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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외교부 “정상통화 유출 외교관·강효상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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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에게 내용 전한 외교관

“굴욕외교로 포장 상상 못했다”

외교부 “통화 외 기밀 2건 더 유출”

해당 외교관 관련 여부는 확인 안돼

외교부가 한·미 정상 간 통화 유출 사건과 관련해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 K씨(54)와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형사 고발키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또 외교부는 K씨와 주미 한국대사관 정무라인 2명에 대한 중징계도 요청하기로 했다. 외교부가 현직 외교관과 외부 인사를 비밀 누설 혐의로 직접 고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만큼 사안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외교부와 K씨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K씨는 이달 8일 워싱턴 소재 한국 대사관에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역을 확보한 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카카오톡 보이스톡을 통해 알려줬다. K씨의 변호인은 “직원이 공사참사관의 책상 위에 해당 문서를 올려놓아 읽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K씨는 워싱턴 현지에서 국정원과 외교부 감사팀의 조사에서 유출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3급 비밀인 정상 간 통화내역이 출력본으로 회람된 것에 대해 외교부는 주미대사관 정무라인의 고위직 I씨(55)와 L씨(47)가 비밀문서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조윤제 주미대사도 조사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조 대사는 다만 이번 징계 요청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통화 유출 외교관측 “강효상이 특정 방향 계속 몰아 배신감”

중앙일보

한·미 정상 통화내용 유출 의혹을 받는 K씨(가 운데)가 지난 27일 서울 외교부에서 열린 보안심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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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개최한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 참석해 “이번에 논란이 된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포함해 총 3건의 외교 기밀이 유출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나머지 두 건은 지난 3월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만나려 했으나 볼턴 보좌관이 거부했다는 내용과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의 내용이다. 한 참석자는 “K씨가 이 2건도 유출했는지는 아직 확정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K씨 측은 지난 27일 열린 보안심사위원회에서 “대북 식량지원 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지를 표명한 것 등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강효상 의원이 이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며 더욱이 ‘굴욕 외교’로 포장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K씨는 지난 3월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정 실장의 만남 요청을 거절했다’는 내용도 강 의원에게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K씨는 “사실관계에 대해선 알지 못하며, (강 의원이 묻기에) 워싱턴 정가에 널리 알려진 내용이나 현지 분위기를 전달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K씨는 사건이 불거진 직후 현재까지 심리적인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K씨 측은 “스스로 자책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도 “강 의원이 특정한 방향을 갖고 계속 추궁을 했고, 이를 토대로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한 배신감도 큰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통화내용을 직접 유출한 K씨에 대해선 최고 수준의 징계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유정·윤성민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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