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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 고쳐쓰지 말라 했거늘…” 與 일각·정의당 ‘양정철·서훈 만남’ 곱잖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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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 고쳐 쓰지 말랬다.”

보수정당의 강력한 반발 속에 민주당 일각은 물론 진보정당인 정의당에서도 양정철<사진>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만남이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범여권은 특히 이들이 만나 정치적인 얘기가 나눴느냐는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양 원장이 자신의 위치를 망각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행보 하나하나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국정원장과의 만남 자체는 경솔했다는 것이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29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자기 위치가 있지 않느냐”며 “여당 연구원이 옛날이랑 다르게 상당한 정치적 비중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 원장) 아래에 의원들까지 상당수 넣었는데, 자기 무게를 파악했어야 했다”며 “이제는 가볍게 움직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양 원장이 들어온 뒤로 민주연구원장은 당내 위상이 커졌다. 종전 3명이던 부원장이 5명으로 2명 늘어났다. 부원장들도 여권 내 핵심으로 채워졌다. 김영진ㆍ이재정ㆍ이철희 의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이다. 전직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철희 의원과 민정라인 청와대 출신까지 양 원장 아래에 있게 된 셈이다. 그래서 ‘총선 병참기지’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도 곱잖은 시각에 가세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자유로운 사적 만남을 민주국가에서 통제할 수는 없지만, 더욱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국정원장은 애초 오해를 사지 않는 신중한 행동을 보였어야 한다”며 “정치적 중립을 망각한 과거 국정원의 그늘이 촛불의 시작이었다. 한 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중도를 지향하는 바른미래당도, 호남 출신 의원이 다수인 민주평화당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김정화 바른미래 대변인은 “중립성이 생명인 정보기관의 수장, ‘총선 병참기지’를 자처한 여당 싱크탱크 수장, 특정 언론인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경솔한 처신”이라고 했다. 홍성문 평화당 대변인은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공한 셈”이라고 했다.

여당은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다만 한국당을 향해 “물타기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한국당에게 한마디 한다”며 “서훈-양정철 사적 만남을 빌미로 ‘강효상 국가기밀’을 물타기 말라. 기자가 있는 자리에서 선거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옹호했다.

앞서 당사자인 양 원장은 “선거 얘기를 했다가는 피차가 민망해지는 멤버들”이라고 해명하며 “숱한 매체들이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의혹 재생산에 부화뇌동한다면 서글픈 일”이라고 했다. 양ㆍ서 원장과 함께 자리한 기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거)얘기는 안한 것 같다”고 했다.

홍태화 기자/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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