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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과거사위 "김학의 외 다른 동영상 존재 가능성"…추가 피해자·가해자는?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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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검찰 고위간부들 간 유착 의혹에 대해 재수사할 필요성 있다"…윤중천 관련 사건 처리 과정에서 편의 봐줬다고 의심할만한 정확 포착 /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고검장, 박모 전 차장검사…'윤중천 리스트' 3인방? / 한 전 총장, 윤 전 고검장 등 관련 의혹 전면 부인…구체적 진술 나온 상황, 진상규명 필요 / 과거사위, 수사당국 부실수사 원인으로 당시 정권 '핵심관계자' 의심 / 김학의 외 다른 동영상 존재할 가능성…추가 동영상 존재 여부 등도 들여다봐야

6년 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봐주기 수사 의혹과 관련해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 검찰 고위간부들 간의 유착 의혹에 대해 재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결론을 내렸습니다.

윤씨와 유착·수뢰 의혹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인물들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고검장, 박모 전 차장검사 등인데요. 이들 3명이 윤씨 관련 사건 처리 과정에 개입해 편의를 봐줬다고 의심할만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이 3명이 '윤중천 리스트'라고 볼 수 있는데요.

과거사위에 따르면 한상대 전 총장 경우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때 윤씨가 낸 진정서의 요구대로 수사 주체가 변경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한 전 총장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건넸다는 윤씨의 진술도 있는데요.

윤 전 고검장은 관련 사건의 결재 라인에 있었으며, 박 전 차장검사는 윤씨와 관련한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전 총장과 윤 전 고검장 등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지만, 구체적인 진술이 나온 상황이어서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당시 윤씨에 대한 수사도 소극적이고 부실했는데 이는 검찰이 제 식구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고 윤씨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당시 경찰이 뇌물혐의를 빼고 성범죄 혐의로만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 초기에는 뇌물수수 등 부패범죄 측면에서 접근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성범죄로만 입건·송치했다는 것입니다.

과거사위는 부실수사의 원인으로 당시 정권의 '핵심관계자'를 의심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김 전 차관 이외 다른 동영상이 존재할 가능성이 과거사위에 의해 제기됐는데요. 추가 동영상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있다면 피해자가 누구이고 모두 몇 명인지도 명확하게 규명돼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뇌물수수, 성범죄 의혹, 유착 의혹, 박근혜 정부 시절 수사외압 의혹 등에 대해 밝혀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김학의 전 차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포착된 동영상 화면. YTN 보도 화면 갈무리


김학의(63·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이 불거지게 했던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추가로 더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판단을 내리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과거사위는 29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보고받은 김 전 차관 사건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는데요.

과거사위는 이날 김 전 차관 의혹의 핵심 인물이라 평가받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검찰 고위 간부 등 법조 관계자들과 교류·접대를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과거 검찰·경찰 수사가 부실해 진상 규명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 성범죄 의혹을 불러일으킨 동영상이 추가로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 영상은 남녀가 성관계를 갖는 모습이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와 관련해 윤씨는 언론 인터뷰 및 검찰 조사에서 "그 동영상 속에 나오는 인물은 김 전 차관이 맞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사위 "윤중천, 검찰 고위간부 등과 교류·접대…당시 수사 부실해 진상 규명 실패"

과거사위는 윤씨가 김 전 차관 이외에도 자신의 강원 원주 별장에서 접대 또는 성관계를 가진 다수를 촬영하는 습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추가 동영상 존재 가능성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윤씨가 동영상 등을 이용해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금품을 뜯어낸 것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조사를 통해 충분히 확인된다는 것입니다.

과거사위는 조사를 통해 확인한 피해자만 해도 5명인 데다, 이를 입증할 진술도 확보했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앞서 김 전 차관과 윤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A씨는 검찰에 이들을 강간치상 등 혐의로 고소한 상태입니다. A씨 외에도 피해를 주장하는 또 다른 여성도 검찰 조사를 받은 상황입니다.

과거사위는 윤씨가 해당 동영상을 이용, 피해자들을 상대로 협박했다면 상습공갈 등 범죄의 공소시효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이에 대한 수사를 통해 또 다른 동영상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국민적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과거사위의 설명입니다.

이같은 과거사위 발표에 따라 향후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을 확인하고 있는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을 뇌물 혐의로 지난 16일에, 윤씨를 강간치상 혐의로 지난 22일에 각각 구속한 뒤 조사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검찰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과거사위가 추가 동영상의 존재 가능성을 강조한 만큼, 수사단은 향후 이들의 진술 외에 객관적인 또 다른 증거를 찾기 위한 수사를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추가 동영상 존재 가능성 언급한 과거사위…객관적인 추가 증거 찾을 수 있을까?

특히 과거사위는 이번 발표에서 과거 검찰 수사의 부실함을 지적했는데요.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이 경찰에서 송치한 성범죄 혐의만 국한해 수사를 했다며, 김 전 차관과 윤씨 관련 수뢰 등 부패범죄 관련 혐의를 수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국민적 의혹이 크게 일었던 상황에서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수사했어야 마땅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윤씨와 피해 주장 여성 진술 등을 비롯 윤씨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김 전 차관 사용 차명 전화번호들, 윤씨 다이어리에 적힌 김 전 차관 관련 내용 등에 비춰 성접대와 금품공여 관련 수사를 진행했어야 했다는 판단입니다.

세계일보

과거사위는 검찰 수사가 경찰이 피해를 당했다고 판단한 여성들의 진술 신빙성을 탄핵하는 데 주력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결국 성범죄 혐의를 무혐의 처분하고 수뢰죄는 고려하지 않아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당시 수사관계자의 중대한 과오에서 비롯됐다는 평가입니다.

