수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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