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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물질 기본입자 '쿼크' 증명 머리 겔만 별세…40세 때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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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때 예일대 입학한 '신동'…리처드 파인먼과 '맞수' 화제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물질의 기본입자인 '쿼크(Quark)'의 존재를 증명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미국 물리학자 머리 겔만 박사가 별세했다. 향년 89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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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산타페이 연구소에 있는 머리 겔만 박사의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겔만 박사는 뉴멕시코주 샌타페이의 자택에서 지난 24일 눈을 감았다고 AP·AFP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시에서 태어난 겔만은 일찌감치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14세에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예일대에 입학에 물리학을 전공했다.

19세에 예일대를 졸업하고서는 곧바로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에 진학해 21세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4년만인 25세 때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정교수로 임용되는 등 그에겐 항상 '최연소'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겔만의 진가는 종전까지 기본입자로 알려졌던 중성자·양성자·전자보다 미세한 쿼크의 존재를 주장하고 증명하면서 빛났다.

그는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입자 중에서 큰 에너지를 가진 것들을 칭하는 '우주선'(Cosmic Ray·宇宙線)이 지구 대기와 충돌할 때 만들어지는 '기묘한 입자'를 면밀히 들여다본 끝에 쿼크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놓았다.

쿼크는 지금까지 규명된 물질의 구성단위 중 가장 작은 입자다. 어떤 물질이든 쪼개면 분자가 되는데, 이를 다시 쪼개면 원자가 된다. 원자는 다시 원자핵과 전자로 나뉜다. 또 원자핵은 중성자와 양성자로 구분되는데, 이 둘을 구성하는 게 쿼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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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크 입자를 도식화한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겔만은 1964년 내놓은 논문에서 이런 주장을 펼쳐 물질 형성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혁명적인 계기를 제시한 공로로 40세던 196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1993년 은퇴할 때까지 칼텍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생물학, 생태학, 사회학, 컴퓨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고 AP는 전했다.

2004년 한국에도 번역돼 출간된 겔만의 전기 '스트레인지 뷰티'에 따르면 그와 미국 이론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1918~1988)은 20세기 물리학계 최고의 라이벌로 손꼽혔다. 파인먼은 1965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둘은 미국 과학계를 대표하는 천재이자 절친한 친구였지만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고 한다.

파인먼은 유쾌한 쇼맨십으로 주위 사람들을 흥분과 열정으로 몰아넣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반면, 겔만은 뛰어난 언어 감각과 지적 열망으로 무장한 다소 내향적인 사람이었다.

또 겔만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공격하길 즐긴 데 반해 파인먼은 물리학 이외에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겔만은 그러나 파인만의 열정에 감동했고, 파인먼 역시 겔만의 진가를 알고 있었다.

겔만은 뛰어난 천재성과 학문적 성취 뒤에 가려진 어두운 측면도 있었다. '잃어버린 소년 시절'로 인한 일종의 공허함을 안고 살았는데, 언제나 또래보다 앞서갔기 때문에 어린 시절을 즐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구리 히로시 칼텍 교수는 대학에서 낸 부고문을 통해 "겔만 박사는 실험에서 나온 방대한 데이터를 꿰뚫어 볼 명확한 비전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며 "그는 입자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회고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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