조사단은 검찰이 2013년 1차 수사 당시 김 전 차관과 윤씨가 알게 된 경위 등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소개자를 밝히지 않은 것은 의혹 확산을 막기 위해서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는데요.

경찰 수사 기록에서 확인되는 전·현직 검찰 고위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감찰부서 통보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제 식구 감싸기' 일환이 아닌 지 의심된다고 밝혔습니다.

박모 전 차장검사(현 변호사)의 경우 윤씨 관련 변호사법 위반 혐의 경찰 수사로 범죄단서를 확보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검경 수사에 영향력 미칠 수 있는 곳은?

윤씨의 개인 비위 혐의와 관련해서도 1차 수사팀이 소극적으로 수사한 '봐주기' 정황이 있다고 과거사위는 밝혔습니다. 검찰 관계자들에 대한 윤씨의 폭로성 진술을 막기 위한 방편은 아니었는지 의심도 제기했습니다.

과거사위는 검찰의 부실 수사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이른바 '윤중천 리스트'를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윤씨가 검찰 고위관계자 다수를 상대로 광범위한 접대를 했고, 검찰이 이런 내용을 감추기 위해 부실 수사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입니다.

과거사위는 검경의 부실수사 원인으로 의심되는 당시 정권의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이 김 전 차관 관련 수사 초기에 뇌물수수 등 측면에서도 접근했지만 수사 도중 석연치 않은 경위로 방향을 선회했고, 특수강간 등 성범죄로만 사건을 송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성폭력 범죄로 한정하기에는 경찰 수사 진행 수준이나 초기 수사의지 등에 비춰 자연스럽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경찰의 수사 왜곡으로 검찰도 김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사위는 "검경 수사에 함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당시 청와대 이외에는 상정하기 어렵다"며 "부적격 인사의 고위직 임명을 강행한 배경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고검장은 2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일 김학의 사건 과거사위에서 제가 (건설업자)윤중천과 수회 만나서 골프를 치거나 별장에도 간 적 있으며, 수사 당시 결재권자로서 윤중천과 유착되어 사건을 봐준 것처럼 발표를 했다"며 "그동안 누차 밝혔듯이 윤중천을 전혀 모르므로 골프를 치거나 별장에 간 사실은 더더욱 없다. 따라서 윤중천 관련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한 사실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사단과 과거사위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과거사위와 조사단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해 무책임한 행동에 엄중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는데요.

◆강제 수사 권한 없는 과거사위의 한계…의혹만 남은 채 공은 다시 검찰로

이처럼 국민적 의혹만 남기고 '무혐의'로 마무리됐던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13개월 만에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론 김 전 차관과 윤씨의 구속 수사를 이끄는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과거사위 최종 발표 내용에는 여전히 사실관계나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의혹이 여럿 담겨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강제 수사 권한이 없는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의 한계가 '장자연 사건'에 이어 또 한 번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사위는 29일 "윤중천 씨와 교류하던 검찰 고위 간부 중 일부가 윤씨 관련 사건에 개입한 정황 등이 확인되고 있어 수뢰죄 또는 수뢰후부정처사죄 등을 범한 것이 아닌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수사를 촉구했는데요.

현재 김 전 차관을 수사하고 있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이 윤씨에게 뇌물·접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과거 검찰 고위직 인사들을 수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사위는 '윤중천 리스트'에 대해 "검찰 내 스폰서 문화의 실체와 그 폐해 등 진상을 파악해 이를 단절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는데요.

세계일보

당장 수사를 권고할 만큼의 근거가 부족, 과거사위가 가진 가장 강력한 수단인 '수사 권고'가 아닌 '촉구'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과거 '김학의 사건' 조사팀에서 활동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수사는 구체적인 혐의와 증거 등 처벌 가능성이 있어야 개시할 수 있는 것"이라며 "원주 별장의 용도가 접대뿐이었는지(가족 모임 등), 의혹 대상자의 별장 출입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성접대 등을 받았는지, 대가관계는 인정되는지, 공소시효는 남았는지 등 여러 의혹 등을 구체적이고 긍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어야 수사를 논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구체적인 혐의 없이 검찰에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박준영 변호사 "구체적 혐의 없이 검찰에만 책임 떠넘겨선 안돼"

조사단 내부 의견이 충분히 조율되지 못했다는 폭로도 나왔습니다.

박 변호사는 "과거사위에 보고된 김 전 차관 보고서 분량은 1000페이지가 넘는다"며 "이 보고서를 주도적으로 쓴 단원(현직 검사)의 의사가 무시당한 채 (보고서가) 난도질당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과거사위는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사실상의 '수사 권고'를 한 것이라며 반박했는데요.

김학의 사건 주심위원인 김용민 변호사는 "조사 내용을 알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박 변호사의 지적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근거가) 부족해서 수사 촉구를 한 것이 아니다. 수사단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권고를 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고려와 배려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과거사위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 권고 역시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 원을 줬다"는 윤씨 진술에 기반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는데요.

법조계에선 이후 번복된 윤씨 진술만으로 수사에 착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진상조사단의 소환 통보를 거부한 김 전 차관이 심야 출국을 시도하다가 긴급 출국금지를 당한 이후 상황은 급반전됐습니다.

과거사위의 정한중 위원장 대행은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사건이 오래된 경우 많았고 강제 조사권이 없어 충분한 자료 수집에 한계가 있었다"고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이어 "그간 검찰은 과거 인권침해, 검찰권 남용 의혹을 자체적으로 조사한 적이 없었고 과거사를 반성하거나 문제가 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한 적이 없었다"며 "앞으로 검찰 개혁을 위한 법률 개정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있다면 과거사위 활동이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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